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습관 49기> 모임 후기(2)




별을 글로 새기는 모임

지난 51일 시작한 백일 글쓰기 습관 49기는 88일 백일을 끝으로 마감했습니다. 약속한 기간 동안 우리는 매일 글을 써야 했습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더위가 깊어갈수록 백일은 더디 흘렀습니다. 일상은 글을 써야 하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바빴고 잦은 연휴에 생활이 흐트러지곤 했습니다. 글쓰기는 마음처럼 술술 풀리지 않았습니다. 글 때문에 아쉬웠고 글로 인해 뿌듯했습니다.

 성실을 담보로 매일 채우는 백일 글쓰기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시작합니다. '쓸까 말까'란 망설임부터 '이런 글도 괜찮을까?'란 자기검열, 일기 같은 글이 무슨 의미일까 싶은 의심까지. 다양한 고민이 쓰면 쓸수록 생겼습니다. 초반 우리의 글은 내가 왜 쓰고 무엇을 쓰는지 발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수순처럼 거치는 고민의 시간이 지나고 매일 쓰는 생활에 익숙해질 때 즈음 무엇이든 쓰는 나를 만납니다. 매일 쓰기 모임의 비결은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상황을 글과 연결해 사유하고 표현을 찾아 문장으로 완성합니다. 쓰기를 품고 살아가는 시간은 생각을 언어로 형상화하고 구체화하면서 뇌의 변화를 이끕니다. 문장으로 사고 하는 세계에서 모호한 감정이 적합한 형용사와 만나 선명해집니다. 매일 쓰기는 자기 언어의 경계를 넘어서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예상 밖의 표현이 써지고 두루뭉술했던 나의 시선이 드러납니다. 무의식이 글로 표현되는 경험, 이 내밀한 깨어남은 글에 깊이를 더합니다.

백일 글쓰기 습관 모임은 백 장의 백지를 지급합니다. 한 명에 백 편, 열 명이면 천 편. 쓰기로 약속한 글의 빈칸을 앞에 두고 1일을 맞이합니다. 까마득하지만 1일이 있어야 100일을 달성합니다. 그 일을 맞이하기까지 망설임은 1일이 시작되면서 사라집니다. 묵묵히 하루하루 나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정에 찾아오는 마감은 사정 따윈 봐주지 않습니다.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 마감은 정직합니다. 쓴 날과 쓰지 못한 날, 마감을 지킨 날과 지키지 못한 날, 그럼에도 쓰려고 애쓰는 우리들. 우리는 조용히 고군분투합니다. ‘쓰고 싶다에서 써야 한다쓰고 있다로 동사가 바뀌면서 글이 변합니다. 모임을 시작하기 전 '쓰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잦았다면 모임은 바람의 글을 지웁니다. '이렇게 써도 되나', '이런 글도 괜찮을까?'란 질문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라는 발견이 있습니다. 일기처럼 소소한 일상을 쓰는 게 무슨 소용일까, 회의가 드는 순간도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내 글을 읽어주는 학인들을 생각하며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고, 시점을 바꿔 써보고, 장르의 변화를 시도합니다. 백 장의 백지는 잦은 도전과 실패에도 거뜬한 양입니다. 몇 장쯤 버리는 글이라 해도 괜찮습니다. 서툰 글 사이에 반짝이는 완성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빈도는 쓰면 쓸수록 늘어납니다. 백일 글쓰기 습관은 백지에 반짝이는 별을 글로 새기는 모임입니다.

 

모임은 항상 예상 외의 변수가 있습니다. 백 편의 글을 쓰는 일만 생각했지 타인의 백 편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시작했습니다. 모임에는 서로의 백 편이 있습니다. 같은 백지를 마주한 이들은 다른 공간에서 같은 시간 글을 짓고 있습니다. 만난 적 없는 우리는 삶의 한 부분을 글로 나눕니다. 온갖 사연에 울고 웃으면서 글로 답합니다. 글은 혼자 쓰지만 우리는 혼자 있지 않습니다. 함께 읽고 함께 씁니다. 서로가 나누는 관심과 위로, 안부로 백 일의 글은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 공간에서 여름보다 뜨거운 백 일을 났습니다.

백일 글쓰기 습관 49기 여러분,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리더 맹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