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와 함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기 2기


들뢰즈와 함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읽기

 

들뢰즈 프루스트와 기호들강독

 

 


세계는 기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기호와의 우연한 마주침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기호들을 해석하는 과정으로 나아갑니다. 우리가 탐구하고 해독해야만 하는 "어떤 것=X"라 불리는 이 기호들은 다원적 체계로 섞여 있으며 항상 변화하고 변주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마주침과 운동성 그리고 관계라는 단어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세계를 해독하는 과정을 들뢰즈는 배움의 길로 향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들뢰즈는 사유의 재료를 주는 다양한 기호들이 무엇인지를, 어떤 성질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각각의 기호들의 특징은 어떻게 되는지를 프루스트의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파헤칩니다. 또한 기호를 대상으로 환원시키는 객관주의와 기호를 주체에게로 환원시키는 주관주의를 기호 해독을 방해하는 그릇된 믿음이라 말합니다. 즉자적으로 존재하는 과거의 기억을 통해 차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예술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차이 자체라는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수많은 기호들은 계기, 상황, 외부적 요인에 의존하는 계열로서 연결되어 하나의 구조를 이룹니다. 이로써 우리는 구조주의에 대한 논의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구조를 본다는 것은 푸코가 말한 지층을 탐구하는 것과, 들뢰즈가 말한 기호를 해독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기호는 과거의 압축임과 동시에 그 자체가 현재에 속합니다. 동시에 외부와 끊임없이 연결되어 새로운 힘, 새로운 조합, 새로운 구성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미리 당기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 리듬은 필연적으로 끊임없는 세계의 증식을 다시 말해 매 순간 이질적인 항들이 서로 만나 차이로서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따라서 삶은 허무와 절망 그리고 고통으로 가득 찬 것이 아니라 다채롭고 생기로,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음을 우리에게 전달해 줍니다. 항상 새로움을 생성하고 창조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우리는 차이가 반복되는 이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니체의 "아모르파티""영원회귀"가 이제 그 의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니체주의자라 말하는 들뢰즈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니체와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들뢰즈는 말합니다. <영원회귀는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다. 생성, 다수, 차이를 증명하는 것이다.>(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p239)


우리는 들뢰즈를 생성의 철학자, 창조의 철학자, 긍정의 철학자, 차이의 철학자로 부릅니다. 그 중에서 차이라는 단어에 주목해 보겠습니다. 서구 2천 년 동안의 철학은 플라톤의 주석에 불과하다고 한 화이트헤드의 말처럼 지금까지의 철학은 세계를 동일성으로 묶고 차이 나는 것들을 제거했습니다. 또한 세상의 중심에 주체를 상정한 후 객체를 도구화 시켰으며, 고정된 이념을 가정한 후 그 속에 인간을 예속시켰습니다. 하지만 차이의 세계에서는 차이 나는 것들을 제거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주체 개념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비로소 타자를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세계를 들뢰즈는 외재성의 세계 혹은 가능적 세계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타자가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타자가 있기에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잠재태로서 가능성의 세계로 존재한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하나의 물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주체에서 벗어나 타자로 들어가는 이런 세계에서 나의 존재 의미를 결정해 주는 타자를 어떻게 억압하고 규제하며 그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타자가 없으면 주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곧 동일성의 세계, 차이를 제거하는 세계, 주체의 이름으로 객체를 지배하는 세계로부터 벗어나 가능성의 세계로 나아감을 뜻합니.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 불리는 프루스트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철학자 들뢰즈가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이번 모임을 통해 탐구하고 해석해 보려고 합니다.


함께 읽는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4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2》(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4년)


강독하는 책 

프루스트와 기호들, 2부 문학 기계(질 들뢰즈 지음, 서동욱/이충민 옮김, 민음사2004)


모임 일정 

회차(일자)
진도
1
(2 3)
프루스트와 기호들 역자서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p120 까지
2
(2 17)
프루스트와 기호들 2 1장 앙띠 로고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p240 까지
3
(2 24)
프루스트와 기호들 2 2장 통과 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p371 까지
4
(3 2)
프루스트와 기호들 2 3장 찾기의 층위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p100 까지
5
(3 9)
프루스트와 기호들 2 4장 세 가지 기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p200 까지
6
(3 16)
프루스트와 기호들 2 5장 문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p300까지
7
(3 23)
프루스트와 기호들 광기의 현존과 기능, 거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p400까지
8
(3 30)
프루스트와 기호들 역자 해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p515까지


강독 내용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단편들은 각각 칸막이로 분리된 듯 조각나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앞선 작품을 읽지 않으신 분들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프루스트와 기호들》 제1부를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매주 제1부 기호들에 해당하는 내용을 요약해서 참고 자료로 전달해 드립니다.
- 설날인 2월 10일 토요일은 쉽니다.


■ 과정 목표 

이번 모임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두 번째 이야기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를 읽습니다.
현대 철학자 질 들뢰즈가 쓴 프루스트론 원전 프루스트와 기호들》 2부를 같이 읽고 공부합니다.


■ 진행 방법

- 매주 정해진 분량만큼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들뢰즈의 《프루스트와 기호들》을 읽고 참석해 주세요.
- 모임 시간에는 한 주 동안 읽은 내용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 나누겠습니다. 이후 《프루스트와 기호들》을 강독하면서 들뢰즈 철학을 같이 공부합니다.
- 발제자의 의견과 비발제자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을 합니다.
- 상황에 따라 고정 발제자가 강독하는 방식으로 변경될 수 있습니다.


진행 안내

- 기간 : 위 일정 참조 8주 동안 진행
- 시간 매주 토요일 아침 9시~11시, 2시간 진행, 8회 진행
- 장소 : 온라인 (Zoom)
- 인원 : 10명 내외
- 문의 : 이메일(master@rws.kr), 채널톡 (우측 하단 아이콘)

  

진행자 : 서초롬

학창 시절 희귀난치병 환우회 활동을 시작으로 병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고 떠들었습니다. 해소되지 않는 고민들이 많아 인문학을 공부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6년 동안 학교 안팎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때로는 모임의 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삶의 문제들을 풀기 위해 인문학공동체에서 철학 기초과정-기본과정-심화과정(철학 원전 강독)을 공부했고, 강독 그룹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숭례문학당과 인연을 맺고 삶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 철학 읽기의 새로운 지평 열기에 한몫을 담당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