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짜증나던 여름에 유난히 시크한 앨리스 먼로의 단편들로 시원하게 샤워한 뒤의 청량감을 느끼는 독서를 즐겼다. 무겁고 복잡한 주제를 다루는 장편들을 주로 읽으며 지친 영혼의 주름살에 디톡스 주사를 맞은 듯 산뜻한 기분이 든다.
이런 청량감은 상당 부분 앨리스 먼로의 문체에서 기인한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절제된 문장이 너무 심플하여 스토리의 맥락 이해를 어렵게 하는 면은 있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끝에 가서 반짝 깨달음을 얻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단편소설의 묘미인 에피파니를 열네 편의 짧은 이야기에서 맛볼 수 있었다.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명성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안톤 체홉이나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에서 주로 맛보던 쾌감을 앨리스 먼로의 단편을 읽으면서 다시 맛보았다. 어려운 역경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 내는 영웅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결함 있는 사람들의 떠도는 듯한 이야기에 공감과 위로, 그리고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용기를 느낄 수 있었다.
━ 오용*님
“디어 라이프”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인생의 어떤 부분에 대해 말하려는지 기대되어서 그런지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제목이었다. 거기다 여성작가이고, 단편이라고 한다. 한 작품 한 작품을 정성 들여 꼼꼼하게 읽으려고 애썼다. 작가의 서사를 따라가면서 내 마음에 떠오르는 느낌과 생각에 귀를 기울였다.
여든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쓴 글이라 혹시나 인생을 살아가는 팁이라도 줄 것 같았다. 직접적으로 알려주진 않지만, 담담한 이야기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다 숨어있었다. 반복해서 읽으면 읽을수록 선명해지는 경험을 했다. 결함 있는 사람들이 매정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서하고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사는 일이 너무 힘들어짐을 예측할 수 있기에 위로가 되면서도 너그러워진다. 한 달여 동안 엘리스 먼로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 김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