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 리더과정 70기 수강 후기



"지적 유희를 즐기고 나의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과정"


책을 좋아해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하지만 독토 과정에서 공부하면서 그동안 읽었던 책 읽기는 반쪽짜리에 불과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기초과정에서 읽고 말하기의 즐거움을 느꼈다면 리더과정에서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논제 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논제 만들기는 독서의 과정을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었습니다. 토론자로 참여할 때와 논제를 만들고 리더로 참여했을 때 책에 도달한 깊이가 확연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책에 대한 이해 없이는 논제 만들기가 불가능했기에 재독, 삼독을 거듭하며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수업 중에 함께 읽은 책은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한 권의 책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책을 읽는다고 당장 사람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생각이 확장되고,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눈이 생기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마음 한 조각이 생기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좋은 분들 덕분에 주거니, 받거니 지적 유희를 즐기고 나의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무엇보다 큰 기쁨이었습니다. 

최병일 교수님의 섬세한 코칭과 배려, 예원 조교님의 응원 아래 70기 동기들은 한 배에 탄 운명공동체(?)가 되어 성실하게 여정을 마쳤습니다. 매주 매주가 수업이 있는 금요일을 중심으로 흘러갔기에 논제 부담에서 놓여난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이제 심화과정에서 다시 책으로의 항해를 이어가려 합니다. 더 심한 파도와 거센 바람이 일거라 예상하지만 지금까지 해 왔던 시간을 기억하며 또다시 도전을 시작하려 합니다. 교수님과 조교님, 동기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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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오늘 줌 토론이 끝났다. 지난 8주 동안 읽고 논제 만들고 첨삭해 주던 과정이 종료됐다는 뜻이다. 서운한 마음과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감정이 앞섰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리더과정'을 신청했던 건 아니었다. 나를 자꾸 잃어버릴 것 같은 생활에 지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퇴근 짧은 시간에 독서를 하지만 깊이 읽을 수가 없었다. 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의 필요성은 절실해져만 갔다. 독서란 모름지기 시간 여유가 있다고 해서 시작하는 게 아니니 일단 신청부터 했다. 입문과정을 거쳐 리더과정 수료까지 몇 달이 흘렀는지 모르게 시간은 빨리 갔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니 자주 웃었고 생동감 있는 하루하루가 됐다.

리더과정은 책을 읽고 토론 진행까지 해야 되므로 결코 쉽지 않았다. 진행자는 논제문을 촉박하게 제출해야 했다. 주말은 오롯이 독서와 한몸이 되어 지냈다. 오죽하면 이렇게 공부했으면 S대에 갔겠다고 했을까. 논제문 만드느라 밤새는 건 기본, 지하철 계단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도서를 반복해서 읽으며 키워드를 찾고 중립적인 입장의 과제물을 만들어야 했다. 해당 회차 논제 제출자들끼리 서로 첨삭해 주고 격려해 주었다. 동료 학인들은 첨삭을 하면서도 주관적인 의견이니 참고하라며 마음을 썼다. 그런 학인들의 배려에 뭉클해지기도 했다.

교수님과 예원 선생님은 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교수님의 첨삭을 귀 기울이며 논제문의 형식을 배워나갔다. 책의 키워드를 찾아야 했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며 과제를 수행하다 보니 끊임없이 생각하고 결과를 도출해야 했다. 퇴고한 결과물에 첨삭 받을 때는 긴장했지만 부족한 부분보다는 장점을 더 부각시켜 알려주셨다. 수업을 통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실수와 배움 사이를 오가며 8주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함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의견을 공유하고 공감해주었던 여행. 읽고 토론할 수 있던 금요일 저녁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던 설렘을 잊을 수 없다. 언제나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함께 읽는 자리뿐임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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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숭례문학당 독서토론 리더과정 수강에 대해 고민했다. 그동안 해왔던 책읽기와 도서관 또는 개인이 진행하는 독서토론을 통해 재미를 느꼈고 나름 만족도 있었다. 독서와 토론 면에서 성장을 맛보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취미생활로 수강을 등록하기엔 다소 부담이 되는 수강료였다. 그 외 다양한 이유가 수강 신청을 더 머뭇거리게 했다. 소설을 애정하는 편이라 정치, 철학, 자연과학 등의 도서에 대한 독해 부담감이 있었다. 소감이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말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즐거움을 위한 독서였는데 논제문 작성과 토론 진행에 대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탐닉에 훼방꾼이 될까 두려웠다.

8회차 수강을 마친 후, 이 과정을 성실하게 수료한 나에게 만족과 뿌듯함이라는 상장을 주고 싶다. 짧은 기간일 수 있는 2개월의 시간과 8권의 책이 다양한 측면에서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편독에서 벗어나기, 편안하게 의견 표출하기, 질문하기와 사유하기, 책의 내용을 수동적 수용자에서 능동적 활용자로 분석하기 등.

독서토론 리더과정 수업의 백미는 논제문 작성과 토론 진행이라 말하고 싶다. 논제문은 토론 참여자에게 사유의 확장을 제시한다. 그리고 책의 내용을 세밀하게 저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참여를 활성화시키려면 논제문 작성자는 질문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학습하고 훈련해야 한다. 숭례문학당은 반복적으로 그 훈련을 시켜준다. 매회 제출하는 논제문 과제와 최병일 교수님의 첨삭 피드백이 맞춤수업으로 진행된다. 토론 진행도 마찬가지다. 리더로 역할을 수행 후 최교수님께서 해주시는 개별적 총평은 개인 과외수업 받는 기분이랄까. 다른 동기생들의 진행을 보면서 얻게 되는 간접 학습도 꽤 도움이 된다.

끝으로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꼼꼼히 지도해 주신 최병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 옆에서 70기 운영에 관한 많은 업무와 실제적 지원 사격을 해주신 김예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70기 동기생 분들, 언제나 성실히 열심히 임해주셨기에 저도 그 분위기에 젖어 이 과정을 수료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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