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값진 시간
손바닥만 한 한 문단을 여러 번 곱씹으며 감정과 언어를 음미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작문할 수 없을 것 같던 좌절 끝에는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던 경험의 찌꺼기가 반짝이며 건져 올려졌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글에 기대어 그동안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형태의 글을 만들어 보았던 고난과 희열의 시간이었습니다.
━ 김*현
노벨상 연단에 선 한강 작가는 채식만을 고집하며 나무가 되고 싶어 했던 영혜처럼 마르고 약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글에는 강인한 힘이 있었습니다. 피가 흐르는 고기를 입으로 우겨 넣는 것을 끝끝내 거부한 영혜처럼 말입니다.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고통, 영원히 묻어두고 나 혼자만 들춰보고 싶었던 상처를 한강 작가가 이 세상 밖으로 완전히 꺼내어 펼쳐주었습니다. 함께 울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위로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무한한 경쟁 속에서 지내면서 내 속에 있던 따뜻함을 꺼내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내가 따뜻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꺼내는 방법을 몰랐던 것입니다. 피를 보면서 아픈 사람을 매일 마주하는 일이 너무 버거울 것 같아 치과로 왔는데도 교육을 받으면서 늘 혼나고, 냉정해야만 했습니다. 동정이나 연민의 감정을 가지거나 표현하는 순간 일을 그르치게 되고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보고도, "아, 얼마나 아플까?" 라는 생각 대신, "원래 이정도는 아프다" 라는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터에서 뿐만이 아니라 주위사람에게도, 부모님과 아이들에게도 약간은 습관처럼 냉정한 말이나 행동이 튀어나가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말투나 표정, 눈빛과 같은 비언어적인 냉랭함도 포함됩니다.
저는 하루에도 수 십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목이 쉬도록 말도 많이 하지만 정작 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기회는 극히 드뭅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같이 이야기 하는 이 모임이 정말 소중하고, 저에게는 유일하게 저의 진짜 이야기를 하고 또 듣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의 글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문우 분들께서 읽어주셨을 때, 마치 제 마음 하나하나를 짚어주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간 울컥해서 아침부터 주책을 떨었네요 ㅎㅎ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치료이고 치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속에 차가움만 있다면 내가 차가운지도 모르고 살았겠지만, 따뜻함이 있기에 차가움도 있다는 것을 알아 챈 것이 아닐까요. 나는 차갑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 내 안에 있는 그 따뜻함을 꺼내고 드러내는 방법을 오늘 조금 배웠습니다.
같이 해주신 문우 분들과 특히 오수민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라는 생각을 늘 해왔던 저로서는 "이런 것도 칭찬거리가 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칭찬을 해주시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단점도 단점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것, 어떤 것도 좋은 면이 있고 또 칭찬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처럼, 유언장처럼 구구절절 긴 후기 남겨봅니다 ㅎㅎ 이것이 제 진짜 후기입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숭례문학당에서 글쓰는 모임, 글읽는 모임을 이끌어보고 싶습니다. 내공을 좀 더 쌓아서요^^ 에세이나 소설 같은 책도 내보고 싶습니다. 여태까지 사회가 인정해주는 직업을 얻기 위해 애쓰며 살았다면 이제는 저 자신을 위해, 제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애쓰며 살아보고 싶습니다.
━ 한*름
저에게 한강작가처럼 쓰기는 로맹가리처럼 쓰기 이후 두 번째 수업입니다. 선생님께서 책 속의 3~4개 문단을 선택하고 참여자들은 그 글과 비슷하게 자신만의 글을 적어 보는 형식입니다. 이 수업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문장들도 다시 한번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작가님의 멋진 글을 엉성하고 뭔가 잘못된 내 글로 가득 채웠습니다. 어쩔 땐 미술관에 걸린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을 망쳐놓고 죄책감 없이 깔깔거리는 철부지 꼬마 아이 같았습니다.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완성하고 나면 뿌듯한 일들이 다른 사람이 없는 시간에 몰래 벌어지고 있었지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곱씹으며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언젠간 나도 글쓰기 짱이 될거야!" 라며 이 자리에서 포부를 밝힙니다.
━ 정*경
“망설임 속에 시간은 갔다. ~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으므로 명윤은 많은 사람들에게 실수를 저질렀다.”(p.52)
한강의 작품은 섬세하고 치밀해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는다. 한편 그 치밀함으로 가슴을 후벼판다. 그래서인지,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 때가 있다. 분명 얼른 읽고 싶은데 자꾸만 시간을 미루고 가방 속에만 넣고 다니길 며칠째이다. 영상에 중독된 후유증만은 아닌 무엇이 있다. (역시 찔리기는 하지만)
<검은 사슴>에서 유독 더 자주 느끼게 되는 것 같은데, 전혀 나와 상관없는 인물들이라고 여기며, 차마 그 처절한 삶의 여정을 닮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커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폈다가도 ‘나’를 응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만큼 불쑥 마음을 흔드는 문장들과 만나게 된다.
밑줄을 무수하게 긋는 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하염없이 필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어서 읽고 다시 읽으며 최소한 밑줄이라도 기어코 손필사를 하고 싶어 조급해지기도 한다. 생각과 현실의 시간표 속 속도의 불일치로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그 마음 어느 귀퉁이에, 외면하고픈 속내가 있다는 것도 문득 깨닫게 된다.
작년, 동네 모임에서 영화를 보며 한 관람객의 ‘불편한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는 말에 마치 그 영화를 소개한 내가 공격받는 듯이 반감이 일었는데, 그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지금 나의 느릿한 읽기에는 분명 그 불편함, 외면하고 싶은 그 마음이 있다는 걸 안다. (이렇게 쓰면서도 어째 완전히 떳떳하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
하지만, 그래서 또 생각한다. 한강 작가 읽기를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그녀의 작품을 따라 섬세하고 세밀한 영혼들을 만나고 싶다고. 그저 소심하고 나약하다고 재능 없다고 밀려난 것만은 아니라는 위로를 얻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 황*화
글쓰기가
나의 무기가 될 수 있겠다
벼리고 벼린 날들이
내가 깨어지는 고통도
받아들일 용기가 될 수 있겠다
━ 박*숙
‘작가처럼 쓰기 한강편’ 1부에 참여했었습니다.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한강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작가처럼 쓰기 한강편’ 2부에도 참여했습니다. 망설이며 시작하긴 했지만, 모임을 하는 동안 이 모임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문을 하기 위해서 만난 한강의 글들이 좋았습니다. 이렇게라도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부족한 글에도 매번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는 수민 선생님의 칭찬 때문에 작문하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다른 분들의 보석 같은 작문을 보면서 모두가 다 이미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글이 주는 기쁨과 위안은 일상에 잔잔한 행복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작가처럼 쓰기’를 통해 좋은 작품과 좋은 글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 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