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제 집중 독서 <죽음> 후기


죽음을 이야기하는 시간에 삶을 가장 예민하게 감각한다


질병 돌봄 암 죽음... 4권의 책에 대한 각 논제 유형들은 달랐지만 논제를 가지고 이야기 나누어 보며 먼 미래로 밀쳐두었던 것들이 사실은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소 추상적이고 열린 논제들은 대부분 전혀 겪어보지 않았고 지금과 먼 이야기들이었지만 분명히 맞이할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매시간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해 보려는 시도였고 마치 형태를 가지지 못한 반죽 같은 말만 늘어지게 내뱉은 것 같았다. 그러다가도 나누는 말들 속에서 정리가 되곤 했다.

읽고 나눈 말들로 더 빨리 동물적으로, 일상을 감각하는 것들에서 소소한 변화가 일어났다. 당뇨합병증으로 그렇게 큰일을 당하시고도 식욕 조절이 힘든 아빠를 보며  쏘아붙이던 마음에서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나의 소소한 결정들과 절제들이(술과 커피를 끊었다. 단칼에!) 전과 달라진 나로 재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과 질병 돌봄 ... 먼 미래에서 오고 있는 이 확실한 사실들 앞에서 내 안에서 기쁨을 만드는 법, 희망을 만드는 법, 실패를 지우고 공부로 만드는 법들. 지금을 감각하는 법들..  아이들 밥 먹을 때 곁을 지켜주기 같은 작고 소소한 사랑의 표현들이  내 일상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나의 삶을 이해하고 보듬고 사랑하기 위해서 때때로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해,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속한 세상의 일부임을 자각하는 것. 그럴 때 나는 조금 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런 내가 되는 것은 내 곁에 사람들을 좀 더 사랑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내가 결코 될 수 없는 무엇을 이해하려고. 심지어는 내가 말조차 건넬 수 없는 무엇을 이해하려고 분투하는 일이요." 《p.224 몸이 말이 될 때》

나에게 죽음 집중 독서는 그런 시간이었다고 그 시간을 매듭짓고 싶다.

<길*경>


토론은 다양한 사람들의 영혼과 삶을 품위 있게 나눌 수 있는 행위 예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예술을 인간의 본질 중 하나인 <죽음>이라는 주제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의미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4권의 책 모두 <죽음>이라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에 천천히 그리고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목록과 진행 순서였습니다. 4주간 살아가는 것만이 인간의 삶이 아닌 죽음 또한 인간 자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지할 수 있었어요.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진>

와, 어떤 말을 보태야 할지 모르겠네요. 책들이 다 재미있고 유용했어요.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이렇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나 싶었습니다. <죽음Ⅳ>도 무척 기대됩니다.   

오늘 다녀온 장례식은생전에 주변인들에게 많이 베푸셨던 분이셨어요.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떠오를 만큼 미담이 넘쳐났고, 갚을 기회 없이 훌쩍 가신 것에 대해 다들 애석해 하고 미안해하는 자리였습니다. 잘해드릴 날이 좀 남았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더 자주, 생각나면 바로 가까운 이들과 정을 나누어야겠다 싶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논의도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느슨했던 일상을 좀 더 촘촘히, 그리고 애틋하게 가꿀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시체와 함께 산다는 인도네시아처럼.. 죽음을 늘 염두에 둔다면 막상 겪을 때 좀 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장을 마련해주셔서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진솔한 얘기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음에도 함께 토론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곧 또 뵈어요. 

<정*영>


한 주제 집중 독서 <죽음Ⅱ>에 이어 <죽음Ⅲ>까지 참가하였습니다. 생활인으로 '죽음'에 대한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눈다는 것이 사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삶의 일부인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내 삶을 잘 돌보고 있다는 충족감이 듭니다. 모르면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것이니까요. 하여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공통의 논제에 대해 생각할 때 일상은 지워지고 형체를 알 수 없는 죽음의 일부 속을 함께 더듬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의 시간이 무용해지는 시간, 어쩌면 삶조차 인식하지 않는 이 시간이 가장 삶을 감각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죽음을 주제로 한 다양한 도서 선정과 리더이신 주진희 선생님의 논제와 그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이 오가는 시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죽음Ⅳ>에서 독서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