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처럼 쓰기> 17기 한강 3부 참여 후기


"한 작가를 오랫동안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글을 쓰는 시간들이 즐거웠다"



작가처럼 쓰기, 한강 작가 편’ 1, 2, 3부 모두 참여했다. 한강 작가와의 열 두 번의 만남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지속적으로 만나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친숙함을 넘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것 같은 친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길을 가다가 한강 작가님을 우연히 만나더라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한강 작가님의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과, 오랜 시간 계속해서 글을 써 가는 꾸준함과, 한결같은 성실한 삶의 자세를 닮고 싶어요라고 말할 것이다.

한 작가를 오랫동안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글을 쓰는 시간들이 즐거웠다. 마감일 엄수라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이 모임을 계속 하다 보면 그러한 중압감마저 즐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아니, 이미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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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는 물체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이 곁에 있어 빛이 되고 그림자가 된다. 한때 빛이었던 존재들은 기억할 사람이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친구이자 첫사랑인 남편을  잃게 되고, 나의 대부분의 존재를 증명해 줄 무언가를 상실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라 할까? 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가게 될까? 서늘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햇수로는 3! <작가처럼 쓰기> 시간에서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리 깊이 보고 넓게 볼 수 있는 행운의 날들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나는 나를 위해 하는 일은 최대한 미루며, 정작 마감에 임박해서는 온갖 핑계들이 꼬리를 물어 비굴해지는 느낌을 가지지만 그럼에도 나를 위해 애쓰며 증명하지 않기로 합니다. 천변길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샘물에서 시작한 지류천들이 모여 한강으로 흘러가듯 물길은 저 가고 싶은 곳을 따라 흐를 테니까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시간 쪼개어 허락되는 대로 책을 읽고 작가처럼 쓰기를 하겠습니다. 작아지는 나를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오수민쌤, 도반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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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연에는 우연이 있다. 우리의 관계는 내 관심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우연히 찾아온 관심사가 달라지면 인연도 달라진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법칙이다. 만일 내가 그 작은 흥미의 새싹을 짓밟았다면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모르는 사람이었을 테지만, 나는 나의 보잘것없는 욕망을 보살폈다. 나는 그저 써 내려갔고, 내가 써 내려가는 시간에 멀리서 다른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는 그들도 써 내려갔다. 나를 격려하는 그들을 나도 격려했다. 서로의 눈빛이 따뜻해서 언제나, 필연적으로 서로의 글이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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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을 다해 지켜본 연후에 글을 쓰는 한강 작가를 만나는 시간은 언제나 그 밀도가 높다. 다소 무거운 회색빛의 세밀하고 섬세한 쓰기가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가는지, 작가가 그것을 얼마나 치열하게 쓰는지를 매번 느끼게 된다.

한강의 문장은 가슴을 후벼판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들을 깊이 들여다 보고 또 보고서 우리 앞에 펼쳐 보여주는 탁월함에 경외를 보낸다. 간절함이 두루뭉술해지는 사이 글쓰기는 점점 더 빈곤해지지만 반짝이는 무엇을 찾게 되기를 바라며 늘 그 자리에 있고자 한다. 그 마음 언저리에 나의 글쓰기에 대한 갈망이 빗금처럼 각인되어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선 성실한 독자 되기, 더불어 꾸준히 쓰기. 그렇게 시간의 겹을 더하는 것에 주저함 떨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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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쓰기>를 통해 한강 작가 작품을 열두 권을 세 번에 걸쳐 함께 읽고 썼다. 난해한 문장이 계속 나의 영혼을 강타했고,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황망했던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진행자인 오수민 선생님이 완주한 참여자에게 주시기로 약속하신 선물이 기대되어 꾸역꾸역 빈 작문을 빼곡하게 채워 나갔다.

이번에는 3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작문에서 가장 휘청였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어렵기는 했지만, 오히려 서로의 작문을 보면서 더 큰 감탄과 감동, 감격을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평론가(비슷한 사람이더라도)가 보았다면 정말 코웃음을 쳤을지 모르지만, 우리끼리는 서로의 시를 보면서 마냥 행복하고 즐거웠다. 서로의 작문에 찬사를 날리고 나 또한 찬사를 받았다. 어려운 문장들이었기에, 그 문장들로 잉태한 작문 한 문장 한 문장이 한층 더 빛났다. 함께 쓰는 시간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쁨의 호사를 누리지 못했을 거다. <작가처럼 쓰기>는 내게 영원하다!

━ 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