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을 읽으며 나를 채우고 허무는 시간
시차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에서 매일 인증해 주신 분, 바쁘신 와중에도 틈틈이 발췌와 단상을 나눠주신 여러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완주하지 못한 분들도 한 공간에서 함께 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노벨은 진행할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늘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주는 만족감을 줍니다. 대문호들 뿐 아니라 여러분의 단상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4주였습니다.
러셀이 강조하는 내용들이 시대적으로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 출간된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 다섯 번째 챕터를 읽으려고 펼쳤을 때 그 시작이 버트런드 러셀의 인용이어서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확률과 확실성' 챕터였고 인용문은 "세상에 문제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바보들은 자신만만하고 똑똑한 이들은 의심이 가득하다는 데에 있다."였습니다.
그는 아마 100년 후에도 많은 경제학자나 철학자들에게 인용될 것 같습니다. 흥미진진한 책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러셀 스스로 말한 산문 쓰기의 원칙처럼 표현할 가치가 있는 좋은 문체였고, 짧은 단어로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호흡이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독자들이 읽기 쉽게 쓴 에세이여서 그의 역작들도 읽고 싶은 의지도 생겼습니다. 철학이나 인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러셀의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ㅡ 진행자 소감
나에게 함께 읽는다는 것은 확실성을 덜어내어 나라는 그릇의 빈 곳을 만드는 일이다. 이 책의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혹은 이 부분이 내가 생각하는 중요 포인트들이라고 줄 긋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던 나 혼자만의 읽기를 떠나 다른 이들의 발췌와 단상을 이리저리 음미하고, 내 그릇에 옮겨담곤 한다.
함께 읽는다는건 나에게 타인과 대화하는 것, 그래서 나를 조금 다른 색으로 물들게 하는 것.
감사합니다. 덕분에 조금 더 알록달록해졌습니다^^
ㅡ 김*주님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버트런드 러셀이 흥미로운 견해를 펼친 에세이집 두 권이었다.
나에게 의미 있었던 부분은 종교, 정치, 파시즘, 전쟁에 관한 그의 생각이었다. 특히 불가지론자에 관한 글이 인상깊었는데, 내가 기독교에 대해 가지고 있었지만 언어화 할 수 없었던 생각들을 너무나 잘 기술했기 때문이다.
또, 문제를 추상적인 형식으로 변형시켜 생각하는 방법 (과학적 철학)과 정확한 의미를 가진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지적인 중립성을 지켜 정치에서 발생하는 혐오와 증오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이 두가지는 나부터 실천해보고 싶다.
ㅡ 조*아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은 내 기대와는 다른 식으로 흘러가긴 했지만, 러셀의 주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효용성과 효율을 중요시하는 지금의 사회에 무용함과 비생산성을 말하는 사람이라니! 그리고 그것이 이미 90년 전 주장이라니!
그의 말처럼 노동에 대한 게으름, 즉 여가가 예술과 문명을 만들어온 방식이란 걸, 우리는 종종 잊어버린다. 게다가 노동으로 남는 시간이 있더라도 현대인은 핸드폰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여가를 진정 여가답게 심심하게 그래서 반짝이는 뭔가를 쥐고 놀아볼 수 있게 시도하는 일이 더욱 요원해졌다.
러셀이 봤으면 세상은 그래도 진보했고 진보할 거라고 말했을까.
ㅡ 정*영님
숭례문학당에서 여러 모임에 참여했지만 돌아보니 이번 모임에서도 ‘나’를 몰아세우며 오직 ‘나’를 위한 독서였다. 다른 참여자들의 단상을 읽을 여유도 가지지 못한채 빨리 읽고 소감을 남겨야 한다는 조급함과 의무감에 얽매였었다. 같이 읽는 장점이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부분을 배울 수가 있는데, 여전히 내게는 부족했다. 그 부족한 점을 개선해야 하는데, 또다시 아쉬움만 남긴 채 끝났다. 그럼에도 아주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위안하면서 다른 도전도 이어가고자 한다.
4주간 함께 해주신 읽기 도반님들 수고하셨습니다. 특히 엉뚱하고 막 쓴 단상에도 응원과 공감 댓글을 남겨주신 리더님께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날들 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ㅡ서*섭님
철학자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그닥 재미있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작업일 수 있다. 대석학의 깊은 사유를 거친 문장들이 생각이 짧은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것들을 짚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에세이들은 본격적인 철학서가 아니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이야기하듯 쓴 것이라 이해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아 좋았다.
러셀이 어떻게 해서 철학에 관심을 갖고 어떤 연유로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되었는지를 소상히 밝혀 위대한 석학의 삶을 조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한 번도 진리를 탐구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이 없어서인지 그의 글에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철학에 관심이 없는 일반 독자들이 러셀의 저작을 일부러 찾아 읽기는 어려울 것 같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나도 굳이 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철학적 주제를 쉽게 풀어서 명료하게 들려주는 러셸의 글솜씨를 접하면서 글공부에 도움이 되었다. 가능한 간단명료하게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ㅡ오*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