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을 읽다>
― 나만의 시선으로 궁궐을 보는 법 : 경복궁편 ―
서울 한복판에는 다섯 개의 궁궐이 있습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막상 이 중 몇 곳을 가보셨나요? 또, 가보신 분들은 얼마나 그 공간에 대해 ‘알고’ 돌아오셨나요?
많은 사람들이 궁궐을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으로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체험 학습으로, 외국인 친구가 왔을 때 관광지로, 때로는 벚꽃이나 단풍을 보러 가는 산책길로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발길을 옮긴 궁궐에서, 우리는 얼마나 그 공간을 이해하고 있을까요?
궁궐 안에는 수많은 기와집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겉모습은 비슷비슷하고, 어느 문이 어느 건물로 이어지는지도 어렵기만 합니다. 그곳이 무슨 용도로 쓰였는지, 누가 살았는지,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알려주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지나다 보는 작은 안내판 몇 개가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해설 프로그램’을 찾게 됩니다. 궁궐 곳곳을 자세히 설명해 주니까, 좀 더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지요. 하지만 해설도 시간적 한계로 내용이 제한적입니다. 대부분은 ‘왕이 정사(政事)를 펼치던 곳’, ‘왕과 왕비가 생활하던 내전(內殿)’ 같은 교과서적인 설명입니다. 정리된 정보는 도움이 되지만, 들을수록 ‘그래서 뭐지?’ 싶은 허전함이 남습니다.
가령, 경복궁의 근정전은 ‘왕이 신하들과 조회(朝會)를 하던 곳’이라고 설명하더라도, 그 공간에 어떤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는지, 실제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기 어렵습니다. 또한 창덕궁 후원은 아름다운 비밀의 정원처럼 보이지만, 거기서 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습니다.
이런 정보의 부족은 결국, 궁궐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게 만듭니다. "와, 멋있다!", "역시 옛 건물은 달라" 하며 감탄은 하지만, 그 너머의 이야기를 만날 기회는 좀처럼 없습니다.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고, 정해진 설명을 듣고, 정해진 사진을 찍고 나오는 것. 그런 경험으로는 궁궐이 단지 옛날 왕이 살던 집, 그 이상으로 다가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창덕궁에서 진행하는 ‘달빛야행’은 밤에 달빛을 따라 궁궐을 걸으며 음악과 이야기를 듣는 행사입니다. 덕수궁의 ‘밤의 석조전’은 대한제국 시기 근대 문화가 깃든 공간을 색다르게 보여줍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궁궐을 단지 ‘지켜야 할 유산’이 아니라, ‘새로운 감성의 무대’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뉴리티지(New-ritage)’라고 부르더군요. 유산(Heritage)을 단순히 지키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느끼고, 다시 해석해서 지금 내 삶과 연결시키는 방식입니다. 말하자면, 과거의 공간을 오늘의 감성으로 읽어내는 겁니다.
이 말이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궁궐이라는 공간을 누구의 해설, 누구의 안내가 아닌, ‘내 시선’으로 해석해보자는 생각. 어떤 이는 경회루 앞에서 ‘고요함’을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후원 한편에서 ‘숨고 싶은 내 마음’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요. 같은 장소에서도, 사람마다 떠오르는 기억과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궁궐이 정말 살아있는 공간이 되려면, 그런 개인적인 시선과 해석이 담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궁궐을 읽다>는 이제 궁궐을 조금 다르게 걸어보려고 합니다. 안내판에 적힌 몇 줄이 아니라, 내가 궁금한 것, 내가 느낀 것에 귀 기울이며 말이죠. ‘여긴 왕비가 아침에 밖을 바라보았던 자리일까?’, ‘이 문을 걸어 나올 때 왕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걸으면, 비슷비슷했던 기와지붕 사이에 내 마음이 닿는 공간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걸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혼자만 느낀 감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을 들으며 또 다른 궁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궁궐은 과거의 흔적이지만, 지금 내 삶과 닿는 순간, 그것은 살아있는 공간이 됩니다. 남들이 찍는 사진, 정해진 해설이 아니라, ‘나만의 궁궐’을 찾아보는 것. 그 경험은 아마도 가장 아름답고 뜻깊은 문화 향유가 아닐까요?
■ 진행 방법
- 서울에 있는 5개의 궁궐(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경희궁)을 주제로 합니다.
- 2주마다 해당하는 궁궐 관련 책을 읽고, 진행자가 작성한 논제를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합니다.
- 각 회차마다 복합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 상황에 따라 직접 답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 추천 대상
- 서울에 있는 5개 궁궐에 대해 궁금하신 분
- 평소 궁궐 가기를 좋아하시는 분
- 궁궐의 건축과 상징적인 의미가 궁금하신 분
- 궁궐에서 있었던 일들이 궁금하신 분
- 나만의 궁궐 장소 하나를 찾고 싶은 분
- 궁궐을 한 번도 안 가봤지만 궁금하신 분
■ 커리큘럼 : 경복궁편
1기 | 일시 | 책 제목 | 저자 | 출판사 |
1회차 | 7월 09일 | 경복궁 시대를 세우다 | 장지연 | 너머북스 |
2회차 | 7월 23일 | 한양의 탄생 | 서울학연구소 | 글항아리 |
3회차 | 8월 06일 | 뿌리 깊은 나무 1,2 | 이정명 | 은행나무 |
4회차 | 8월 20일 | 시(詩)가 흐르는 경복궁 | 박순 | 한언 |
■ 모임 안내
- 일정 : 위 일정표 참조
- 시간 : 격주 수요일, 오전 10시~12시
- 장소 : 온라인 줌(Zoom)
- 문의 : 이메일(master@rws.kr)/채널톡(홈페이지 하단 우측 아이콘)
■ 진행자 — 김연희
20여 년 가까이 궁궐 해설가로 활동 중입니다. 그 모든 시간이 특별하지만 개인적으로 2008년 숭례문 화재 현장의 해설 활동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경국대전, 국조오례의, 조선왕조실록 등을 통해 궁궐을 만나고, 사료 안의 현판과 주련을 공부하던 시간이 주역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공부의 결과로 《쓸모 있는 주역》을 공저하였습니다.
창경궁 춘당지 앞 자판기 커피 마시기, 비 오는 날 창경궁 명전전의 빗물을 머금은 기와 보기, 눈 오는 날 저녁에 덕수궁 산책하기, 창덕궁 낙선재 마루에 앉아 사람 구경하기, 창덕궁 궐내각사에서 길 잃어버리기 등 궁궐에서 마냥 보내는 시간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