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세월》ㆍ《아니 에르노, 이브토로 돌아가다》
한 달 동안 아니 에르노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다. 2년 전 그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처음 알게 되어, 독서 모임에서 두 차례 그녀의 작품을 다룬 덕분에 대충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당시 화제성 때문에 읽어보았다는 정도이지 그녀의 글을 내 것으로 소화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에르노의 작품은 작품 그 자체보다 경계를 허무는 글쓰기 방식의 도전성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사를 통한 자아의 탐구와 발견이 아니라 자전적 글쓰기를 통해 개인사와 사회사를 통합하여 사회의 변모 속의 자아 발견이라는 시도가 특이했다.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노출의 우려를 딛고 자신을 대상화하여 글쓰기의 소재로 삼는 용기가 놀랍다. 하지만 허구나 비유 같은 문학적 도구를 쓰지 않고 반대로 사진과 일기, 편지까지 그대로 노출하는 방식이 나의 취향에 맞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보다 조금 먼저 태어나 동시대를 사는 작가의 사회적 글쓰기 덕분에 그녀의 <세월>이 이미 지나간 사건들의 회고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어서 자신의 세월에 대한 반추를 자극했다. 그녀의 고향 <이브토>가 새로이 프랑스의 이미지와 여행 목록에 추가되었다. 노벨방 덕분에 독서를 통해 사유도 풍성해지고, 여행에 대한 의욕도 불타오른다. 직장에 매이지 않아도 심심할 틈이 없다. 마음속에 내 나름대로 영혼의 지도를 그리며 위대한 작가들의 사유와 족적을 좇는 재미가 쏠쏠하다. ‘쎈 언니’ 에르노의 삶을 슬쩍 들여다본 6월이 간다. — 용*님
프랑스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지만 작가의 개인적 배경과 이브토에서의 어린 시절을 통해서 서민들이 살아가는 프랑스의 사회를 가늠할수 있었다. 어린시절 이브토에서의, 미성숙된 마음에서 오는 감정들의 기억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고 바로잡을 수도 없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마음 상태를 담담히 직면해서 이해하고 인내하고 발효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훌륭한 작품이 나왔을 것이다. 감각이 기억을 박제한다고 했듯이 앞으로 무수히 쌓일 과거들을 위해서 내가 현재 느끼는 감정의 감각들을 조금씩 기록해야겠다. 노벨방에서 쓰는 단상으로 시작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 규*님
밑줄만 그으면서 읽는 것과 발췌를 정리해서 타이핑하는 건 전혀 달라서 새삼 놀랐다. 책을 뒤적여서 발췌 부분을 고르고 키보드로 입력하면서, 구슬을 꿰는 느낌이랄까? 요즘 너무 바빠서 두 권 모두 완독했지만, 단상을 다 못 올리고 가끔 눈팅만 해서 아쉬웠다. — 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