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소통》 함께 읽기 참여 후기


 


이 책을 함께 읽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결심

 

가방 속에서 기울어진 텀블러에서 새어나온 커피물에 물든 내면소통책을 본 순간 이건 이 책을 사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항상 대출 중이고 예약 중이어서 책을 빌리기 위해 내가 사는 신도시의 7개 도서관을 전부 돌아다니게 만든 책, 그렇게 간신히 대출한 책이었다. 이미 전자책을 사서 운전하면서나 걸어다니며 듣고 있었지만 그렇게 읽어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책이었다. 그러던 중 책 읽고 글 쓰는 인문 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독서 리더 김미연 선생님이 이 책을 함께 읽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걸 알게 되어 곧바로 등록했다. (신에게는 커피에 물든 책과 전자책이 있나이다. )


766 페이지의 벽돌책, 1월에 시작해서 3월 중순이 되어야 끝나는 함께 읽기 여정이 시작되었다. 기존의 상식을 전복시키는 우리 뇌의 작동방식,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많이 속여온건 다름 아닌 내 뇌였고 내가 가장 모르는 건 내 자신, 내 감정, 내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감정들이 내가 만들고 저장하고 고정시킨 것이라니알고 나니 허탈할 지경이었다. 이 책은 자기 자신으로 안내하는 여행의 가이드이다. 그동안 소통하지 못한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거짓된 생각과 감정을 생성하는 뇌의 매커니즘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훈련으로 이끌어 준다.


몸의 다이어트도 성공하지 못한 내가 마음의 훈련에 성공할 리가원리를 알게 되고 적절한 훈련 방법을 소개받아도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한꺼번에 내려놓고 변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때마다 리더는 저자의 직강 동영상을 소개하고 그 방법대로 같이 명상을 해보자고 나를 초대하고 이끌어 주었다. 혼자 책을 읽었더라면 완독도 불가능했겠지만 설사 다 읽었다고 해도 도착한 곳의 모습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이제는 걸으면서 수영을 하면서 냄비의 국을 휘저으면서 내 의식의 주체인 배경자아를 만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가끔이지만그럴 때 느끼는 텅 빈 고요함, 평화로움은 이 책을 함께 읽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지만, 그조차 완전한 내면소통에 도달하면 비우고 버려야 하는 수행에 불과하다.


내가 즐겨 쓰는 말로 마무리하자면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내면소통을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 그리고 내면소통을 읽은 사람에는 두 종류가 있다. 숭례문학당의 김미연 리더와 함께 읽은 사람과 그 외의 방법으로 읽은 사람. 그 차이는 제법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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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나를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숭례문학당 모임에 벌써 5번째 참여다. 내면소통이라는 책 제목만 주변에서 얼핏 들었는데, 숭례문학당 읽기 모임에 있길래 해볼까? 생각만 가벼이 하다가 23일 학생들을 인솔해 여행에 참여하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혼자 있는 시간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23일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들을 하며 보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나랑 대화하는 게 정말 중요하겠다. 내 평생 내가 나랑 대화하는 시간이 제일 많겠구나라는 깨달음이 왔다. 이게 내면소통이 의미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에 바로 내면소통읽기 모임을 덥석 신청했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읽기 전과 나는 분명 달라졌다. 예전에는 '생각이 많은 나'를 문제 삼으며,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며 나를 탓했다. 지금은 배경자아로서의 내가 경험자아로서의 나를 바라보며, 생각이 많은 나를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달까. 김미연 리더님이 소개해주신 김주환 교수님의 유튜브에 여러 명상 영상도 있어서, 저 영상들을 이용해서 꾸준히 운동하듯 명상해보려 한다.


2024내면소통이라는 책을 만나서, 두 달간,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함께 읽기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단상도 함께 보며 좀 더 넓은 시야로 책을 읽게 되었다. 두꺼운 책을 완독해서 기쁘기도 하지만, 책을 덮고 나자, '명상'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단 앞서서 숙제가 남겨진 기분이다. 심리학 책 같으면서도, 뇌과학 책인 듯하면서도, 불교에 관해서도 많은 내용이 나온다. 주변에 이 책을 요즘 적극 추천하고 있다. 롱 인덱스를 정말 덕지덕지 붙이며, 읽을 수밖에 없었던,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은 부분도 참 많은 책이었다. 그리고 함께한 여정이 정말 즐거웠고 의미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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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과 반응 사이의 찰나를 알아차리고 나를 돌보기

 

크로플에 라테를 마시고 있습니다. 가슴 압박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가슴에 돌덩이 하나가 툭 얹힌 기분입니다. 좋아하는 크로플이 돌덩이를 녹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나봅니다. 갖은 애를 쓰는 나를 바라보며(그러니까 감정을 알아차리는 거죠) 달달한 맛을 느끼고 키보드를 누르며 내 감정을 목격하면서 돌덩이가 사라지기를 기다립니다.


무한반복이 되겠지요. 감정이 생기고 알아차리고 사라지고, 다시 오면 다시 알아차리고, 그리고 보내버리기. 감정과 내가 하나 되지 않기. 감정이 내가 아님을, 자아는 인간이 나고 자라면서 축적된 기억의 집합물임을, 나의 고정관념임을 알아차리고 나의 스토리텔링을 알아차리기. 배경자아를 의식적으로 불러들이기. 자극과 반응 사이의 찰나를 알아차리고 나를 돌보기.


가슴의 돌덩이는 불안입니다. 두려움이지요. 가장 큰 불안은 아이의 안녕입니다. 아이의 '안녕'은 아이의 행복일 텐데, 공부에 집착하는 나는 아이의 안녕과 공부를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공부와 수학을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 진짜 이노무 수학. 우스운 일입니다. 뺄셈하는 아이를 보며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다는 게 말이 됩니까?


명상을 통해 편도체를 안정화시키면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된다지요. 감정은 몸의 문제라, 편도체를 안정화시켜야 하고. 마음의 문제는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일단 편도체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이해했습니다. 편도체를 안정시키는 좋은 방법이 명상이고 그래서 매일 명상해라, 김주환 교수님이 제발 명상하며 살아라, 하는 말씀이 하고 싶어서 내면소통을 썼구나, 했습니다.


우리 모두 명상하면서 매일 같이 끓어오르는 편도체를 진정시키고 나를 알아차리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삽시다성실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 아쉽지만 끝까지 열심히 해주신 팀원 분들 그리고 김미연 선생님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숭례문학당 안에서 또 뵙는 날이 오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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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근력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잊지 않기

 

713쪽으로 이루어진 내면소통을 오늘로 완독했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202412일부터 51일간 주말 빼고 단상도 매일 적었다. 유튜브 시청도 몇 번 했으나 잘 감이 오지 않았는데 이제 듣고 있으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리더 샘의 진행이 없었으면 외롭게 고행같이 읽다가 포기했을 책을 선정해 주고 이끌어 준 샘이 고맙다. 새벽 명상의 경험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사람이 싫어지다가도 혼자서는 재미없고 의미 없다는 느낌이다.


2024년을 내면소통과 시작했기에 의미 있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낸 나를 칭찬한다편안전활, 호흡명상, 감사, 사랑집착으로부터 조금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과 명상을 할 때 괴롭거나 편안하지 않게 하지 말라는 말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나를 편안하게 하고 고요하게 담담함을 유지하는 것. 번잡하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마음근력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잊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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