들뢰즈와 함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기 3기


들뢰즈와 함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읽기

 

들뢰즈 프루스트와 기호들강독

 

  


<나머지 전곡이 뭐가 더 필요해요? 우리의 한 토막, 그거면 족해요>(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은 뱅퇴이유 소나타 전곡을 듣고 싶었지만 오데트는 스완에게 한 토막이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한 토막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작은 부, 파편, 조각, 부스러기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하나의 기호라고 볼 수 있고 더 걸어가면 기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나의 작은 무언가가 차이로 이루어진 또 다른 부분들을 만나 새로운 그것(ça)을 생산해낸다는 점에서 이 한 토막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토막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새로운 토막은 이질적인 다른 토막과 연결됩니다. 마치 <그물 전체를 짜서 표면을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하는 수많은 분리 점들처럼>(안티 오이디푸스). 


사실 우리가 세계라고 부르는 것은 수없이 많은 작은 부분들이 다른 작은 부분들과 연결되어 새로운 차이를 생성한다는 것임을 들뢰즈는 말하고 있습니다이렇게 연결되고 저렇게 연결되고 때로는 떨어지고 다시 짝 지어지면서 절단과 생산이 반복되는 삶을 우리 모두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지요. 이렇듯 차이가 반복되면서 세계는 증식합니다. 여기에는 전체성도 없고 동일성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소수자들이 차별받을 일이 없으며 힘없고 약한 자들이 억압받을 일도 없습니다. 아주 작은 파편들만이 존재할 뿐이고 이 파편들이 새로운 세계를 계속 생산할 뿐입니다. 차이로서 존재하는 아주 작은 차이. 삶이란 결국 서로 다른 차이들이 우연히 만나 차이를 필연적으로 생성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들뢰즈의 관점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매 순간 무언가를 생산하는 존재들입니다. 또한 우리는 주변 구조 속에 위치한 수많은 조각들을 가지고, 즉 이 재료들을 가지고 새로움을 계속 창조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잠재적 힘(역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산과 절단의 영원한 반복을 니체는 영원회귀"라는 개념으로 말한 바 있습니. 항상 새로움을 생성하고 창조하는 존재로서 우리는 차이가 반복되는 이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매 순간 새로움이 생겨나기에 삶은 허무와 절망 그리고 고통으로 가득 찬 것이 아니라 다채롭고 생기로, 생명력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운명을 사랑하라는 니체의 아모르파티"는 현대 철학자 들뢰즈를 통해 그 의미가 진정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스스로를 니체주의자라 말하는 들뢰즈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니체와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들뢰즈는 말합니다. <영원회귀는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 생성, 다수, 차이를 증명하는 것이다.>(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우리는 들뢰즈를 생성의 철학자, 창조의 철학자, 긍정의 철학자, 차이의 철학자로 부릅니다. 서구 2천 년 동안의 철학은 플라톤의 주석에 불과하다고 한 화이트헤드의 말처럼 지금까지의 철학은 세계를 동일성으로 묶고 차이 나는 것들을 제거했습니다. 동시에 세상의 중심에 주체를 상정한 후 객체를 도구화 시켰으며, 고정된 이념을 가정한 후 그 속에 인간을 예속시켰습니다. 하지만 차이의 세계에서는 차이 나는 것들을 제거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주체 개념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비로소 타자를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세계를 들뢰즈는 외재성의 세계 혹은 가능적 세계라고 부릅니. 쉽게 말해 타자가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타자가 있기에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잠재태로서 가능성의 세계로 존재한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하나의 물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주체에서 벗어나 타자로 들어가는 이런 세계에서 나의 존재 의미를 결정해 주는 타자를 어떻게 억압하고 규제하며 그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타자가 없으면 주체는 존재하지 않습니. 이 말은 곧 동일성의 세계, 차이를 제거하는 세계, 주체의 이름으로 객체를 지배하는 세계로부터 벗어나 가능성의 세계로 나아감을 뜻합니다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 불리는 프루스트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철학자 들뢰즈가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이번 모임을 통해 탐구하고 해석해 보려고 합니다. 세상이 바뀌는 것은 삶이 달라지는 것은 사람이 변하는 것은 한 조각, 한 소절,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전체에 종속 되지 않는 작은 부분들이 만들어가는 세계를 프루스트와 들뢰즈는 아름다움이라 말합니다.


함께 읽는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6 · 게르망트 쪽 1, 2》(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5년)


강독하는 책 

프루스트와 기호들, 제1부 기호들(질 들뢰즈 지음, 서동욱/이충민 옮김, 민음사2004)


모임 일정 

회차(일자)
진도
1
(4 20)
프루스트와 기호들 1부 1장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p130 까지
2
(4 27)
프루스트와 기호들 1 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p260 까지
3
(5 4)
프루스트와 기호들 1 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p390 까지
4
(5 11)
프루스트와 기호들 1 4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p520 까지
5
(5 18)
프루스트와 기호들 1 5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 ~p120 까지
6
(5 25)
프루스트와 기호들 1 6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 ~p240까지
7
(6 1)
프루스트와 기호들 1부 7장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 ~p360까지
8
(6 8)
프루스트와 기호들 1부 결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 ~p487까지


강독 안내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단편들은 각각 칸막이로 분리된 듯 조각나 있습니다. 13권으로 이루어진 7개의 단편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앞선 이야기를 읽지 않으신 분들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프루스트와 기호들》의 모든 내용을 강독 시간에 전부 다룰 수 없기에 매 모임 때마다 해당 분량에 대한 해설 자료를 나눠드립니다.  


■ 과정 목표 

이번 모임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세 번째 이야기인 게르망트 쪽을 읽습니다.
현대 철학자 질 들뢰즈가 쓴 프루스트론 원전 프루스트와 기호들》 1부를 같이 읽습니다.


■ 진행 방법

- 매주 정해진 분량만큼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들뢰즈의 《프루스트와 기호들》을 읽고 참석해 주세요.
- 모임 시간에는 한 주 동안 읽은 소설 내용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 나누겠습니다. 이후 《프루스트와 기호들》을 강독하면서 들뢰즈 철학을 같이 공부합니다.
- 발제자의 의견과 비발제자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을 합니다.
- 상황에 따라 고정 발제자가 강독하는 방식으로 변경될 수 있습니다.


진행 안내

- 기간 : 위 일정 참조 8주 동안 진행
- 시간 매주 토요일 아침 9시~11시, 2시간 진행, 8회 진행
- 장소 : 온라인 (Zoom)
- 인원 : 10명 내외
- 문의 : 이메일 (master@rws.kr), 채널톡 (홈페이지 우측 하단 아이콘)

  

진행자 : 서초롬

학창 시절 희귀난치병 환우회 활동을 시작으로 병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고 떠들었습니다. 해소되지 않는 고민들이 많아 인문학을 공부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6년 동안 학교 안팎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때로는 모임의 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삶의 문제들을 풀기 위해 인문학공동체에서 철학 기초과정-기본과정-심화과정(철학 원전 강독)을 공부했고, 강독 그룹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숭례문학당과 인연을 맺고 삶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 철학 읽기의 새로운 지평 열기에 한몫을 담당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