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숭례문학당 1000일 글쓰기 완주한 홍도의 회원


1000일 글쓰기 완주,
함께 동행해준 분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출퇴근 전철에서만 7년 동안 600여권 읽어

글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느껴

퇴직 후 기간제 사서 일 맡아 책과 함께 즐겁게 일해

읽기, 쓰기, 걷기를 인생 루틴으로 삼아 제2의 삶 설계


 

숭례문학당이 운영하는 100일 글쓰기 프로그램을 10회에 걸쳐 완료, 1000일 글쓰기를 완주한 사람이 탄생했습니다. 홍도의 회원님(61)201610월에 100일 글쓰기 11기로 참여해 13, 16, 24, 34, 38, 40, 44기에 이어 20231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45기까지 완료, 7년에 걸쳐 1000일 글쓰기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지난달 17일 오후, 한강이 건너다 보이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홍도의 회원님을 만나 책 읽기와 글쓰기에 천착한 배경과 과정을 들어봤습니다.

1000일 글쓰기,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소감을 한마디 들어보고 싶습니다.

= 글쎄요. 소감이라고까지(웃음). 숭례문학당의 일원이 되어 주로 책 읽기와 글쓰기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100일 글쓰기는 개인적으로 10회를 완주해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완주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 혼자 한 게 아니라, 도와주신 학당 강사님들, 함께 공부한 동료들이 동행해 주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쓴 글에 공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덕분에 용기를 얻었고, 그런 점에서 저한테 숭례문학당은 참 고마운 곳입니다.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 , 관심이 있었습니다. 꾸준하게 쓰고 잘 쓰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물론 1000일 목표가 아니라, 100일이 목표였습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보니 100일 글쓰기만이 아니라 학당에서 운영하는 필사, 서평, 30일 매일 글쓰기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두루 참여했습니다.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힘이랄까, 동력이랄까, 그런 건 어떻게 얻었을까요?

= 매일 글을 써 올리면 진행하는 강사님이 피드백을 해주시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무엇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스스로 쓰려고 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쓰기는 방법이나 기술보다 쓰는 일 자체가 중요하다는 얘기죠.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부분도 있지만, 제가 글을 써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독려하고 동기를 부여해주는 동행, 후견인이 있다는 것이 끝까지 글쓰기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써놓은 글이 꽤 쌓여 있겠습니다?

= 개인 카페에 쌓아놓고 있습니다. 계속 쌓아놓다 보니 분량이 상당하더군요. 100일 매일 글쓰기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했던 11기부터 10번째 완료한 45기까지 매기수마다 쓴 글들을 모아서 소책자로 만들었습니다. 제겐 꽤 의미 있는 작업이었죠. 보시면, 당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의 이름이 보입니다. 지금 강사로 활동하고 계시는 전은경, 정지선 선생님 같은 반가운 분들의 이름도 보이고요. 진행하시는 강사님이 댓글을 달아주신 것도 함께 모아놓았습니다.



, 놀랍네요. 책으로 묶어 펴낼 생각도 하겠군요.

= 글쎄요. 아직은 책으로 묶을 만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을 안 해 봤습니다. 공저에 참여한 경험은 있습니다. 100일 매일 글쓰기 11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 13기를 진행할 무렵 학당에서 책 공저 참여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때 나온 책이 글쓰기로 나를 찾다(2017, 북바이북)인데, ‘전철 독서 7, 쓰기에 날개를 달다’ 편을 썼습니다.

전철 독서?

= 제가 2011년부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도 북부 지역 직장으로 출퇴근을 했는데, 전철로 왕복 4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왕복 4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책 읽는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고생스런 출퇴근 시간을 저만의 가치 있는 시간으로 바꾸고자 한 게 책 읽기였죠. 하루에 서너 시간씩 책 읽기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알 수 없는 충만감이 저를 감쌌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읽은 책이 점점 늘어나서, 그때 전철에서만 읽은 책이 600여권입니다.

글쓰기가 출력 행위라면, 입력은 읽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읽기 또한 대단한 내공을 쌓은 셈입니다.

= 제 삶의 과정에 읽기와 쓰기가 함께 있는 걸 느낍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인상적으로 들어오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그게 글쓰기의 실마리가 되어 주곤 합니다. 그럴 때 읽고 쓰기는 같이 가야 한다는 걸 느낍니다.

쓰신 글을 몇 편 읽어봤는데, 완성도가 높습니다. 100일 매일 글쓰기는 그야말로 매일 쓰는 일인데, 어떻게 이런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00일 글쓰기 11기 첫날 워밍업 시간에 글이든 삶이든 진실이다, 라고 쓴 기억이 납니다. 글은 내 마음에 와 닿고 공감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진정성 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완성도를 높여가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기복이 있습니다. 평일보다는 주말 같은 날이 아무래도 글을 쓰는데 마음이 편하더군요. 어스름 새벽에 일어나서 생각나는 거, 떠오르는 걸 차분히 쓰다 보면 2시간 정도는 금방 지나갑니다. 몰입이 잘 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글이란 게, 써 놓고 보면 그 자체가 생명을 가져서, 객관적인 물성을 가진 무언가가 되어 있는 걸 발견하기도 합니다. 자기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 저도 제가 쓴 글을 나중에 보면, ‘이걸 내가 썼다고?’ 하는 묘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낯설기도 하고. 그 글이 제게 다시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좀 색다른 느낌이죠. 글은 제가 썼지만, 일단 제 손을 떠나면, 그 자체로 생명을 가진 것이 된다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글에는 그 글만의 힘이 있다고 느낀 적도 있습니다. 제가 동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을 땐데,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던 청년이 있었습니다. 집안 환경이 어려워도 꿋꿋하고 성실하게 일하던 청년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참 대견해보여서 그해 연말, 병무청에 공적 조서를 써 올렸습니다. 조서에는 그 청년의 어려운 상황과, 그럼에도 어떻게 잘 이겨내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그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최종 심사 결과, 그 청년이 47천 명 지원자 가운데 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 주었죠. 시장님이 직접 그 청년과 부모님을 불러 격려하고, 언론에도 보도가 되는 등 화제가 됐습니다. 나중에 그 청년은 공적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공직에도 들어가게 됐습니다. 저는 그 일을 계기로 글의 힘이 대단하다, ‘글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으니까요.



보람이 컸겠습니다.

= 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방행정공무원 생활을 33년을 하고 작년에 퇴직했는데, 한 가지 일만 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보람이 있는 일도 많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사회복지 같은 일,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 맘에 들었습니다. 주민들에게 보탬이 되고, 어려운 일을 도와주는 업무가 좋았습니다. 보도자료 같은 업무 글쓰기도 자주 했는데, 한 번은 제가 일하던 곳의 지방지에 기획보도 자료를 쓴 적이 있습니다. 3면에 걸친 기획 지면 전체를 커버하는 글이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곳의 주민자치 현황과 재래시장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주로 부각시켰는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럴 때도 보람을 느꼈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기간제로 사서 일을 맡겨주셔서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일이 마음에 끌려서 오래 전에 사서 자격증을 취득했었습니다. 게다가 현직에 있을 때 여러 가지 글쓰기 작업에 참여하고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고맙게도 사서 일을 맡겨주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저는 정말 좋습니다. 책 좋아하는 분들을 매일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도서관에 오신 분들이 좋은 책을 소개해 달라고 할 때 소개도 해주고, 책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런 좋은 시간이 어디 있나 싶습니다. 책 읽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행하는 일도 보람 있습니다. 도서관에는 많은 책들이 들어오는데, 책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안 읽히는 책들이 있습니다. 작년에 들어온 책 중에서 한 권도 대출되지 않은 책들을 골라서 문학, 사회과학, 역사, 철학 등으로 분류해 책 소개와 함께 전시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대출이 금방 되더군요. 도서관도 가만히 앉아서 독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아이디어를 내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책 읽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좋은 인재를 얻은 것 같습니다.

= 책을 좋아하니까 이런 아이디어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개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조직도 생산성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도서관이 책을 보관하고 대여하는 창고 역할에 머문다면 그 소임을 다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도서관의 책들은 사람들 손에 들려 둥둥 떠다녀야 한다, 책장 속에 꽂혀 있기만 하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습니다.

= 그렇습니다. 책은 이용자들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책을, 그 사람의 시간을 절약해서, 적재적소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입니다. 도서관이 책만 있는 곳이면 의미가 없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때 의미가 생깁니다. 책을 대여하는 건 기본이고, 이용자들이 책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일에 더 아이디어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퇴직하셨는데, 더 바빠지신 건 아닙니까?

= 퇴직을 했지만, 생활에 어떤 루틴 같은 것이 제게는 있습니다. 아마도 학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루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좋은 글을 필사하고, 매일 매일 글을 쓰는 일, 학당이 독서와 학습 공동체로서 제 삶에 끼친 영향이 큽니다. 저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런데, 학당이 우리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 작년에 퇴직하기 전에, 다니던 직장 온라인 글판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지금까지 읽고 쓰기를 생활화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도 읽고 쓰기는 계속 생활화하겠다, 그리고 이젠 읽고 쓰기 다음으로 걷기도 함께 하겠다, 그러면서 걷기를 선언했습니다. 반강제로 저 자신에게 걷기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 것이죠. 그러고 나서 경기도가 만든 총 길이 860km의 장거리 순환 둘레길 경기둘레길완주에 도전해 완료했습니다. 완주증도 받았습니다. 완주에 34일 걸렸는데, 경기도에서는 60일을 제안하고 있더군요. 좀 무리해서 걸은 셈입니다. 요즘은 출퇴근 시간을 걷기로 채우고 있습니다. 매일 만보를 채우려고 합니다. 읽기와 쓰기, 걷기를 제 생활의 기본 루틴으로 삼은 가운데 이를 좀 더 의미 있게 승화시키는 일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숭례문학당에서 학인으로 참여하셨다면, 이젠 그간의 내공을 살려서 리더와 진행자로 참여하는 길을 모색해 보는 건 어떠신지요?

= 학당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희와 같이 또 다른 참여의 길을 찾아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주말인데,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먼 길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리 : 배윤 / RWS 말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