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 8기 참여 후기


작은 의욕과 영감, 내일을 맞이할 에너지를 준 시간


  


밀리고 밀렸던 진도를 휘리릭 읽어버렸다. 모든 게 다 뒤집힌 혼돈의 세상, 그것만큼 불안하고 두려운 상태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본능적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알아낸다. ‘연대감사’.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북클럽에 모여 어려운 책(주식 투자나 돈벌이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그야말로 문학의 절정에 다다르는 노벨문학상 작품!)을 머리 쥐어뜯으며 읽는 것도 그 연대감을 느끼는 행위이다. 진행하시는 분들이 보내준 메가커피 쿠폰에서 감사함을 느낀다. 이번 주말은 내내 메가커피로 출근해 속독으로 읽어버렸다. 마음의 빚을 약간 덜어놓은 듯하여 후련하다. '회사--집'밖에 모르며 무의욕의 삶을 로봇처럼 살아내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이런 작은 의욕과 영감은 내일을 맞이할 에너지가 된다 *


혼자 미리 예습한 시간까지 포함하여 근 한 달의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 모임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카톡으로 발췌와 단상을 공유하는 경험이 처음에는 매우 낯설었는데, 혼자 읽기만 하고 넘어가던 것에 비해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했던 모든 분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


작년부터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이었다. 제목은 들어본 적 있어 낯익은 책이나 다른 일상과 책에 밀려 이름만 겨우 내밀고 있던 책이었다. 읽기 어려운 책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어 감히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찰나에 노벨방을 만나 사라마구님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눈먼 나에게, 눈먼 자들에게 작가의 목소리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바로 보라는 질타이기도 하다. 혼자 읽었더라면 읽어내지 못했을 것이지만 책 동무들과 함께라서 몰입하며 읽어 내려갔다. 하찮은 나의 단상이지만 공감해 주고 맞장구쳐 주니 힘도 나고 동기부여도 되었다. 의사 아내를 믿고 따르는 것처럼 나한테는 노벨방 선생님들 모두 책 속의 리더인 의사 아내분들이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책은 다 읽었으니 이번 주말에는 영화를 꼭 봐야겠습니다~)  *


늘 생각한다. 이런 기회 아니면 이 책을 접할 수 있었을까. 사실 마음의 여유가 좀 없었다. 유쾌한 주*님 아니었으면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만날 수 있었을까. 감사한 일이다. 곤혹스럽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이 이렇게 유쾌함으로 끝나게 되어 나에게 쓰담쓰담해준다. 두 선생님의 정성과 노벨방에서 알게 모르게 뿜어져 나오는 높은 식견에 이 방에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내가 뭐라도 된 양 우쭐해진다. 그리고 이런 기분 좋은 우쭐은 감추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방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로 가보는 세계여행 여덟 번째 여정은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와 함께 했다.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함께 이베리아반도의 끝에 자리하고 있고 근래 많은 여행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핫한 곳이라 신비감과 동경심으로 주목하고 있는 나라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가 굳이 포르투갈의 어느 도시를 상정한다기보다 현대를 사는 인간 세상 어느 곳이라도 보이는 것을 보지 않는심안(心眼)이 먼 사람들의 도시라고 상상하게 된다. 보고도 못 본 척 외면했던 이웃의 고통과 함께하는 공감과 연대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독서 여행이었다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으며 결코 낭만적인 서정을 느끼거나 영혼의 심급을 울리는 명문장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인간으로서 봐야 하는 것들을 짐짓 못 본 척 외면하며 살아온 자신을 질타하는 사라마구의 묘사가 죽비처럼 반쯤 졸던 내 어깨를 내리치는 각성의 시간이 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