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 같은 모임
'독서에 제철이 어디 있담? 독서란 무릇 시시때때로 숨 쉬듯 하는 거지.' 처음 모임의 제목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이상한(?) 이름의 모임을 지나쳐 다른 모임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마음에 쏙 들어오는 모임이 없었으므로 두세 번 지나치며 거듭 투덜거렸던 이 모임이 말하는 제철 도서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기로 하였다.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강지나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단촐하게 두 권이 놓인 차림표를 보며 흥미가 돋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문득 그 내용이 궁금해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은 매우 만족스럽다. 과연 진행자의 말처럼 '계절의 분위기를 머금은 책', '현재 시사를 반영한 책', '요즘 많이 보는 책'과 같은 "제철 도서"를 읽음에 있어,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는 겨울의 쌀쌀한 냉기 속에서 내가 정말 책 속의 상황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의 깊은 몰입감을 받기도 하고, 시기적절한 문제 제기에 조금 더 깊은 공감과 치열한 고민을 하게 되는 한편, 뒤늦게 유튜브에서 핫하게 번져나가는 책의 소개 영상을 보며 먼저 읽어본 자의 뿌듯함이 스물스물 스며나는 생경한 경험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하여 모임을 마치면서는 벌써 모임이 끝났음을 부정하다가(Denial), 왜 모임이 두 권뿐인가에 화를 내며(Anger), 다음 모임 공지가 뜨길 하염없이 클릭하며 기다리는 지경(Bargaining)에 이르렀으니 (남은 두 단계는 아직이다. 모임장님은 이러한 본인의 상태를 배려하여 빨리 다음 모임을 개설하여 주길 바란다.) 후기를 접하는 여러분들께서는 이러한 제철 독서의 부작용에 대해서 참고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독서 모임이 처음인 친구들도 기꺼이 데리고 올 수 있을 만큼 책의 선정과 발제, 그리고 진행의 삼박자가 고루 갖추어진 완전체 모임장님의 은혜로운 모임을 경험해 보지 못한 자가 숭례문학당에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제철 독서여 영원하라.
글ㆍ**준 / 제철 독서ㅡ 첫 번째, <겨울> 모임 참여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