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와 함께한 <윤정은 작가 북콘서트> 주요 내용

 

윤정은 작가, “글쓰기는 기꺼이 감당할 행복한 일

 

글쓰기가 힘든 건 당연, 당연하니까 기꺼이 감당

 

▲윤정은 작가(사진 오른쪽)와 함께하는 북콘서트가 숭례문학당 김민영 이사의 사회로 지난 9일 열렸습니다.

경기도 용인시가 지난
95회 용인 북페스티벌'의 문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 등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5년 만에 문을 연 이번 행사는 지역 내 15개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독립서점 등이 참여했습니다.


늦더위 속에서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성황을 이룬 이번 행사에서 숭례문학당은 메인 프로그램인 <윤정은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 진행을 맡아 참가한 독자들과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책으로 꽃피우는 용인 르네상스를 주제로 열린 이 행사에는 이상일 용인 시장이 직접 방문, 윤정은 작가의 북 콘서트 무대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 시장은 “5년 만에 열린 용인 북페스티벌에 어린이, 청소년, 부모님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정말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윤정은 작가의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 나오는 지워서 좋은 마음이 있고, 간직해서 좋은 마음이 있다는 구절을 인용, 책을 매개로 시민들 모두 간직하고 싶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시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윤정은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는 예술밴드 스와뉴의 공연과 함께 진행돼 시민들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윤 작가는 지난 3월 출간돼 70일 만에 10만부 판매를 기록하며 인기를 끈 힐링 판타지 소설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저자로, 이 작품은 영국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에 10만달러(13천만원)라는 높은 선인세를 받고 수출되기도 했습니다.


숭례문학당 김민영 이사가 사회를 맡은 이날 북콘서트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가족애, 세계인의 마음 관통

 

김민영 : 윤정은 작가님 안녕하세요. 독서의 계절 9, 모처럼 열리는 북 페스티벌에 오셨어요. 어때요?


윤정은 : 정말 오랜만에 야외 행사에 참석하는데, 많이 설렙니다.


김민영 : 작가님이 쓰신 책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지만,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요?


윤정은 : 이 책이 올 초에 런던 도서전에서 꽤 큰 화제를 일으켜서 해외 출판사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다고 합니다. 세계 유수 출판사들이 직접 DM을 주시기도 했고요. 특히 영국 팽귄에서 적극적으로 출간 의사를 밝혀와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김민영 : 여러 한국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이 책의 이야기가 해외 출판 관계자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은 이유가 뭘까요?


윤정은 : 저도 놀란 점이, 이 책은 정말 한국적 정서가 짙거든요. 그런데도 세계 독자들이 왜 그렇게 관심이 있어 할까, 의아했어요. 출판권을 가져간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16개국에 출간 계획이 잡혀 있어요. 아마 이 책을 관통하는 큰 정서가 가족애인데, 세계를 관통하는 힘 또한 가족애라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착한 사람들이 많이 당하고 힘들어하잖아요. 그리고 현실은 뭔가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잘 살아요. 저는 그런 현실에서 착한 사람들이 잘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어요. 아마 세계의 많은 독자들도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건 좋은 마음들이다, 그런 생각들을 같이 하시는 게 아닐까, 그렇게 추측을 합니다.


김민영 : 이 소설은 한밤중 언덕 위에 생겨난 조금은 이상하고 신비로운 세탁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풀어나가요. 이 소설을 일컬어 힐링 판타지 소설, 이렇게도 불리는데, 이 이야기는 어디서 영감을 얻어 쓰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윤정은 : 오랫동안 마음에 대해 생각했어요. 누구든 힘든 기억이 있고,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잖아요. 그 기억을 지우면 지금 현재의 내가 변화돼요. 그럼 그게 좋을까? 안 좋을까? 그런 생각을 줄곧 했어요. 엄마가 사는 집에 빨랫줄이 있어요. 제가 손빨래를 해서 빨랫줄에 빨래를 널어 말리며 지켜보는 걸 좋아했어요. 아주 젊은 시절부터. 빨래가 마르면서 수증기가 날아가요. 그게 꽃잎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인가 제 마음속에 인생은 이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탁 하고 정리되는 순간이 왔어요. 그걸 풀어본 게 이 소설이에요.


김민영 : 수증기, 꽃잎, 역시 작가님이라 표현이 다르군요. 판타지 소설은 학생 독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장르인데, 판타지는 비현실이면서도 현실이라고 하잖아요. 현실을 완전히 벗어난 판타지가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판타지 이야기를 쓰면서 작가님이 가장 중점을 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윤정은 : 저는 이 작품을 딱 판타지라고 작정하고 쓴 건 아니에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꽃잎도 쓰고 마법도 쓰고 하니까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재미있게 소설을 쓰다 보니 굉장히 판타지스럽게 됐더군요.


김민영 : 그러니까, 처음부터 판타지를 쓰겠다고 작정하고 쓴 건 아니라는 얘기네요.


윤정은 : . 마음의 상처를 그냥 지울 수는 없고, 세탁기에만 돌려서도 재미가 없을 것 같고, 그래서 무엇을 해야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판타지를 쓰게 됐던 거죠. 저는 사실 판타지를 잘 읽지 않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책을 쓰면서, 꽃잎을 날리고 하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꽃잎을 좀 더 많이 날려 볼까? 다른 환상적인 장면을 더 넣어볼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하면서 쓰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재밌게 쓰려고 하다 보니 그게 판타지가 되어 있더군요.


김민영 : 혹시 그런 판타지 장면들이 독자들에게 조금 낯설게, 부자연스럽게 느끼게 하진 않을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셨나요?


윤정은 : 그런 걱정이 있죠. 하지만 전 작가의 의도보다 독자의 상상력에 조금 더 기대는 편이에요. 독자 후기 중에 떡밥 회수가 안 됐어.” 이런 글이 있어요. 사실 그건 제가 의도한 거예요. 저는, 책은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며 읽는 것보다 오히려 독자가 자유롭게 그 내용을 갖고 펼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던져놓은 떡밥을 다 회수하진 않아요. 어떤 독자는 꽃잎은 주인공 지은이고, 해님은 부모님이다, 이런 추측을 해요. 재미있잖아요. 떡밥 회수를 안 하니까 그런 상상들이 생기는 거죠.


김민영 : 작가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독자가 나름대로 상상하고 자유롭게 의미를 생각하면 재미있지 않느냐, 이런 말씀인 것 같습니다. 소설에는 작중 인물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많은데, 다들 잘 이겨내요. 그래서 이 책이 삶에 지친 자신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됐다, 하는 후기를 쓴 독자도 있어요.


윤정은 : 정말 감사하죠. 제가 이메일을 자주 열어보진 못하는데, 어제는 3개월 전에 한 독자한테서 온 메일을 봤어요. 20대 초반 독자였는데, 책 속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 그런 내용으로 글을 보내왔어요. 뭉클했죠. 이렇게 독자 개개인의 마음속에 가닿는 문장이 다 달라요. 저는 제 책이 힘이 들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언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날 북콘서트에서 예술밴드 스와뉴는 윤정은 작가의 작품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첫 장편소설, 정말 신나고 흥겹고 재미있게 썼다

 

김민영 : 작가님이 생각할 때 가장 주된 독자층, 연령층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윤정은 :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읽는 것 같더군요. 예전에 북토크에 갔을 때는 60대 어머니들이 많이 오셨어요. 감사하게도 이 책은 비교적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이 다 좋아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김민영 : 오늘 북콘서트 공연을 맡은 스와뉴가 이 책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서, <마음의 정원>이란 곡을 만들어 불렀는데, 어땠어요?


윤정은 : 뭉클했어요. 누가 저의 책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고, 곡으로 만들고, 그게 다 보이지 않는 선으로 이어지는 거잖아요.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와뉴!


김민영 :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윤정은 : ,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민영 : , 곧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군요. 메리골드 마을의 세탁소 소녀 지은은 사람들의 아픈 기억을 지워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작가님은 이런 설정의 이야기를 어떤 고민을 하면서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윤정은 : 제가 가진 고민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나온 거예요. 우리는 힘들 때 누구한테 털어놓고 싶잖아요. 그런데, 누구한테 털어놓아도 정작 내가 원하는 대로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 마음에 동감하거나 내 마음을 들어줄 수 있는 어떤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신은 아니고, 현실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 지은이라는 인물을 창조하게 됐어요. 지은이라는 이름도 이 소설의 이야기를 지은 이, 창조한 사람, 그런 뜻으로 지었어요.


김민영 : , ‘충조평판같은 거군요.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보면, 우리가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상대가 요청하지 않은 충고나 조언, 평가와 판단은 공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뜻)을 하지 않으면 서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곁에서 이야기만 들어줘도 상대에게 따뜻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주요 공간은 세탁소입니다. 작가님에게 세탁소라는 공간은 어떤 느낌으로 와 닿으시는지요.


윤정은 : 저는 빨래하는 걸 유쾌하게 생각해요. 세탁기에서 세탁물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걸 보면, 뭔가 깨끗해지는, 유쾌한 느낌을 받아요.


김민영 : 메리골드라는 꽃말을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데, ‘반드시 오고야마는 행복이런 뜻이 담겨 있더군요. 이 꽃말의 꽃을 가지고 온 이유가 있을까요?


윤정은 : 이 작품에는 중요한 3개의 꽃이 등장해요. 동백, 물망초, 메리골드. 원래는 동백과 물망초가 작품의 주요한 모티브였어요. 제가 꽃을 좋아해서 꽃말을 이 책의 모티브로 쓴 거죠. 동백은 존경, 사랑이라는 의미가 있고, 물망초는 나를 잊지 말아요, 하는 뜻이 있어요. 이 꽃말의 세계관이 작품 속에서 서로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이 소설 속 마을에 온 거잖아요. 이 마을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 서서히 행복해질 수 있다, 하는 생각으로 메리골드의 꽃말을 찾아 지었는데, 다행히 잘 어울리더군요.


김민영 : 작품을 집필하기까지 힘든 순간들도 있었을 텐데요.


윤정은 : 단편소설로 상을 받고 나서, 10년 동안 소설이 안 써졌어요. 너무 쓰고 싶은데. 그러다 에세이의 언어가 흘러나왔어요. 그래서 에세이를 한 권씩 썼어요. 발표되지 않은 단편들을 썼어요. 모두 삭제했지만. 쓰다가 쓰다가, 어느 순간 아이가 자라고 음악이 귀에 들렸어요. 생각이 좀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이 책 설계가 머릿속에서 스르륵 흘러나왔어요. 이 책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이에요. 그런데, 쓰면서 어렵다는 느낌보다 정말 신나고 흥겹고 재미있었어요. 손가락이 빨리 이 생각을 받아 적었으면 좋겠다, 그런 느낌으로 작품을 썼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소설을 쓰지 않던 10년 동안에도 저는 계속 글을 쓰고 있었어요. 에세이를. 그래선지 힘이 들었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김민영 : 구상을 하고 초고를 쓰는데 얼마나 걸렸는지?


윤정은 : 처음 이 소설의 소재를 잡은 건 10년 전이에요.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천천히 계속해서 봤어요. 세탁 관련 영상도 보고, 세탁소도 찾아다니고, 세탁소마다 걸어서 찾아다니면서 거기에 무슨 단어가 써 있나, 다 보고 다녔어요. 그래서 한 10년 동안 아주 천천히 쓴 것 같아요.


김민영 : 10대초부터 시를 쓰셨다는데,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윤정은 : 사실 전 작가가 되는 게 무서웠어요. 저는 너무 형편없는 사람인데, 작가들은 정말 대단하고 멋진 말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서요. 겁이 나서 다른 직업을 한 열 가지 정도 해봤어요. 저는 대학을 26살 때, 늦게 갔거든요. 사무직 직원, 디자이너, 파티 플래너, 사업을 하다 망하기도 하고, 전시 기획자 등. 25살에 빚 다 갚고 나서 생각해 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글은 계속 썼지만 발표하거나 하진 않았죠.


입사 지원을 900번도 넘게 해봤고, 직업도 10개 넘게 가졌었는데, 이젠 진짜 내가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한 번 꺼내보자, 하는 생각으로 글쓰기를 꺼냈어요. 될 거라는 생각을 안 하고 꺼냈어요. 어차피 한 번의 넘어짐, 그런 게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꺼냈는데, 그게 감사하게도 책으로 나오게 됐고, 그래서 이후 작가로 살게 됐어요. 이전에 직업을 너무 많이 경험해봤기 때문인지, 작가로 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그런 힘듦이 제게는 행복이었어요. 정말 즐거웠어요. 지금 제가 작가 생활을 한 지가 15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작품 안 나와서 힘들고, 글 쓰는 거 힘들고, 이런 건 당연한 것 같아요. 당연한 거니까, 기꺼이 감당해야 되는 일, 힘든 일이 아니라 행복한 일, 감사한 일, 이렇게 바뀌어져 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제가 작가로 살아야겠다, 하고 결심한 지점은 잘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마음이긴 합니다.


이 소설은 헤르만 헤세가 쓴 데미안의 세계관을 많이 빌려왔어요. 데미안의 유명한 문장이 있죠.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하나하나 다 자신의 알을 깨고 나와요. 산다는 게 알까기 한 번이 아니잖아요. 알을 깠어, 날 것 같애, , 그런데 새로운 알이 또 있어, 또 깠어, 그런데 또 있어, 이런 순간이 정말 많잖아요. 살아가는 일이 끊임없이 알을 까는, 그 알을 까고 나가서 날아가는, 그것이 바로 삶인 것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이 자신의 내면의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데미안에서 따왔습니다.

 

 ▲참석한 독자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는 윤정은 작가.

하루 30~1시간씩 매일 글 쓰는 시간을 가져 보라

 

김민영 :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면?


윤정은 : 제가 시를 좋아하는데, 라이나 마리아 릴케가 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의 젊은 시인이 스무 살, 릴케가 스물여덟 살 무렵에 오간 서간집이에요. 그렇게 젊은 20대 친구들이 이런 혜안을 갖고 교류를 했다고?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서점에 가셔서 내 마음을 이끄는 책 하나 골라서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민영 : 독자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자1 : 저는 꽃을 좋아하는데, 꽃을 통해서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꽃을 통해 영감을 많이 얻으시는지요.


윤정은 : , 플로리스트 초급 자격증이 있어요. 꽃을 만지는 걸 좋아하고. 꽃이 좋은 이유가, 꽃이 져서 좋거든요. 꽃이 지기 때문에 아름다워요. 그 슬픈 아름다움을 보는 걸 좋아해요.

독자2 : 작가님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문장이 있다면?


윤정은 : 책 속 문장들 가운데 폴 발레리가 쓴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와 맨 마지막 장에 작가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말한 신은 인간에게 선물을 줄 때 시련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주신다. 선물이 클수록 더 큰 포장지에 싸여 있다는 말을 좋아해요. 제가 쓴 문장은 신호등 문장이 있어요. (인생은 초록불인 것 같아도 노란불도 들어오고 빨간불도 들어온다. 가끔 빨간불에만 정체되어 있는 듯해도 어김없이 초록불이 된다. 초록불 다음엔 다시 빨간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길을 걷고 신호등이 나오면 불빛에 다라 움직이는 일이다. 지금 내게 맞는 신호가 없다면 기다리고, 언젠가 신호가 올 때 또 다시 걷는 일이 아닐까.) 실제로 신호등을 보면, 삶 같아요.


독자3 : 저도 작가님처럼 좋은 작가가 되는 게 미래의 꿈인데, 저 같은 작가 지망생한테 한마디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정은 : 지금부터 꾸준히 쓰세요. 그런데, 절대로 작가만 해서 먹고 살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혹시라도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면 가지면서 꾸준히 글 쓰는 걸 포기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글쓰기가 내 삶을 정말 행복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내 꿈을 내가 가장 믿어주고, 그걸 소중히 지켜가면서, 내 할 일을 계속 하다보면 어느 날인가, 내 삶 속에 그 꿈이 들어와 있는 걸 발견하게 될 거예요. ‘엽서시문학공모전이라는 사이트가 있어요. 거기 가면, 공모전이 되게 많아요. 꾸준히 한 달에 한 번씩 응모해 보세요. 그러면 언젠가 내가 나의 꿈속에 들어와 있는 걸 발견하게 될 겁니다.


독자4 : 저도 꿈이 작가인데, 좋은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요.

윤정은 : 우선 나를 사랑해야 돼요. , 나의 가족들을 사랑해야 돼요. 나를 사랑하고, 지금의 내 생활을 열심히 하고,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씩 매일 글 쓰는 시간을 가져 봐요. 그러면서 기쁘고 화나고 슬픈 감정들, 그런 감정들을 기록해요. 그러면 내가 원하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이미 내 안에 좋은 작가가 살고 있음을 믿으시고, 내 안에 있는 글을 꺼내는 연습을 계속 하세요. 그러면 어느 날 좋은 작가가 되어 있을 거예요.


독자5 : 기억을 지운다는 설정은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도 나오는데, 거기서는 주인공이 기억을 지운 걸 후회하잖아요. 이 기억을 세탁할까 말까, 엄청 고민이 된다면, 작가님은 어떻게 하실 건지?


윤정은 : 저는 기억을 간직하는 편으로 살고 싶어요. 왜냐하면 글 쓰는 사람은 힘든 기억도 소중하거든요. 힘든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단단하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간직하고 살지만, 너무 아픈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런 기억들은 지워도 좋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삶을 후벼 파는 기억이라면 지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자6 : 글을 쓰다 잘 써지지 않을 때, 작가님은 어떻게 하시는지.


윤정은 : 저도 별별 시도를 다 해봤어요. 12시간 동안 앉아 있어 보기도 하고, 나가서 뛰기도 하고, 그냥 놀기도 했어요. 요즘은 미술관에 가요. 미술관에 가서 새로운 자극을 받아요. 안 써져도 단 한 줄이라도 써요. 정말 안 써지면 일주일 동안 놀기도 하고. 요즘은 사소한 보상을 나한테 걸어요. 밥 먹을 때쯤에는 이거 안 쓰면 오늘 밥 못 먹어, 커피 마시고 있을 때는 이거 안 쓰면 커피 못 마셔, 이렇게. 그렇게 사소한 보상을 걸면, 어떻게든 쓰게 되더군요. 사소하지만 뭔가 기특한 일을 한 내게 보상을 주면서 쓰다 보면 다 써져 있더라고요.


독자7 : 2편 계획이 없으신지?


윤정은 : 몇 년씩 안 기다려도 될 것 같습니다. 조금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민영 : 그럼, 오늘 북콘서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 오늘 북콘서트, 어떠셨나요?


윤정은 :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오프라인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책을 좋아하고 아껴주시는 독자님들이 있기 때문에 저도 이런 자리에 같이할 수 있으니까요. 독자님들의 소중하고 귀한 마음 받아서, 저도 계속 성실하게 삶을 살아가고, 열심히 글을 쓰고, 조만간 또 새로운 책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민영 : 함께해 주신 용인시민 여러분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