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작가, 인천 연수도서관 북콘서트에서 만나다


소설가는 엉덩이가 가벼워야 한다

  

<혼모노> 성해나 작가, 인천 연수도서관 북콘서트에서 만나다

독자와 함께 작가와 작품, 분리할 수 있나등 대화

 

 

인천광역시교육청 연수도서관이 지난 13일 토요일 오후, 최근 문학 독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성해나(사진 오른쪽) 작가를 초청, ‘온 가족 북콘서트강연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연수도서관이 매년 열고 있는 이 행사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이 온 가족과 함께 즐겁게 독서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예술 사업입니다. 

이날 초청 강연 손님으로 온 성해나 작가는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오즈>가 당선돼 등단했습니다.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혼모노, 장편소설 두고온 여름을 펴냈습니다.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였고, 예스24가 선정한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연수도서관 다목적강당에서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열린 이날 북콘서트는 120여 명의 많은 독자가 자리를 잡은 가운데 화제의 소설집 혼모노를 중심으로 작품과 작가의 세계관에 대한 대담과 질의응답으로 진행됐습니다.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이 전체 기획과 진행을 맡은 이날 행사는 권인걸 독서문화기획가가 사회와 대담을 맡았고, 원종수연 두 싱어송라이터가 음악을 맡았습니다.

 

작품과 작가, 분리할 수 있나? 예술에서 윤리는 포장될 수 없다

 

이날 성해나 작가는 작품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에서 사생활 논란을 겪는 예술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주인공의 궤적을 따라가며 작품과 작가를 분리해서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시작했습니다.

성해나 작가는 캐나다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의 작품과 그의 사생활 논란을 예로 들며 작품은 좋지만, 누군가의 고통으로 쌓아 올려진 작품이라면 그것이 과연 필요한가고민에 빠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술에서 윤리는 포장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의 고통이 환희나 감동으로 정화되는 순간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작가 자신 또한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해도, 내 행동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작품 <스무드>에 대해, 이 작품을 두고 어떤 정치적 소재를 다룬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어떤 정치적 스탠스를 취해서 쓴 게 아니다"라고 밝히고, 독자들이 작품을 오독(誤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주인공이 바라보는 한국은 우리가 가장 감추고 싶은 흔적이기도 하다, “외국인에게 한국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소설가는 엉덩이가 가벼워야 한다세상과 더불어 호흡해야



 

표제작 <혼모노>에 대해서는 이 작품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자기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결과와 성과가 중요한 시대지만, 나를 온전히 인정하는 것, 남들이 가짜라고 해도 내가 스스로 나를 인정해주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성해나 작가는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진짜를 쓰고 있는 걸까?’ 스스로 질문해 본 적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소설은 픽션이고, 픽션이라는 말 자체가 허구라며, 그렇지만 그 허구의 세계를 그릴 때에도 취재와 인터뷰로 빈틈을 메워나가야하고, 그런 점에서 소설을 쓰는 사람은 몸을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설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이런 말이 있어요. 작가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야 한다는 뜻인데, 저는 반대로 소설가는 엉덩이가 좀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이 다녀야 하니까요.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세상 밖으로 나가서 세상과 더불어 호흡하고 행동하면서 작품을 쓰는 게. 그리고 그렇게 쓴 소설이 내가 추구하는 진짜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이어서 나온 <구의 집 : 갈월동 98번지>에 대한 질문에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을 다루었다고 답하고, “건물은 훼손되고 녹슬어도 그 속에 깃든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기억해야 할 역사는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작가는 이와 관련해 중립에 서는 사람들이 어쩌면 가장 위험하다, “차라리 극단에 서더라도 중도를 취하고 싶지는 않다고 전하고, “중립은 가해자에게만 이로울 뿐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소설가 엘리 위젤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문학은 질문이 수반하는 공간작가와 독자는 연대한다

 

건축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는 소설과 건축은 짓다라는 말을 공유하듯 닮은 점이 많다소설을 설계하는 것과 건축을 설계하는 것도 많이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구의 집 : 갈월동 98번지>에서 주인공은 인간을 위한 공간을 짓는다고 말했지만, 그 공간은 인간을 고문하는 공간이었던 것처럼 작가 역시 나름대로 인간을 위한 좋은 글을 쓰고자 하지만 독자가 오독해 메시지를 잘못 읽을 수도 있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모든 독해는 오독이 작용한다는 말로 답변했습니다.

오독(誤讀)은 사실 피할 수 없어요. 오독은 작품을 확장해주기도 하고, 반대로 납작하게 만들기도 해요. 누군가한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왜곡되기도 하죠. 저는 문학이란 질문이 수반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만든 빈틈을 독자가 함께 채우는 방식으로 연대하고 있다고 여겨요. 오독은 인간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해요. 좋은 방향에서든 나쁜 방향에서든. 내가 모르던 것을 이해하려 애쓰고, 그렇게 애쓰면서 읽으면 좋겠습니다.”

 

집필은 집에서 한식 뷔페 같은 여러 가지 제공하고 싶다

 



성해나 작가는 독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조세희, 이청준 작가를 좋아하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사회와 통증을 함께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작가는 또 집필 습관에 대해 글은 주로 집에서 쓰며, 하루에 2~3시간은 반드시 쓰려고 루틴을 정해두었다면서 체력이 중요한 만큼 하루 30분 정도는 꼭 운동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집필 과정에 대해서는 소설 속 인물에 이입하는 시간이 길다. 인물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쓰기 때문에 더 알고 싶어져 글을 이어가게 된다고 설명하고, “결말까지 구상한 뒤 글을 시작하지만, 인물은 종종 처음 설정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작가는 또 독자들이 제 소설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기 어렵다독자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기에, 여러 선택지를 담은 한식 뷔페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2시간여에 걸친 대담을 마무리하며 성해나 작가는 독자와 만나는 자리는 언제나 고맙고 감사하다제 작품을 읽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독자들의 마음에 늘 감사드린다는 인사로 뜻깊은 시간을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