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직면하지 못하면 삶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 인천시,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예소연 작가’ 북콘서트 열어 ─
△예소연 작가(사진 오른쪽)와 사회를 맡은 숭례문학당 조혜원 강사(사진 왼쪽)
인천광역시가 매년 진행하는 인문학 프로젝트 ‘독서학습 토론과정’의 2025년 마지막 이벤트, ‘한국문학의 미래, 예소연 작가 북콘서트’가 지난 9월 10일(수)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시청 본관 4층 공감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인천광역시청이 기획하고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이 진행을 맡은 ‘2025 독서학습 토론과정’은 인천광역시 직원들의 인문학적 종합 사고능력 배양,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성찰, 신구 세대와 서로 다른 조직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진행됐습니다. 올해 프로젝트는 작년에 이어 60명 참여자들이 입문과 심화 2개 반으로 나눠 함께하였습니다.
이날 북콘서트는 올해 ‘독서학습 토론과정’에서 다룬 예소연 작가의 소설집 《사랑과 결함》을 중심으로 작품과 작가의 글쓰기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행사의 진행과 대담은 숭례문학당 조혜원 강사가 맡았고, 새비와 수연, 두 싱어송라이터가 뮤지션으로 참여했습니다.
예소연 작가는 202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소설집 《사랑과 결함》, 장편소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중편소설 《영원에 빚을 져서》가 있습니다. 등단 후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둬 황금드래곤문학상,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에 이어 작년에는 〈그 개와 혁명〉으로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아버지를 간병하며 병원에서 일주일 만에 써 내려간 소설로, 죽음과 상실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책은 제게 유일한 소통의 창구“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이날 북콘서트에서 예소연 작가는 자신이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과정에 대해 ”인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대한 남다른 열망을 품고 있었다“며, 특히 ”강화도의 대안학교에서 보낸 고교 시절은 글쓰기에 깊이 몰두하게 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친구가 별로 없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서툴렀죠. 그런데 책은 달랐습니다. 제가 아는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책은 저의 유일한 소통 창구였고, 자연스럽게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작품 세계로 들어가 ‘작품에 작가의 실제 경험이 얼마나 반영되었는가’ 질문에 예소연 작가는 소설은 허구지만, 허구이기만한 건 아니어서 자신의 작품 또한 개인적 경험이 진하게 녹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동시에 제 지문이 묻어 있습니다. 제 경험이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지요. 특히 <그 개와 혁명>은 아버지의 병과 죽음을 겪으며 쓴 작품이라 자전적 색채가 강합니다.“
또 다른 작품 <사랑과 결함>에 대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었습니다.
”미디어에서 이야기되는 사랑은 대개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제가 실제로 경험한 사랑은 미숙하고 때로는 불완전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요? 저는 오히려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 더 큰 사랑을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은 슬픔 앞에서 무너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단해지기도“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작가의 ‘죽음’에 대한 성찰이었습니다. <그 개와 혁명>의 장례 장면을 언급하며 그는 ”사람은 슬픔 앞에서 무너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단해지기도 한다“고 말하면서 ”젊은 세대가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성찰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작가는 우리 한국 사회에 만연한 죽음을 회피하는 분위기를 지적하며 ”사람들은 노후와 재정 준비에는 열심이지만, 정작 죽음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직면하지 못하면 삶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환자와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언어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암 환자에게 ‘술을 많이 해서 그렇다’, ‘담배를 많이 피워서 그렇다’고 쉽게 말하는 것은 무례한 일입니다. 병의 원인을 함부로 단정하는 것은 환자를 더 고립시키는 행위죠. 고령화 사회에서는 이런 태도가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예소연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례 의례 속 성별과 가족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저희 집은 딸만 셋이라 상주 역할을 제가 맡았는데, 처음에는 가족 어른들이 맡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여성이라서 상주 자리에 서는 게 낯설었던 거죠. 하지만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관습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의례 또한 다양화되어야 마땅합니다.“
예소연 작가는 앞으로 집필할 작품 방향에 대해 ”사랑과 결함, 죽음과 삶 같은 인간의 본질적 질문들은 앞으로도 제 소설의 중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작가에게 ”소설은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진실한 방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인천시 관계자는 ”젊은 세대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인천시청 직원들이 책과 문학을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마련하겠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