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찌끄레기
-매일 시를 베끼는 이유- (김경*)
문장이 남으면 좋겠지만
은유가 남으면 좋겠지만
심상이 남으면 좋겠지만
그저 보잘 것 없는
쉼표 하나
작대기 한 획
따옴표 반 쪽
찌끄레기만 남는다
남는 것 없는 것 같아
별 의미 없는 것 같아
그만둘까 싶은데 어느새
그 찌끄레기들 마음에
쌓인다
쌓인다
쌓인다
이 보잘 것 없는 것들은
나의 문장을 만들
나의 은유를 만들
나의 심상을 만들
위대한 찌끄레기들 그래서
베낀다
베낀다
베낀다
♥ 김*래 / ♡ 달달한 쵸코같은 시(詩) 필사
카카오톡 단톡방(숭례문학당)에서 시(詩)필사를 720일째를 돌파했다. 시(詩)에 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지만, 다양한 시(詩)를 만나 필사를 하면서 시(詩)랑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다. 감미로운 음악 같은 시(詩)를 2~3기정도 해보고, 그만 둘 요량 이였는데 24기(한 기가 30일)까지 마치게 되었다. 무엇이 이렇게 시(詩)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침마다 오는 시(詩)필사 알람이 없으면 마음이 답답하고 뒤숭숭 하고 기다려진다.
720일 동안 하루도 안 빼놓고 시(詩)를 필사 해 왔다. 사실 ‘시(詩)’가 좋아서는 아니고, 지금도 낯설고 힘들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시(詩)를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읽으면서 단상(느낌)을 어떻게 쓸까 생각하며, 나의 애마(포터차량)에서 매일 만나도 반가운 사람처럼 시(詩)를 필사한다. 내 마음이 딱 맞는 시(詩)를 만날 때도 있고, 마음에도 없는 시(詩)를 만날 때도 있다. 그래도 마음에 딱 맞는 시(詩)는 단상이 그런대로 써지는데, 마음에 없는 시(詩)는 회사 들어갈 시간까지 씨름한다.
이렇게 내 인생에 시(詩)를 만난 것은 단순히 기적과 같다. 우연히 숭례문학당을 만났고, 거기서 시(詩)필사 매력에 빠져서 여기까지 왔다. 이젠 나만의 그리운 시(詩)를 창작하고 싶다. 그래서 단상도 시(詩) 같이 써가면서 고민한다. 달달한 쵸코릿처럼 마음을 달달하게, 잔잔하게 흐르는 물처럼,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한 점의 수채화처럼 표현할 수 있는 그날까지 나아가자!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시(詩)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그리운 시(詩)
이젠 가끔 만나도
매일 만나도
반가운 시(詩)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어도
잊어지지 않는 시(詩)
달달한 쵸코릿처럼 마음을 달달하게
잔잔하게 흐르는 물처럼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아름다운 그림 같은 풍경이 있는
그런 시(詩)를 쓰고 싶다.
♥김미*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시필사와 만나게 된 것은. 그리고 1년 남짓, 시필사는 매일 아침 마음을 깨우는 알람이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도착하는 ‘시’ 한 편은 텅 빈 머리와 가슴에 사그락 불 하나를 켜주는, 쉽게 지치고 차가워지는 몸과 마음을 덥혀 주었습니다.
시는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계절을 알려주었고, 알기 어려운 이웃을 보게 해주었습니다. 눈으로, 손으로 쓴 시들이 제게 말을 걸었고, 그런 시들에게 화답하는 글쓰기도 더불어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일이 가능하게 한 것은 함께 읽고 함께 쓰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시’라는 공통의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어디서도 못할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오늘도 새롭게 만나게 될 시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 아직 제 가슴이 뜨거운 이유는 ‘시’ 때문입니다.
♥ 김*아
내게 시는 낯설고 시인은 외계인 그 자체다. 매일 아침 올라오는 시 중 잃어버린 내 몸의 한 조각을 발견한 것처럼 착붙!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어떤 시는 어깃장을 놓고 "옥상으로 따라와!" 하고픈 작품도 있다. 하루 종일 단상을 썼다 지웠다 채웠다 애정을 쏟는가 하면, 영혼 없는 스캐너가 되어 글자만 쓰윽 배낄 때도 있다. 보이는 대로 믿는 나 같은 단순파에게 복잡하고 심오한 詩는 어렵기만 하다. 그렇게 난 시와는 안 맞는 사람인 걸 인정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시 필사는 왜 계속해? 한 기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기수에 들어갈 때마다 내게 묻는다. 시가 어렵다면서, 안 맞는다면서 돈들이고 시간 써 가면서 이걸 왜 해?
「혼자 쓰는 시가 충실한 사유라면, 함께 나누는 시는 충만한 공유다」
시 필사를 만나 이 치명적 매력에 빠졌다. 우리는 기수마다 20여 명의 시우님들이 함께하는데 각자의 이야기로 단상을 풀어낸다. 시라는 포물선을 그리고 삶이라는 포물선을 그리며 두 개의 선이 만나는 지점을 단상으로 푼다. 직장 스트레스, 자녀와의 에피소드, 그리운 가족 이야기, 이웃과 동네 이야기 등 내 경험과는 멀찍이 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와 함께 듣는 경험에는 고유함과 진한 향기가 있다. 내일도 난 한 톨의 쌀알 같은 하루를 살찌우기 위해 시필사와 함께하려 한다. 365개의 영양만점 쌀알이 모여 따끈따끈 맛난 밥 한 그릇 채우자는 바람으로 시우님들과 접속하러 간다.
♥배*은
시필사를 시작한 이유부터 고백해야 할 거 같아요.
저는 뮤지컬을 참 좋아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전부터 보였던 심한 난독성향을 알게 되어 뮤덕에 입문했다 해도 하나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아이와 함께 참 많이도 보러 다녔습니다. 보러 다니다 보니 좋아하는 극이 생기고 역할이 보이고 그 역을 맡은 배우님을 좋아하게 되면서 “손편지”를 쓰고 싶은데 이쁘지 않은 글씨체를 원망하게 되었지요.
매일 꾸준히 조금씩 나아지는 방법을 찾다보니 알게 된 숭례문학당의 《30일 시 필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계절 따라 올라오는 시들이 무작정 좋거나 와 닿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시인은 왜 이런 시를 남겼을까 의심 아닌 의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9기부터 시작해서 24기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기수가 더해질수록 저의 어릴 적 아픔까지 발견되어 색색깔의 펜으로 시를 필사하고 컬러링 스티커에 색을 칠하고 그것을 필사한 한쪽에 붙이면서 저가 가졌던 아픔들이 치유되고 있었어요. 초등시절 반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던 연필깎이가 저만 없었더라구요. 예쁘게 깎아오던 친구들 연필이 참 부러웠던(?) 그 시절을 보낸 덕분인지 저는 필기류에 참 욕심이 심하게 많습니다. 집에 하나 사무실에 하나 똑같은 것을 두 개씩 사야하고 다 쓰지도 않지만 비슷한 문구류를 또 사고는 했는데, 이제는 문구점 필기류 코너를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가고 허전하지 않아요. 별걸 다 갖다 붙이는 구나 하실 수도 있지만, 시필사를 하면서 바뀐 건 사실이거든요. ^^;;;;
시필사를 시작한지 2년을 훌쩍 넘기고 있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시들이 우리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시들이 이리도 많은지 하루하루 계절에 맞게 상황에 맞게 골라서 올려주시는 저희 김연희 선생님도 존경스럽구요. 시를 만나 치유되면서 마음의 여유도 생겼고 시를 읽으면서 눈물짓기도 설레어하는 저를 보니 기특하기도 합니다.
25기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시필사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시를 필사 하는 것이 제일 좋구요. 시필사를 하시면서 행복해 하시는 분들이 많이 만나서 좋구요. 시를 읽고 쓰고 있다는 사실이 은근 자랑스러운 하루의 일과로 자리잡혀 가는 것도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저처럼 어릴적 아픔이 치유되실 수도 있구요. 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순해지는 기분도 덤으로 경험하실 수도 있는 《30일 시 필사》의 세계로 입문해 보시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송*숙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시' 한 편을 읽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내 마음을 흔든 시를 읊조려보고, 때로는 함께 올려준 그 시에 대한 문인들의 글을 몇 번씩 읽고 이해하려 애쓰기도 하며 다양한 시의 맛을 향유했습니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에 바삐 움직이다 가장 편안한 시간에 겨우 필사만 할 때가 많지만 일상에 스며든 시의 향기가 참 좋습니다. 낯가림이 심한 제가 안착 할 수 있게 한 리더 김연희 선생님의 따뜻한 배려와 시우님들의 다정함에 푹 빠져 여전히 머물고 있답니다. 시우님들의 '그림, 음악, 자작시, 시화... ' 등으로 표현한 단상 에 감동하고 많이 깨우칩니다. ^^
감사합니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시 필사' 다락방~
♥유*경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시가 공지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이 곳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매일 에너지를 충전 시킨다. 나는 단지 시필사방에 왔을 뿐인데 이 곳은 때론 미술관이 되기도 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회장이 되기도 하고, 열띤 토론방이 되기도 하고, 시인이 되기도 한다.
시 필사방은 이상한 나라다. 시를 필사하고 단상을 쓰고 인증샷을 올리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때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내 단상 아래에 또르르 답글이 달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답글의 묘한 중독에 빠져 오매불망 기다리게 된다.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고 싶으면 활짝 열린 문으로 그냥 들어서기만 하면 된다. 그 이후로는 필사방에 중독되어 답글을 쓰게 되고, 음악을 올리게 되고, 시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 이*인
시 필사가 벌써 24기
시를 잠시 쉬었던 열흘, 보름을 제외하고는 만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꾸준히 매일 한편의 시를 읽어나가며 막연히 천상병시인의 글이 좋아 인사동 귀천을 찾아다니던 내가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시회를 가고, 그의 시를 읽으며 보냈던 20대 초반의 나의 낭만이 먼 곳의 뜬구름을 잡는 것이 아니라, 한 권 두 권으로 내 손에 잡히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전에 몰랐던 시인들을 처음 알게 될 때도 많았고, 새로 알게 된 시인의 문학관을 찾아다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시가 쓰여진 다양한 배경을 알게 되고, 그 시를 다시 보게 된다. 나태주 시인을 만났을 때는 시 자체가 걸어 다니는 느낌이 들었고 정호승 시인을 만났을 때는 그의 강연현장에 가보고 싶어 현수막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던 것 같다.
또 내 아이를 보며 시로 직접 옮겨 적을 때에는 너무도 설레고 기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은 주말에 찍은 사진에 대한 인상을 단편적으로 적어내는 디카시의 매력에 푸욱 빠져있기도 하다. 이렇듯 그저 멀리 어쩌다 만나던 시는 내 일상이 되어 내게 쉼도 주고, 생각도 주고 마음도 준다.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