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장수중학교 <김동식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 진행


나를 꺼내준 건 글쓰기로 만난 커뮤니티의 유저들

- 전북 장수중학교에서 <김동식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 진행 -




숭례문학당은 523일 오후, 전북 장수군의 장수중학교를 찾아 이 학교가 기획한 ‘2023 장수중학교 독서대잔치’, 일명 장독대’ 2부 행사를 맡아 진행했습니다.


장수중학교 체육관에서 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1<독서 골든벨>, 2<김동식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로 이뤄졌습니다.

가수 이재안과 조다빈의 노래로 문을 연 2부 행사는 시작부터 참석 학생들의 엄청난 호응으로 마치 체육관이 떠나갈 듯했습니다. 두 가수는 이에 화답하듯 이태원 클라쓰OST로 잘 알려진 가호의 시작’,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연이어 열창하며 오프닝 무대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날의 이야기 손님 김동식 작가는 오프닝 무대에 이어 나와서는 몇 년째 여러 학교를 방문했지만, 이렇게 열화 같은 성원을 보내는 학생들은 처음 만난다면서 장수중학교 학생들의 호응과 큰 환대에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김 작가는 이날 글쓰기로 바뀐 내 인생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습니다. 본인은 애초에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는, 그래서 작가가 될 수 없었던 사람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 1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고, 이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거쳐 서울 성수동 주물공장에서 10년간 노동자로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어갔는데, 김 작가는 그런 고단한 삶에 묻혀 있던 자신을 꺼내준 건 글쓰기로 만난 커뮤니티의 유저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글을 쓴 건, 글을 잘 써서가 아니었습니다. 내 글은 타인과의 소통과 연결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쓰는 이야기를 봐주고 응답해 주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더 재미있는 상상, 더 엉뚱한 스토리를 만들어 계속해서 즐거움을 선사해줘야겠다, 하는 그런 마음이 원동력이 되어 계속 글을 쓰게 된 겁니다.”


학생들의 다양한 질의에 유머러스하게 답변을 이어간 김 작가는 회색인간과 같은 창의력 넘치는 소설을 어떻게 쓰게 되었느냐는 물음에 주물공장에서 10년간 단순 반복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저절로 달인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이어지는 그 지루한 노동 시간을 버티려고 엉뚱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죠. 오늘 저녁 퇴근길에 갑자기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 외계인에게 분석당한 끝에 착한 인간임을 인정받는다, 그 대가로 초능력 두 가지를 얻게 된다, 하는 식으로 온종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그걸 소설로 만든 겁니다.” 하면서 상상을 할 때는 최대한 몰입해서 하는 게 스스로 즐거워지는 팁이라고 비결을 전했습니다.




회색인간84쇄를 찍을 만큼 인기가 높았는데, 이처럼 책이 잘 팔리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아마, 글쓰기 실력보다는 독자들과의 꾸준한 소통의 힘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같이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 재미있는 게 사방으로 널린 시대에 책은 그리 가성비가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작가에 대한,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응원해주고 싶은 어떤 마음들이 책 구매로 이어지게 한 것 같습니다. 2017년 말에 책이 나왔는데, 이후 5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때 만난 분들이 계속해서 응원해 줬습니다. 그분들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학생에게는 글은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면 쓰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과 연결하고 소통하기 위해 쓴다고 생각하고 쓰고, 그렇게 쓰는 글은 진심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가 유튜브나 인터넷 게시물에서 다른 사람을 웃기려고 글을 쓸 때, 그럴 때는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거나 하는 걸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씁니다. 어렵지 않죠. 그런데 누군가한테 평가를 받는다고 의식하면 망설여지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에 따라 쉽기도, 어렵다고 느끼기도 하는 거죠. 그러니 평가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래야 쉽게 쓸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여자 친구와의 첫사랑 질문에도 성의껏 모두 답을 해준 김동식 작가는 이날 장수중학교에 등장한 아이돌이었습니다.




북콘서트의 엔딩 무대는 조다빈, 이재안 두 가수가 맡아 뮤지컬 영웅누가 죄인인가’, 영화 겨울왕국OST ‘into the unknown’, 듀엣곡으로 SG워너비의 라라라를 함께 불러 장식했습니다.


행사가 끝나면서 학사 일정도 종료되었지만 학생들은 하교를 잊고 작가와 가수들에게 사인을 받고 인증 사진을 찍는 등 오랫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장수중학교 학생들의 얼굴에 5월의 푸른 기운이 가득 넘쳤습니다.


/ 진행 담당 김민석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