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모임의 뿌리 같은 ‘성북구 독서토론 아카데미’,
함께 읽기는 좋다!
2012년부터 시작된 서울 성북구청의 <독서토론 아카데미>는 ‘책모임의 뿌리’와 같은 자리다. 성북구는 책모임, 독서교육, 독서동아리 양성 교육이 보편화되기 전부터 책모임 자리를 만들고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독보적인 지자체다. 화려하거나 이색적인 도서관 신설, 한 책 읽기 등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시민들의 토론과 투표로 ‘올해의 책’을 선정해 읽는 문화는 이미 상례적인 일이 되었다. 그러나 독서토론 아카데미를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운영해온 지자체는 성북구 한 곳이다. 책모임이 처음인 사람, 독서토론을 해보고 싶었던 독자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시작하고 성장하는 교육의 공간이다. 심지어 코로나 기간에도 <비대면 독서토론 아카데미>를 운영할 정도로 뚝심 있는 지자체다. 덕분에 성북구 밖에 있는 독자들도 대거 참여해 이 과정을 배울 수 있었으니 성북구야말로 ‘배워서 남 주자’는 <호모 쿵푸스>의 기치가 실현된 시민평생학습의 장인 셈이다.
코로나 전에는 100여명이 몰렸지만, 지금은 그 절반의 인원이 수료했다. 그래도 소중한 성과다. 코로나에 시달리며 비대면이라는 출구라도 간절했던 독자들은 이미 스마트폰 토론에 익숙해져버렸다. 현장이 그립지만, 현장에 나올 힘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전의 현장 열기를 되찾으려면 일정 기간 회복기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놓기 어려운 사람들은 폰을 손에 쥐고 다른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으로 질주 중이니, 현장에 올 여유가 전보다는 부족해 보인다. 그런 중에도 70여명의 신청이 왔다. 역시 성북구다. 여섯 번의 수업 기간에 소설가 ‘임솔아’를 초대해 북토크까지 하며 작가와의 접점도 만들어봤다. 그림책, 과학교양, 장편소설, 단편소설, 고전에 이르는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며 비경쟁 독서토론의 참맛을 느꼈다. 교재에 논제를 담았더니, 대본을 보는 연기자들처럼 꼼꼼히 정리해오기도 했다. 참여자 모두 ‘책모임의 말하기’에 필요한 예의와 배려를 실천하며 다른 생각을 들었다. 혼자 읽기와 함께 읽기의 큰 간극을 강렬히 체험했으니, 이젠 후속 모임이다.
나는 두 번의 후속 모임을 만들어 17명의 독자를 초대했다. 우리가 함께 읽을 책은 비평가 마르셸 라이히라니츠키의 《나의 인생》이다. 참혹한 역사의 상흔을 딛고 일어나 독학으로 문학의 교황이라는 자리까지 이른, 문학 음악 덕후의 놀라운 자서전이다. 500페이지라는 분량은 문제되지 않는다. 누구나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두 번 세 번 네 번으로 가는 특별한 독서 여정이다. 후속 모임에서 어떤 대화들이 오갈지 기대된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심화과정이 열린다. 성북구청은 작년, 올해 수료자를 중심으로 독서토론 아카데미 심화과정을 열어 책모임 운영자를 성장시킬 예정이다. 이견 없이, 함께 읽기는 좋다. 진행자와 논제가 있는 책모임은 더욱 좋다.
글 / 김민영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