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품 함께 읽기> 19기《빌러비드》함께 읽기 후기

 


독서는 가성비 높은 여행미국 노예제의 고통스런 현실 보여준 작품

 




감각적이지만 모호한 토니 모리슨의 문장들은 무겁고, 자꾸 곱씹으며 생각하게 된다. 어두운 고통 속에서 헤매며 읽었지만, 완독 후엔 흑백의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알록달록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희망이 남았다. 한 달 동안 <빌러비드>를 함께 읽으며 (제겐 문체가 썩 잘 읽히진 않았지만) 노예제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보게 되어 색다른 재미를 느꼈습니다. 노벨 19기 모두 감사합니다.

주선*

 

유령 내지는 유령의 현신을 등장시킨 마술적 사실주의와 시간의 흐름을 넘나드는 플래시백 기법으로 뻔하지 않게 서사를 풀어감으로써 엄중한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음미할 수 있었다. 마침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힘들여 읽고 난 뒤라 기억의 재구성을 통한 애도의 의미를 이 작품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작품 읽기를 통해 마술적 사실주의를 접한 덕분에 유령과 산 사람의 소통이란 소재도 익숙해진 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연속해서 읽음으로써 약간은 눈높이가 높아진 것 같아 기쁘다. 독서는 내가 미쳐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않았던 세계를 작가의 눈을 통해 볼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여행이다. 토니 모리슨의 안내로 19세기 미국 노예제의 고통스러운 현실과 아이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내면 세계를 조심스럽게 살펴볼 수 있었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을 여정을 노벨방 도반들과 함께 걸었다.

오용*

 

빌러비드는 내게 아픈 상처를 들쑤시지만 그것을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나는, 마지막 한 번을 더 달려야 할 시간이 찾아왔음을 등 뒤에서 서늘하게 느낀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도 언젠가는 손님처럼 다시 만나게 될 날들을 나는 잊지 않고 준비해야 함을 잊지 않게 해주는, 과거의 영광은 이제는 더 이상 나를 들뜨게 하지 않는다. 들뜨게 하지 않는다. 마치 인생의 모순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