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처럼 쓰기 8기 <도스토예프스키> 참여 후기



"나만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깊게 하기에 부족함 없는 시간"


작년에 한 작가 읽기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몇 권 읽었습니다. 욕심만큼 읽어내지 못했지만 한 발짝 내딛는 것으로도 꽤 좋았어요. 이번에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쓰기> 반에 용기 내어 참가 신청을 하게 된 것 역시 작가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잘 읽고 열심히 문장을 따라가 보리라는 욕심은 무척 컸지만, 실행은 늘 어렵네요. 그럼에도 수업을 기다리는 마음은 오랜만에 가져보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찬찬히 꼽아주신 단락을 여러 번 읽어보기도 하고, 받아쓰기 하듯이 노트에 옮겨 적기도 했습니다.

문장의 개수를 세어보고 주어와 술어를 찾아보는 것도 낯선 경험이었어요. 사실 당황스럽기도 했구요. 다양한 해석으로 풀어주신 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지점들을 발견하고 나누는 시간이 풍성했습니다. 따뜻한 리드와 격려에 더해 좋은 점을 먼저 봐주는 시선이 특히 좋았습니다. '합평은 날카로워야 해'가 아니라서 푸근했지요. 4강이 금세 지나갔네요. 올해의 잘한 일로 기록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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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모임에 참여하는 이유는 결국 칭찬이다. 글쓰기는 가끔 지치고, 숙제 같다. 하지만 꾸역꾸역 뱉어낸 후 받는 작은 칭찬 한마디는 마치 영양제 같아서 쓰는 동안 피폐해진 몸에 에너지를 끼얹는다. 덕분에 쓰는 순간도 점점 더 즐거워진다. 이번엔 어떤좋은 말을 해주실까? 기대하는 어린 아이처럼. 좋은 말을 많이 할 줄 아는 멋진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욱 소중했던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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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쓰기는 나를 잠시 글 속으로 데려가 준다. 그 속에서 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또 사랑하는 이들을 보며 위안을 받는다. 그 시간이 참 소중하다. 글자 하나하나 써내려갈 때 내 기쁨과 슬픔이 같이 묻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글을 쓰며 더 많이 나를 바라보고 싶다함께 보낸 1년 동안 오수민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같이 글을 나눠주신 모든 분들에게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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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이었던 것 같아요. 어느날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세계문학전집이 가지런히 꽂혀 있더라고요. 당시에는 도서관도 없었고, 책이 귀했던 시절이라 저는 당장에 그 책들에 온통 관심이 꽂혀버렸죠. 지금도 그 책들의 두툼한 양장 표지와 새하얗던 종이질, 책이 낡아질까 비닐로 표지가 쌓여 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제가 책을 만지작거리자 친구는 선뜻 읽고 싶으면 빌려가도 좋다고 통 크게 허락해주었어요. 저는 친구 마음이 변할까 당장에 '죄와 벌'을 들고 나왔어요. 그렇게 좋은 책은, 그렇게 재미난 책은 태어나 처음 읽었었죠. 매일 그 책을 끼고 읽던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데요, 문제는 제가 너무 책을 끼고 다니느라 책에 더러움이 묻고 라면국물까지 튀어버린 거죠. 너무나 미안했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어 그냥 친구에게 돌려주었습니다. 다음날 친구는 엄마에게 등짝을 맞았다며 다시는 책을 아무도 빌려주지 말라고 많이 혼났다고 하더라고요. 친구에게 미안함도 컸지만, 속은 좀 상했어요. 나는 커서 방 네 벽면을 책으로 꽉꽉 채워놓으리라! 다짐을 했었죠. 그래서 지금도 그렇게 책을 사들고 집에 쌓아두나봐요.(^^)

이야기가 길었습니다만, 도스토예프스키는 저에게는 추억 어린 작가입니다. 사모하는 작가지만 만만한 글들이 아니라 따라 쓰기가 쉽지 않겠다 예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일단 신청부터 하고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예상대로 위대한 러시아 문호 도스토프예스키를 따라 쓰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작가를 알게 되고, 작가의 글을 꼼꼼히 짚어보면서 왜 대문호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지를 생생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글을 쓰고 나누는 시간을 통해 글쓰기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도 혼자 읽기보다는 같이 나누어야 맛이고, 글도 혼자 습작하기보다는 같이 쓰고 나누어야 제맛이라는 것을 이 시간을 통해 배웁니다. 내년에도 또 어느 작가님의 글을 따라 흉내내며 조악한 제 글을 한 뼘이라도 키워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매번 격려와 용기를 주시고, 놓친 마감 일자에도 넉넉한 웃음으로 기다려주신 오수민 선생님께 감사 인사드리고 싶어요. 내년에도 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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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는 문외한인 나는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몇 문단만이라도 필사를 하고, 거기에 맞춰서 글을 써 보는 경험만으로도 영광이었다. 그의 책을 손에 들어보았고, 적어도 앞부분만이라도 살펴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때가 되면 조금씩 더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작품들을 다 읽지 못하더라도, 오수민 선생님과 함께 하는 문우들과의 모임은 더욱 더 큰 영감을 주었다. 서로 쓴 글들을 읽고 피드백을 해 주는 그 순간만큼은 더욱 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더 깊어졌다.

이런 좋은 분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도 언젠가는 이런 작품을 더 깊이 읽고, 다른 분들처럼 조금씩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소망을 품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번에도 함께 하면서 특별히 손에 잡히는 것이 없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작가로서 더욱 더 깊은 곳에서 우물물을 길어 올리는 나만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깊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한없는 사랑과 배려와 지지를 통해서 콩나물에 물을 붓듯이 그렇게 붓다 보면, 물은 다 빠지는 것 같지만, 결국 콩나물은 무럭무럭 나라나는 것처럼. 나에게 이 모임은 나의 글쓰기에 대한 사랑, 책 읽기에 대한 사랑의 마음, 더욱 더 온전한 글을 쓰는 작가로서 빚어지고 싶은 열망이 조금씩 더 커져만 가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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