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내 삶을 사랑하는 첫 번째 작업”
─ 인천 연수도서관 20주년 기념 은유 작가 초청 온가족 북콘서트 ─
숭례문학당은 지난 3월 30일 오후 2시, 인천광역시교육청 연수도서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은유 작가(위 사진 오른쪽) 초청 온가족 북콘서트 ‘삶을 위한 글쓰기’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인천 연수구 소재 연수도서관 다목적강당에서 진행된 이날 북콘서트는 숭례문학당 김신 강사가 사회를 맡고 은유 작가를 좋아하는 시민들 약 80여명과 함께 작가의 글쓰기와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누구나 살아온 경험으로 자기 글을 쓸 수 있을 때, 세상이 나아진다는 믿음으로 여기저기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한다’는 은유 작가는 그동안 함께 읽고 쓰는 일을 전하는 《글쓰기의 최전선》,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에 관한 《쓰기의 말들》, 여성의 삶을 풀어낸 산문집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출판노동자들의 삶을 포착한 인터뷰집 《출판하는 마음》 등을 썼고, 최근에는 그가 읽고 줄 친 책들에 관한 책 편지 《해방의 밤》을 펴냈습니다.
살아온 이야기를 쓸 때 좋은 글이 나온다
북밴드 스와뉴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북콘서트에서 은유 작가는 “요즘은 글쓰기가 많이 대중화됐지만, 전에는 지식인이나 전문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며, 그래서 “내가 글을 써도 되는 사람인가? 내 생각, 내 일상은 너무 사소하게 느껴져 그것이 글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많이 했다”면서 “글쓰기는 고유한 것이 중요하다. 개개인의 삶은 다 고유하고, 내 삶은 누구와도 같지 않다. 자기가 살아온 경험, 이야기를 글로 쓸 때 가장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글은 자기가 자기다워질 때 가장 좋은 글, 진실한 글을 쓸 수 있어요. 제가 쓴 《쓰기의 말들》에 좋아하는 문장이 있어요. ‘그냥 사는 사람은 없다.’ 평소에는 대개 그 사람이 이룬 업적이나 사회적 지위, 노력의 결과물로 삶을 평가합니다. 어떤 삶이 열심히 산 삶인지, 아닌지…. 그래서 내 삶은 너무 평범해, 저 사람은 특별해, 이런 위계가 작동합니다. 하지만 이런 위계가 글을 쓸 때는 작동하지 않아요. 제 아무리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고 있어도 글은 또 되게 알맹이가 없을 수 있고, 저 사람은 너무 평범하고 눈길이 가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묵직하고 현실을 제대로 담은 글을 쓰기도 합니다.”
글쓰기를 독학으로, ‘혼자 부단히 쓰고 연마하며’ 배웠다는 은유 작가는 또,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글을 쓰면 자기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 살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사는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이사 용기를 냈답니다. 글을 쓰면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끝낸 분도 있어요. 결혼도 이혼도 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죠. 글을 쓰면 삶의 방향을 새롭게 잡고,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조금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삶에 숙연해지기도 하고. 글쓰기를 하면, 자기가 자기 자신의 조언자가 될 수 있어요. 저는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글쓰기는 내 삶을 사랑하는 첫 번째 작업
그럼, 은유 작가는 글쓰기를 어떻게 정의할까?
“글쓰기는 내 삶을 사랑하는 첫 번째 작업입니다. 저는 내 삶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아니면 글을 안 쓸 것 같습니다. 글쓰기는 자기 언어를 만드는 작업이죠. 쉽지 않습니다. 마음속에서는 뭔가 몽글몽글 터져 나올 것 같은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쓸 게 없어 보여요. 그런데, 그 쉽지 않은 일이 나를 인간다움의 길로 데려다 놓습니다. 전에는 그냥 되는 대로 살았는데, 글을 쓰면서는 내 생각을 조금 더 붙들고 늘어질 수 있게 됐어요. 생각에 집중하게 된 거죠. 그런 집중력으로 내 언어도 만들고, 타인도 이해할 수 있어요.”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어떤 학인은, 평소에는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없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것도 있네, 하는 걸 알고 느꼈다고 해요. 이처럼, 글은 생각을 집중하게 만들고, 나를 알고 타인을 좀 더 잘 알게 합니다. 생각의 균형을 잡아주고, 타인의 입장, 타인의 마음에 건너가 보게 해요. 글쓰기가 나를 사랑하고, 타인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그러니, 생을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인 거죠.”
“글쓰기가 삶에서 중요하지만, 어떤 글을 쓰느냐는 더 중요합니다. 이 글이 공동체에 어떤 기여를 하느냐, 그게 중요하죠. 내가 어떤 글을 쓰면, 그 글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요. 도움이 되는 글이어야 합니다. 떡볶이 가게를 예로 들죠. 떡볶이 가게는 배고픈 사람들을 먹여요. 사람들에게 100% 도움이 됩니다. 안 읽고 안 쓰고는 살 수 있지만, 안 먹고는 살 수 없으니까요. 떡볶이 사장님은 매일 가게 문을 열고 사람들을 먹입니다. 그 성실함을 본받아야 해요. 나도 그렇게 누군가의, 영혼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떡볶이 사장님이 굉장해 보여요.”
은유 작가는 이날 참석한 독자들의 질문마다 친절히 답변하고, 행사 완료 후에도 늦은 시간까지 사인을 요청하는 분들의 요청에 기꺼이 응해 주었습니다. 은유 작가의 글이 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한편, 연수도서관은 행사에 앞서 연수중학교 다문화 친구들이 직접 읽어주는 ‘연수중학교와 함께하는 러시아 동화책 낭독’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낭독 그림책은 지난 2023년 연수중학교에서 발간한 도서 《10원으로 뭐하지?》로, 다문화 친구들이 러시아로 번역하고 그림도 직접 그려 만든 동화책이라고 합니다.
글ㆍ배윤 / 숭례문학당 말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