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확장
— 21세기 100대 도서 읽기ㆍ5기 —
<21세기 100대 도서 읽기>는 2024년 미국 언론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21세기 100대 도서 중 매달 2권을 골라 읽고 토론하는 책모임입니다.
2025년 3월, 5기 모임에서 읽은 책은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의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와 2019년 흑인여성작가 처음으로 부커상을 받은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입니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는 아무도 분노하지 않는 세상에서 대신 분노하고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먹기 위해, 입기 위해, 취미(사냥)라며 아무렇지 않게 살생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소설은 죽은 자들을(동물들) 대신하여 그들에게 복수하는 여자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은 백오십여 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엄마와 딸, 혹은 친구, 또는 동료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열두 여성의 삶이 담겨있습니다. 등장인물 거의가 흑인인 이 소설은 처음이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주어진 조건 속에서 분투해가는 인물들에게서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토론 참가자들께서 ‘후기’와 ‘인상 깊었던 구절’을 남겨주셨습니다.
글 · 진행자 주진희
얼핏 진부할 수도 있는 주제를 색다른 소재와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으로 엮어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사람이 가끔 분노를 실감하게 되면 모든 게 단순 명료해진다. 분노는 질서를 만들고, 세상을 간략히 요약해서 인식하게 만든다. 또한 분노는 다른 감정 상태로는 얻기 힘든 '선명한 시야'를 우리에게 확보해 준다.”(《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p.50)
— 이*희님
자유 의지에 의한 성적 일탈은 세계의 확장이다.
“그 많던 세월이 순식간에 거꾸로 흘러 둘 사이에 놓였던 평생의 시간이 사라진 것 같다”(《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에서)
— 오*근님
열두 명의 인물 외에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이 각자의 삶에서 ‘차별’이라는 적과 분투한다. 소설은 갈등을 서로 다른 삶을 마주하는 과정으로 읽게 만든다. 서로를 할퀴고, 완전히 이해하기를 거부하더라도 중요한 건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 서툴더라도 관계를 계속 이어가려는 시도와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의 오늘 토론도 그러했다. 회피하거나 무화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처리해버리기보다 품어내고 나아가는 새로운 방식의 공존, ‘화해의 서사’보다 ‘공존의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었던 토론이었다.
“인생은 열린 마음과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모험이야.“(《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p.173)
— 이*경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