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익어가는 시간
#1.
허기가 졌고 포만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독서토론과 작심삼일 글쓰기는 때때로 시도한 적 있지만 지속적인 일로 삶에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커리큘럼을 찾아보던 중 수민쌤의 교양 북클럽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의 인기는 익히 알고 있었고 카톡 토론에 줌 글쓰기는 생소해서 눈팅만 하다 몇 개월 만에 두둥~ 신세계에 발을 들였다.
#2.
카톡 토론
손도 생각도 느린데,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일단 책을 읽고 논제를 받았을 때 생각을 대충 정리해 본다. 첫 시간엔 복사+붙여넣기만 반복, 다른 선생님들 글을 읽어보지도 못하고 한 시간이 후다닥~.
줌 글쓰기
실타래를 풀듯 생각을 풀어본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지만 밥은 못 되도 어쨌든 죽밥이어도 제출한다. 잘 짓고 못 짓고는 중요하지 않다. 갈수록 밥물 조절이 더 쉬워지겠지요.
토론 다음날
다른 선생님들의 예리하고 다양한 시각에 산발머리처럼 뻗쳐버린 나의 생각들을 매만진다. 말로 내뱉고 뒤돌아서면 기억이 까무룩한데 텍스트로 남아 있으니 언제나 꺼내보며 매만질 수 있다. 참여한 선생님들 모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글쓰기와 사유의 스승이다.
#3. 네 권의 책
낯선 세계에서 이웃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해 본 숀 탠의 『도착』, 김주혜 작가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고서는 야수의 시대를 관통하면서 깊게 베어진 생채기에도 희망을 뿌리내릴 수 있는 단단한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장황해버린 말들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하고 싶은 말보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게 해준,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은 꿈인지 현실인지, 애정인지 거짓인지 헷갈리는 현실에서 진실을 가리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았다.
#4. 생각이 익어가는 시간
강력분(정리되지 못한 나의 생각들)만으론 빵을 만들 순 없지만 이스트, 우유, 설탕, 무염버터 등 다른 재료들과 섞이고 발효의 시간을 지나 식빵(글)으로 잘 익어간다. 익히지 않은 날것의 생각이 섞이고 발효되어 사유의 문장이 된다.
오븐을 열어져 칠 때 터지는 고소하고도 달콤한 버터 향은 나를 들뜨게 만든다. 야들야들 쫀득쫀득 배부르게 먹고 포만감이 더해진다. 늦은 밤에 즐기는 글 잔치.
#5. 추천
- 순발력 있는 글짓기를 원할 때
- 변화가 필요할 때
- 배고픈 사람들은 모두 와서 글의 만찬을 즐기시길~
─ 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