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독서 2기>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함께 읽기 참여 후기


성장 독서로 얻은 '성장통'... 함께였기에 완독할 수 있어  




책장에서 1년 넘게 있었던 책을 드디어 읽어내니 뿌듯합니다.

이끌어 주시고 함께하니 그 힘으로 해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책 읽기가 하루의 일상에 자리 잡아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또 하나를 배워 생각이 넓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끌어 주신 선생님과 함께했던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

— 유*

 

<안나 카레니나>를 소장한 지는 벌써 수년째이다. 책장에서 먼지가 쌓여가고 흰 종이가 약간 누렇게 바랠 때쯤, <성장 독서 2>를 만나 먼지를 털어낼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이 책을 왜 구매했는지부터 떠올려 보았다. 아마도 예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테스> 때문일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테스>와 비슷하게 사회적 약자인 여자가 비련의 주인공일 것이라는 그런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완독을 해보니, 단순한 비련의 여주인공만은 아니었던 안나,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레빈과 그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키티, 성격 좋은 스티바와 돌리 부부, 조금은 쓸쓸할 것 같은 세료자와 알렉세이 부자,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브론스키, 그리고 드넓은 밭을 일구고 있을 노동자 등이 마음에 남는다. 55일 동안 완독을 해낸 나 자신이 뿌듯하고, 3달 동안 <안나 카레니나>를 함께 만나주신 2기 선생님들과 아무 말 단상을 써도 찰떡같은 피드백을 담아주신 신은하 선생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 세*님

 

출퇴근 시간 20분씩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었는데도, 평소 독서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서인지 하루 1시간가량 책을 읽고 발췌와 단상을 적어 내는 일이 참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은하샘의 따뜻한 응원과 함께 읽어 주신 샘들 덕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참아내고 잘 읽어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56일이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네요. 정말로 올해 한 일 중에 <안나 카레니나> 책 읽기 모임을 선택한 것이 가장 잘 한 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형*

 

처음 시작할 때 세 달이라는 시간에 대한 부담이 벽돌 책 세 권의 두께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졌는데 이 또한 지나가는군요.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맹위를 떨치던 올여름 더위를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해 주신 성장 독서 2기 샘들께 깊은 동지애를 느낍니다. 서정적인 풍경 묘사에 현장에 있는 듯 평온을 느끼고,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에 대한 절묘한 표현에 감탄도 했지만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안나의 열정과 숨막히게 하는 질투와 변덕에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초중반 지칠 만큼 지지부진한 전개와 8부의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으로 레빈의 철학적 고민을 급하게 마무리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의 상황이나 문화, 시대의 여러 문제를 바라보는 톨스토이의 시각을 훑어볼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러시아 소설은 '이름부터가 장벽'이라고 말씀하신 샘도 계셨는데, 이번 독서를 통해 그 이름이 꽤 익숙해진 것이 가장 피부에 와닿는 수확인 것도 같습니다. 사실 좋아하는 작가 김영하가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책'이라는 광고에 혹해 겁도 없이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저도 무인도에 간다면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복해서 읽어도 늘 새 책을 읽는 느낌을 줄 것 같습니다. 아마도 혼자 읽었으면 석 달이 다 되어오는 지금도 1권의 후반부에 책갈피를 끼워두고 곁눈질을 하면서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며 동료의식을 느끼게 해주신 샘들, 그리고 선두에서 길 안내를 소홀히 하지 않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은하 샘. 모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네요.

— 도*

 

비문학 도서에 편중되어 있던 독서 습관을 깨어보고 싶었고, 살면서 한번은 대문호의 고전을 읽어야 하지 않겠냐는 스스로에 대한 암묵적인 압박감이 이번 모임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꾸준히 읽고 인증하시는 분들, 너무나 존경스럽고, 신은하 선생님의 따뜻한 리더십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다른 모임들이 몇 가지 동시에 이루어져서 중간에 속도를 놓치기도 했고, 사실 비문학에 비해 단상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긴 호흡의 문학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 힘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주*

 

신은하 선생님과 함께한 여러 샘들 덕분에 드디어 안나 카레니나를 다 읽은 사람이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초등학교 때 톨스토이의 단편들 문고판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것이 첫 만남이었는데, 지난 성장 독서 1기에 이어 또 다른 큰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톨스토이가 이렇게나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정치 사회 문화 역사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임에 정말 놀랐어요. 읽어 내려가며 그 당시 러시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네요. 무엇보다 레빈, 안나, 돌리 등 여러 커플들의 서사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방대한 분량임에도 술술 읽힐 만큼 탄탄함이 느껴졌어요. 처음부터 레빈에게 마음이 갔고, 마지막에 ''의 의미를 깨닫는 삶을 살게 되는 성장을 이루었을 때는 박수 쳐 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역자 해설에서 단편적인 인물이 없다는 글을 보았는데, 정말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심리 묘사도 탁월했던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단상 쓰기 힘든 날도 많았고, 그래서 며칠 밀린 적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다 읽어내서 정말 뿌듯하네요. 이 책을 읽은 것 자체만으로도 무언가 조금은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은하 선생님,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다른 2기 멤버분들도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좋은 글들 읽으며 많이 배웠어요. 고맙습니다!

— 수*

 

드디어, 오늘로 안나 카레니나성장 독서가 끝납니다. 마지막 날, 솔직한 심정은 시원하다!’입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던 7월 초에 시작해서 좀 늦게 찾아온 가을로 접어든 9월 말까지 소설 속 인물들이 지지고 볶았던 것처럼, 제 생활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돌아보니 성장 독서에 참여한 기간이 가장 뜨거웠던 여름과 거의 같아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1<이반 일리치의 죽음> 함께 읽기에 참여하고 나서 작가 톨스토이에 대한 관심이 생긴 이후 고전 문학 중에 작품성으로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다는 <안나 카레니나> 읽기에 참여할 때는 설렘 조금과 도전정신이 함께 섞여서 시작했습니다. 워낙 문해력도 약하고 최근에는 장편소설 같은 긴 글을 읽는데 인내심도 떨어져서 걱정도 있었습니다. 읽는 동안 때로는 안나와 레빈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화를 돋우기도 했고 역자가 이야기했듯 별로 중요하지 않은 러시아 사회 이야기들이 산만하게 진행되면서 몰입도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신 도반들과 마치 내 몸에 밧줄을 묶고는 힘들 때마다 열심히 끌어가신 리더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의 정석 같은 두께의 <안나 카레니나> 3권을 넘겨봤습니다. 어느 시점부터 밑줄을 긋다가 귀찮아서 건성으로 넘긴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톨스토이와 함께 1870년대 러시아를 잠시나마 방문해서 그 시대 사람들과 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끔 까칠하고 독특하지만, 따뜻한 마음 씀씀이와 성실함으로 무장한 레빈을 응원한 것 같습니다. 어설프고 급하게 쓴 단상을 돌이켜보니 비극적인 안나보다 오히려 레빈을 응원한 내용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1~2기 성장 독서에 참여했지만 내가 얼마큼 성장했나 자문해 보는데 성장은 안 하고 매일 성질만 낸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명현 현상이라는 게 있는데 혹시 성장 독서를 통해 얻은 성장통은 아닐까라고 위로를 해봅니다. 다시 한번 덕분에 잘 마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함께 한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내 드리며 이만 내려갑니다.

— 준*

 

소감을 남기려니 안나 카레니나 함께 읽기가 비로소 끝났음을 실감합니다. 두꺼운 책을 읽어냈다는 성취감이 들 법도 할 텐데 그것보다는 약간의 허탈함이랄까요, 아쉬움이랄까요, 뭔가 더해지고 나아갔다는 기분보다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는 듯한 매우 레빈적인느낌입니다. 오늘 저는 난생처음으로 낫을 쥐어 보았습니다. 하얀 빛을 띠며 날렵하게 날이 선 것이 아니라 이게 과연 뭔가를 벨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지금이라도 민속박물관의 한구석에 두고 온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몰골의 낫이었어요. 모든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낫을 들고 들깨밭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시죠? 레빈의 풀베기를 조금이라도 느껴 볼 수 있는 이 기회를 바라만 볼 수는 없었으니까요. 요령을 설명 들은 대로 들깨 줄기의 밑동을 한 손으로 휘어잡고 낫을 줄기의 대각선으로 향하게 해서 힘을 주어 쳐냈습니다. 쳐내졌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정신 차려 보니 저는 낫으로 도끼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제 곁에는 들깻단이 제법 쌓여갔고 목덜미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운이 좋게도 몇 번은 낫을 쳐내기도 했고요. 책을 읽고 머리를 쥐어짜며 단상을 쓰고 하는 일이 즐겁다가도 어느 날은 이게 무슨 의미가 있고 나를 더 성장하게 하는 것이 맞을까? 이러한 미약한 몸짓이 초라하게 끝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낙담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저는 여전히 낫으로 도끼질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제 주위에는 오늘처럼 들깨 단이 조금씩 쌓일 거예요. 잘 이끌어 주신 은하샘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같은 책을 읽고 단상을 공유해 주신 다른 분들에게도 감사드리고 함께여서 그 더웠던 여름이 의미 있었고 행복했다고 말씀드립니다.

— 지*

 

7, 8, 9... 역대급 찌는 듯한 폭염을 견뎌내며 하루 4시간 전철 통근과 30도가 넘어가는 사무실 온도, 그리고 계속 몰아치는 업무와 개인적 문제들의 폭풍 속에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안나 카레니나를 선택했어요. 이미 다른 독서모임 2개를 진행하고 있다는 건 문제가 아니었어요. 매일 인증은 못해도, 다른 분들 단상을 보며 저도 힘 받고 따라갈 수 있으니까요. 안나 카레니나의 이름을 몇 번이나 들었지만, 제 마음에 훅하고 들어온 건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라는 책과 영화 덕분이에요. 아웃사이더처럼 보이지만, 고전을 읽으며 내면의 지성을 쌓는 빌딩 관리인으로 일하는 여자 주인공의 self esteem을 지켜주는 그 책은 뭘까 하고 궁금했는데, 이제서야 오랜 숙제를 풀었어요. 저도 지금 속한 조직에서 항상 아웃사이더임을 느끼며 버텨가는데, 고전을 읽는 것으로 제 자존감을 지키고 싶었거든요 실연을 한 레빈이 농장에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낫을 베는 장면에서 참 건강하다고 느꼈어요. 책을 읽는 저한테까지 그 상쾌함, 노동의 신성함이 전해져왔으니까요. 밥벌이의 고달픔이 없었다면,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택하지 않았을 책이었을 거예요. OTT, 맛있는 음식도, 그리고 친구와 수다도 주지 못한 위로를 이 책을 읽는 시기 동안 받았어요. 충실히 단상을 쓰지 못한 것은 오랜 짐이었지만, 그래도 독서모임에 붙어있었기에 완독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