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계양도서관 <정지아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 진행


작가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활 속 말을 채집하는 자,

그 말의 의미를 재빨리 잡아채 그 깊이를 알아보는 자

 

- 숭례문학당, 인천계양도서관 <정지아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 진행 -

 



숭례문학당은 지난 413일 오후 4, 인천계양도서관이 ‘4월 계양 독서문화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한 <정지아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 진행을 맡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1990년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지아 작가는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가 당선됐고, 그동안 소설집 행복, 봄빛, 자본주의의 적등을 펴내며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올해의 소설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지난해 장편소설로는 32년 만에 펴낸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올랐고, 이번 북콘서트를 통해 처음으로 인천 시민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도서관 지하 1층 강당 계수나무홀에서 홍선애 아나운서와의 대담으로 진행된 이날 북콘서트에서 정지아 작가는 이번 책이 독자들로부터 이렇게 좋은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면서 여러 눈 밝은 독자들의 관심 덕분이라며 겸양을 보였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이데올로기의 무게감을 벗고 쓴 책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운 MZ세대가 책 속 유머 코드 잘 받아들여


특히 이 책은 기존의 제 작품이 안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무게감을 벗고 쓴 것인데, 아마도 20~30MZ세대들이 그 점을 높이 사 좋아해 준 것 같다.”면서 반공 교육을 철저히 받은 40대 이후 세대는 빨갱이, 빨치산 같은 말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금기어로 무겁게 받아들이는 반면, 2030 세대는 거기서 자유롭기 때문에 빨갱이, 빨치산 같은 말들의 무게감을 들어낸 제 책의 유머 코드를 잘 받아들인 것 같다.”“2030 세대의 이런 개방성은 그들 부모인 586 세대, 민주화 세대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덕분에 우리 사회의 민도 또한 많이 올라간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정 작가는 책 제목에 얽힌 에피소드도 전했습니다. “원래 제목은 <창작과비평>에서 연재할 때 <이웃집 혁명 전사>였다.”책을 낼 때 출판사 마케팅팀에서 책 제목이 내용과 달리 너무 무거우니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차용해 바꾸자고 해서 바꾼 것인데, “처음에는 이런 차용을 싫어해서 거절했다가 밤새 바뀐 제목을 고민해보니 책 내용과 너무 찰떡같았다.”며 책이 잘 팔린 걸 보면 그때 출판사 제안에 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가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하는 질문에 아버지의 빨치산 이력이 나의 평생을 짓누르고 있어서 젊은 시절에는 내가 아버지 때문에 무거운 짐을 진 것으로 여겼지만, 커서 보니 사람들은 크든 작든 다 자기 짐이 무겁다고 여겨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유시민 작가는 아버지의 유산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니 저를 금수저라 농을 하기도 했다.”사회주의자였던 내 아버지도 인간이었고, “그 아버지가 누군가의 남편, , 동생, 이웃으로 어떻게 살아왔고, 그 삶은 또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그려낸 것이 이번 작품이라면서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편견 없는 평등주의자였다. 동네 조현병 여자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아버지가 처음이었다. 지나가는 개가 가까이 오면 아무리 더러워도 쓰다듬어주셨고, 코흘리개 아이들을 보면 누구 자식이고 할 것 없이 콧물을 닦아주셨다. 돌보지 않는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보살핌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어서 아버지가 빨치산이었단 걸 알았을 때, 나는 인간과 세계에 대해 혐오주의자가 됐다. 어렸을 때 반공 글짓기 대회에 나가 때려잡자고 했던 공산주의자가 아버지라니,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아마 문학과 가까워진 것 같다.”라며 작가가 된 데에도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음을 암시하고, 하지만 지난 시절을 생각해 보면 나쁘기만 한 때는 없었다. 서울에서 살다 구례로 내려가 한동안은 작가로서도 밀려나는 것 같아 힘들었지만 그 시간들을 구례 사람들과 섞이며 잘 버텨왔다. 그러다보니 좋은 글도 쓸 수 있었고. 그때 힘든 시간들을 못 버티고 서울로 튀었다면 이번 작품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든 힘든 때가 있다면, 지금 이때가 지나고 나면

  자신을 좀 더 넓게 또는 깊게 해주는 힘이 될 것이다.”


정 작가는 또 내가 가장 나쁜 시기였다고 생각되던 때가, 빨치산 딸이란 걸 알았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또 그 다음이 구례에 내려간 처음 6~7년간이었다. 초중등학교 때의 방황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었고, 빨치산 딸이라는 점은 내게 한때 족쇄였지만, 거대한 서사가 사라진 지금은, (그래서 작가들이 자의식 속으로 숨어들어갈 때) 한 시대의 고통을 겪어봤기 때문에, 인간과 시대는 뗄 수 없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에, 다른 동년배 작가들과는 다른 글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힘든 때가 있다면, 지금 이때가 지나고 나면 자신을 좀 더 넓게 또는 깊게 해주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 힘든 때가 바로 힘의 시간이 지나고 있는 때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끝으로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에 작가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활 속 말을 채집하는 자, 그 말의 의미를 재빨리 잡아채 그 깊이를 알아보는 자라고 생각한다.”며 구례에 살면서 할머니 한 분이 순식간에 피었다 지는 벚꽃을 두고 쟈는 정이 없어라고 하고, 한 달 이상 피어 있는 산수유를 보고는 갸는 속이 없어라고 할 때, “작가는 그런 삶의 무게가 얹혀 있는 언어를 찾아내고, 그 언어에 이야기를 입히는 자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그런 언어를 모으고,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을 다지며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작가와 사회자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북콘서트는 가수 조다빈, 이재안의 노래 공연이 곁들여져 참석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계양도서관 관계자는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정지아 작가 북콘서트 유튜브 영상을 한 달간 게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시민을 위한 다채로운 독서문화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