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좋다!] “꽃을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그림책이 좋다!]

꽃을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 《미스 럼피우스(바버러 쿠니, 시공주니어, 2017)

 


바버러 쿠니의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의 주인공은 앨리스입니다. 어린 시절 그녀는 어른이 되면 아주 먼 곳에 가보고 싶은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다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서 살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현실로 이룹니다.


앨리스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던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그러던 중 뿌려 두었던 루피너스 꽃씨가 여기저기 퍼진 것을 보고 루피너스 꽃씨를 주문해서 마을 여기저기 꽃씨를 뿌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보고 정신 나간 늙은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바람대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만들 수 있을까요?


차시가 여러 번인 독서토론을 진행할 때 첫 차시 책으로 그림책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을 읽어 올 부담감을 줄일 수도 있고, 첫 만남의 어색함을 좁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첫 차시 그림책 토론의 마무리 소감에는 그림책 토론은 처음인데 그림책으로도 이렇게 토론이 되는군요라는 의견이나, ‘그림책으로 토론이 될까 했는데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라고 말하는 참여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의뢰처에서 의뢰한 강의의 목적에 따라 그림책 선정 방법을 다양하게 하는 편입니다. 필자가 선택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키워드를 계절로 두는 것입니다. 봄에는 리디아의 정원이나 미스 럼피우스로 조금은 부드럽게 첫 차시를 시작합니다. 올봄 아산 탕정도서관에서 진행한 8차시 독서동아리 멘토링 강의에서 1차시 책으로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를 선택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림책을 낭독한 후 나이가 들어서 바닷가 마을에 살게 된 미스 럼피우스는 할아버지가 말한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할 무슨 일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그녀는 루핀 꽃씨를 사다가 여름 내내 들판이며 언덕을 돌아다니며꽃씨를 뿌립니다. 일부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저 정신 나간 늙은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장면을 어떻게 보셨나요?”라는 논제를 주고 참여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데 꽃을 심는 것을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고 하는 부분이 아쉬웠어요라고 한 참여자가 의견을 말했습니다. 강한 울림이 있는 답변이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미스 럼피우스(앨리스)가 하는 행동은 당연히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울림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 학당에서 다양한 책으로 독서토론을 진행하면서 다름을 받아들이는 힘은 커졌다고 믿었는데,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귀를 열어두어야겠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글ㆍ최선화 / 숭례문학당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