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 북클럽 오랜만의 후기


주경야독 북클럽 33,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모임 후기


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단어는 그 사회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를 처음 읽을 때 상당히 씁쓸했다. 우리 사회의 민낯이 그닥 아름답지 않아서.

자조적인 의미의 '금수저-흙수저'는 물론이거니와 듣는 이의 마음에 큰 상흔을 남길 수 있는 맘충틀딱같은 혐오적 표현도, 저자가 농담처럼 이야기를 시작했던 존버와 많은 이들이 써보고 싶어 하는 '플렉스'라는 단어마저도 씁쓸하긴 매한가지였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는 알겠는데 약간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쓰여진 듯한 느낌(산만하단 의미)과 논리가 미약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상당히 많이 짚고 넘어가는 면이 있어 토론해볼 가치가 큰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경야독 33기 첫 책으로 결정,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책에 대한 북클럽 멤버들의 평점과 소감은 예상한 것처럼 그닥 좋지만은 않았다.

표지와 제목을 보며 기대했던 것과 상당히 달랐다”, “낚인 거 같다는 의견(이 말은 한편으론 출판사가 제목과 컨셉을 엄청 잘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함)도 있었고저자 특유의 문체(징징거림과 유머 코드)와 형식(우리 사회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사회학책 성격을 가진 에세이), 다룬 신조어에 대한 익숙함(대부분 알아서 신선하지 않았다 vs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았다) 등에서 의견이 꽤 갈리기도 했지만, 사람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주었다는 의견이 공통적이었다. 토론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것과 언어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데 가치가 있다는 걸 다들 인정했다. 책에서 다룬 단어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다 보니 2시간 반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두 번의 북클럽 모임을 하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20대 자녀에게 들었다는 요즘 젊은 세대가 ---흙수저를 분류하는 기준에 관한 거였다. ‘흙수저는 내가 부모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태, ‘동수저는 부모를 부양하지 않아도 되고 나도 받을 게 없는 상태, ‘은수저는 부모가 나를 책임져줄 수 있는 상태, ‘금수저는 부모가 내 자식까지 책임져줄 수 있는 상태라는 거다. 자산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건 봤어도 이런 기준은 처음이라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론 이젠 관계마저 이렇게 돈으로 분류하는구나 싶어 씁쓸하지만 그렇게 분류하는 마음에 충분히 공감했다.

맘충, 틀딱, 휴거 같은 배제와 차별을 부르는 혐오 표현을 일단 알게 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 때 자동반응처럼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런 단어 사용을 좀 덜 불편하게 여기게 되면서 어느 순간 입밖으로 내뱉는 순간이 올 수도 있고, 사용이 쉬워질 수도 있다는 점이 위험한 거 같다. 의도하건 하지 않았던 혐오와 차별에 동참하고, 강화하고,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게 되므로.


개인적으로 그 말을 좋아하는지 아닌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틀딱이라는 말을 알게 된 후 기성세대가 잔소리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어딘가 깊은 곳에서 그 단어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중략) 무엇보다 나는 맘충이나 노키즈존이라는 단어가 들불처럼 번진 이후의 우리 사회는 그 전과 결코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여성이나 아동을 향한 혐오가 그 전에는 없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특정한 단어들을 통해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의미다. (6-7)


생각해보면 혐오적 표현이나 문제 있는 표현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며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던 말들이 점차 다른 단어로 대체되는 것처럼 (미혼 대신 비혼이 사용된다거나 동반자살 대신 자녀 살해 후 자살이란 말로 바꿔 쓰는 식으로) 사회적 자정 작용에 의해 지금 우리를 씁쓸하게 하는 단어들도 또 그렇게 사라지고 바꿔나가게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에 살포시 희망을 품어보게 되었다.

모두가 함께 다짐한 건, 신조어에 대해 들었을 때 누가 만든 거지?’ 하며 의심해보고, ‘어떤 맥락에서 이런 단어가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거지?’ 하고 따져보고, 질문을 던지며 알아보기 위해 노력해보겠다는 것!

역시 독서모임을 하면 읽을 때보다 몇 배 더 많이 깨닫고 얻어간다는 걸 새삼 느낀 시간이었다.

 

/ 이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