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 리더과정> 64기 수료 후기


"문장 사이를 헤엄쳐 다니며

숨겨져 있는 조개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웠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독서토론을 하는 사람과 독서토론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저자가 말하는 의도까지 속속들이 아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같은 책으로 토론을 하다보면 숨겨져 있던 의도가 하나씩 밝혀지며 저자와 합작한 나만의 책으로 완성된다. 한 권의 책에 내 사고와 경험,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들이 버무려져 기억에 굳건히 남는다.


토론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논제다. 숭례문 학당에서 진행하는 ‘독서토론 입문과정’에서 논제의 역할을 제대로 알았다. 책을 읽으며 인물들이나 사건의 연관성을 제대로 챙겨보지 않았는데 논제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특히 예리하게 파고드는 발제문은 토론의 깊이를 다르게 만들 수 있었다. 책을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문장과 사유에 숨어있는 조개를 따고 진주를 캐고 싶었다. 반짝이는 진주를 캘 수 있는 도구가 발제문이다. 나도 이런 논제를 만들어서 현재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임에서 적용해 보고 싶었다. 독서토론 입문과정을 두 번 듣고 험난하다고 알려진 ‘독서토론 리더과정 64기’에 등록했다. 


독서토론 리더과정 64기, 결론은 험난했지만 즐거웠다. 리더 과정은 한주동안 한권의 책을 읽고 무조건 논제를 내야하는 어마 무시한 작업을 한다. 뿐만아니라 R(Reading), W(Writing), S(Speaking)을 유기적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책을 읽고, 논제를 만들고, 말하기를 지속적으로 한다. 책은 문학과 비문학으로 병행하며 사회와 사람을 탐구했다. 나는 8주간 하루 24시간을 쪼개 책을 읽고 논제와 싸웠다. 논제 제출 후에는 최병일 선생님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피드백이 이어지고 다시 논제를 구성한다. 


선생님은 “정답은 집중력과 지속력입니다. 지속하면 나만의 콘텐츠를 가질 수 있어요. 뭐든 꾸준히 하면 기회가 옵니다.”라고 1강에서 말씀하셨다. 이 말씀이 우리 64기를 꾸준하게 지속시킨 힘이다. 64기 열두 명의 멤버는 각자 다양한 색깔로 논제를 만들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논제를 만들어 풍성한 토론을 이끌고 싶은 공통된 마음으로 만났다. 똑같은 책을 가지고 각자의 환경과 삶의 역사가 만나 다른 세상을 보았다. 이 과정을 통해 문장 사이를 헤엄쳐 다니며 숨겨져 있는 조개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웠다. 내가 토론하고 싶은 논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토론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마음에 박혔다.


책을 읽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답을 얻기 위함이다. 그리고 논제와 토론은 더 깊고 넓은 관점으로 그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이제 난 독서토론 리더과정을 들은 사람과 듣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가장 생산적으로 삶을 나누는 방법은 독서토론이다. 그리고 독서 이후 개개인의 능동적인 삶이 따라온다. 책을 좋아하고 토론을 좋아한다면, 삶을 더 생생하게 만들고 싶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라면 냉큼 독서토론의 세계, 그리고 ‘숭례문 학당’의 독서토론 리더과정에 등록하시기 바란다.

(민*숙)





사유하는 삶을 지향하며

‘독서토론 리더과정’을 수강하고


지난 겨울 8주 동안 숭례문학당에서 진행하는 ‘독서토론 리더과정’을 온라인으로 수강하였다. 온라인이었지만 주마다 책을 읽고 논제를 뽑아 제출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벅찬 과정이었다. 주제도서가 읽은 책들이라서 좀 가볍게 여긴 탓도 있었다. 더구나 이미 지인들과 토론도 하고 감동깊게 읽은 책들인데 논제를 뽑으려고 하니 무척 어렵게 다가왔다.

‘독서토론 리더과정’은 토론 리더로서 논제를 만들고 스피치를 실습하는 등 토론에 핵심이 되는 역할을 학습하는 과정이다. 강사님의 연륜에서 묻어나온 노하우와 학우들의 열정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피드백으로 내적․외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라고 여긴다. 

이번 강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주제도서 《책 읽어주는 남자》를 논의한 시간이었다. 출간된 당시 소설을 흥미롭게 읽었고, 영화로 제작되었을 때도 소식이 반가워 챙겨 보았다. 다만 영화는 소설 속 촘촘히 읽히는 인물들의 내면 세계를 담아내지 못한다고 구시렁거렸다. 소설 속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가슴 아프고, 그들을 황폐화시킨 역사를 원망했다.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는 개인적 사랑의 배경에 물든 ‘과거사 청산’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토론 논제를 생각하며 읽은 소설은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세월 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소설 속 에피소드, 그리고 저마다 인물들의 의미를 알아챘다. 그리고 ‘문맹’에 대한 소설의 의미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논제 코칭 수업 후에는 ‘한나’와 ‘미하엘’의 관계에 대한 해석도 들을 수 있었다. 

“무지는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무사유는 용서할 수 없다. 무지는 지식의 부정이지만 무사유는 의미의 부정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김누리씨 칼럼(2023.1.31.)에서 이 글을 만났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 한나 아렌트의 말이다. ‘무사유’에 대해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지만 미하엘이 한나에게 개인적인 편지를 쓰지 않은 것도, 마지막 한나의 선택도 그에 대한 자기 반성일 것이다.

토론 논제는 자칫 수다로 빠질 수 있는 독서토론이 텍스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독서토론 리더과정’은 논제를 중심으로 토론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을 세심하게 알려준다. 토론 논제 작성법을 배웠고, 1분 스피치로 생각을 정리하며 말하는 태도를 배웠다. 첫 강의에서 강사님은 “꾸준히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리더과정’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학우들은 ‘독서토론 심화과정’으로 이어나간다. 사유하는 삶으로서 논제 만드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박*옥)




‘비경쟁 독서토론’의

신세계를 만나다!


몇 년 전 도서관에서 ‘비경쟁 독서토론’이라는 토론방식을 알게 되었다. 강의 시간에 선생님께서 각자의 생각을 발표하라고 하면 망설이면서 쭈뼛거렸다. 독서력이 낮다고 스스로 진단하면서 위축되고 주눅 들었기 때문이다. 발표를 독려하는 선생님 때문에 어리바리하게나마 의견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반박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마음이 편했다. 어떤 의견이라도 환영받는 분위기 덕분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런 자신감이 숭례문학당 ‘독서토론리더’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한 동력이 되었다. 내친김에 어디까지 내가 발전할 수 있나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한몫했다. 64기 동기들 면면을 보니 교육에 종사하는 젊은 전문인이 많았다. 자기소개 시간에 나이 많음에 주눅 들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나이가 많음을 자랑이나 약점인 듯 말하는 것은 공부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나 역차별의 벽을 스스로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과 담을 쌓고 산 지 이십여 년이 넘었기에 수업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첫 수업 시간, 최병일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걱정을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여러분의 오류가 지적의 ‘체크포인트’ 지점이 될 수 있다. 교정 과정이 많을수록 서로에게 관찰학습처럼 도움이 되므로, 자기 실수나 잘못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독서토론리더 과정은 3가지의 즐거움을 주었다! 
독서 토론 수업은 나에게 세 가지의 즐거움을 주었다. ⓵독서는 “마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하고 공감할 때 작가와 내가 하나가 되는 느낌과 작가가 새로운 가치나 감성을 일깨울 때 혼을 흔드는 듯한 희열을 주기도 한다. ⓶동기들과 토론하면 다양한 관점에서 나오는 해석을 듣게 되고 마치 사각지대가 사라지는 듯한 감탄과 공감의 세계에 빠지곤 한다. ⓷논제를 만들 때 노고 속에서 창조되는 성취의 기쁨이 찾아오기도 한다.

8회차까지 공부하면서 배운 점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글의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어느 정도의 독서력과 사유력을 장착해야 한다. 좋은 논제는 작가의 의도를 떠나서는 안 되고, 그 안에서 모두가 궁금해하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 저자가 책의 제1의 작가라면 논제를 만드는 사람은 제2의 작가라고 할 만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논제의 주제가 알맞은지, 주어와 서술어의 조응은 제대로 되었는지, 문장이 간결한지를 신경 써야 한다.

수업 회차가 쌓일수록 완성도 높은 논제를 만들게 되고 무엇인가 만들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8주간에 걸쳐 숨 가쁘게 달려온 수업을 끝까지 함께 해냈다는 것도 뿌듯했다. <질문하는 독서의 힘>, <프레드릭>, <침묵으로 가르치기>, <달과 6펜스>, <책 읽어주는 남자>, <모멸감>, <투명인간>, <자유론> 한 권 한 권이 소중하게 기억된다. 논제를 만들 때의 열패감과 만족감, 토론할 때의 열기가 생생하다. 금요일 저녁 2시간 30분 동안의 본 수업과 동기간의 ‘논제 스터디’(진행자일 때)와 동기끼리 ‘피드백 시간’을 가지느라 숨차게 일주일을 보냈다. 12명의 동기와 최병일 교수님, 그리고 김예원 조교님의 가르침 덕분에 논제력과 사유력이 한 뼘은 자란 느낌이다. 
(오*경)




"책을 깊게 읽을 수 있어서 뿌듯하고

미숙하지만 논제를 만들 수 있게

됐으니 꽤 만족스럽다"


독서토론 리더과정을 수강하게 된 것은 책을 좋아해서 독서토론 입문과정을 들었는데 그다음 과정이기 때문이었다. 평소 책을 좋아하고 독서모임도 몇 년간 하고 있었지만, 읽은 책의 권수만 늘어날 뿐, 나의 것으로 완벽히 소화해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어 숭례문 학당을 찾게 되었다. 입문과정은 격주로 모였고 선생님께서 논제를 다 만들어 오셔서, 수다 없이 정제된 책 모임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비교적 편하고 재밌게 과정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리더과정은 1주에 한 권을 읽어야 했고, 논제 팀이 아닐 때는 자유논제, 선택논제 각각 1문항, 논제진행팀일 경우 각각 2문항을 만들고 수업시간에 토론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2분 스피치라는, 평소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았던 과제와 실습이 있었다. 

닥치면 뭐라도 하겠지란 심정으로 한 주 한 주를 버텼다. 운이 좋았는지 우리 기수에는 성격 좋고 재능 많고 성실한 수강생들이 많았다. 그들을 보며 감탄도 많이 했고 자극도 많이 받았다. 최병일 교수님은 따뜻해 보이고 말씀은 천천히 하시지만, 논제를 평가하실 때는 오랜 내공이 느껴졌다. 나는 겁이 많아서 논제 진행을 한 번만 마지막 시간에 했는데, 나와 논제 파트너가 몇 번을 읽어봐도 보이지 않던 실수를 날카로운 눈으로, 그것도 여럿 잡아내셨다. 김예원 조교님은 필요한 팁들을 적절한 순간에 알려주셨고, 숙제에 허덕이는 우리를 부드럽게 격려해주셨다.  

2분 스피치와 토론 진행은 내가 굳이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이런 것을 준비하고 연습하고 사람들 앞에서 해보는 과정을 통해,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만들 때는 자신이 없었던 논제를 가지고 직접 토론을 진행해보니, 그 논제가 실제로 어떻게 다양한 의견을 이끌어내는지 볼 수 있었다. 토론에 참여하는 동료들이 고수여서 그랬겠지만 굉장히 흐뭇했다. 그래서 첫 수업에서 스피치와 논제진행팀을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손을 들지 않았던 것이 약간 후회됐다. 

수업 후반으로 갈수록 책이 무거워졌는데, 평소 집중을 못해 책을 빨리 읽지 못했던 내가 집중해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책을 깊게 읽을 수 있어서 뿌듯하기도 했다. 과정을 마친 지금, 논제는 머릿속으로 대충 생각하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고, 미숙하지만 논제를 만들 수 있게 됐으니 꽤 만족스럽다.  
(황*경)




"책에 푹 빠진 두 달이었습니다"


리더과정을 하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입문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에요. 논제 만들기, 진행하기, 2분 스피치.. 모두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서 너무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끝나고 나니 이상하게 여운이 많이 남았어요. 설마 리더과정은 이보단 힘들진 않겠지 싶어서 덜컥 신청했는데, 8주간의 경험으로 정말 벌써 올 한해가 꽉 찬 느낌입니다. 후련하면서도 뿌듯한 이 느낌에 중독되어 또다시 덜컥 심화과정도 신청해버렸습니다.

논제 만들기는 하면 할수록 중독되는 느낌이랄까요. 더 고칠 것이 없겠다 싶다가도 최병일 교수님의 날카로운 첨삭을 마주하게 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솟아올랐습니다. 2분 스피치도 마찬가지구요. 잘한 점, 보완할 점을 어찌나 그렇게 명확하게 짚어주시는지!
부족한 모습에도 칭찬과 격려를 듬뿍해 주셔서  친정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 

또 하나 즐거운 점은 열정으로 가득한 동료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침묵을 기다릴 것도 없이 어찌나 열띤 토론을 이어가시는지. 동료들의 논제, 진행, 스피치, 토론 모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리더과정이 끝나도 정기적으로 만나서 스터디도 같이하기로 했는데, 벌써 설레고 기다려집니다. 

8주간 함께했던 책들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논제 만드느라 너덜너덜해진 채 아직도 제 책상 위에 있거든요. 리더과정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깊이 읽을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책에 푹 빠진 두 달 이었습니다. 8권 대부분 평소라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들이라 이번 리더과정이 더 뜻깊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23년이 끝날 즈음 한해 중 제일 잘한 것은 아마 리더과정을 신청한 것이 아닐까 하는 예상도 해봅니다^^
(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