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을 부러워한 적 없다”
— 책이 만든 힘으로 걷는 하오밍이, ‘찬란한 불편’으로 한국 독자들과 만나다 —
타이완 출판계의 명사 하오밍이(郝明義) 작가가 지난달 30일 저녁 7시, 서울 숭례문을 바라보는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 8층에서 한국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 초청 작가로 방한한 일정 가운데 마련된 이번 만남은 그가 한국어로 쓴 첫 자전적 에세이 《찬란한 불편》(섬드레) 출간을 기념한 북토크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타이완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하오밍이(69) 작가는 부산 출신의 화교 2세입니다. 한 살 무렵 소아마비를 앓은 후 줄곧 목발에 의지해 성장했고, 18세에 유학을 계기로 지금까지 타이완에서 살고 있습니다. 국립타이완대학교 졸업 후 여러 사업에 도전하다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마흔에 비로소 출판 일이 운명이라는 걸 깨닫고 ‘다콰이문화(大塊文化, 로커스)’를 설립, 여러 브랜드로 확장했습니다. 출판인으로서 50년 가까이 일해 오며 타이완 출판계에서는 특별 공로상을, 이탈리아에서는 기사 훈장을 받았습니다.
숭례문학당 김민영 이사의 사회와 대담으로 진행된 이날 북토크에서 하오밍이 작가는 유창한 한국어로 소통하는 가운데 삶을 견디게 하는 ‘책의 힘’, 그가 직접 한국어로 집필한 《찬란한 불편》 출간 배경, 어린 시절의 신산함, 불편한 몸으로 부딪고 이겨낸 디아스포라적 삶의 빛과 어둠을 유머러스하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는 특히 소아마비에 걸려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살아왔으면서도 “한 번도 다른 사람을 부러워한 적이 없다”면서 이 대목이 실린 《찬란한 불편》 속 문장을 직접 낭독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날 북토크는 작가의 삶과 언어,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객석을 메운 독자들 가운데 한 분은 “작가의 삶과 글을 통해 내 자신 안의 불만과 불편을 마주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오밍이는 이날 숭례문학당 관계자가 “이렇게 누추한 곳에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자 “중요한 곳이니까요!”하고 독서공동체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는 숭례문학당을 응원해 주었습니다. 불편했지만, 분명 찬란한 삶의 이야기로 풍성한 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