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오수민 작가 북토크 주요 내용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오수민 작가 북토크 주요 내용

 

글쓰기를 하면 행운이 찾아온다

 

마음이 닫히면 글도 쓰지 못해 아이들 마음에 진심으로 다가가야

 

 


어린이 온라인 글쓰기수업을 만들어 전국의 아이들에게 글 쓰는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든 사람,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의 작가 오수민 선생님과 나누는 신나는 글쓰기 북토크가 지난 727() 저녁 숭례문학당 8층 북라운지에서 열렸습니다. 무더운 여름밤의 열기를 뚫고 모인 40여명의 학부모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자리한 이 행사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즐거운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는지, 그 생생한 수업 체험기를 듣고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북토크 사회는 특별히 숭례문학당에서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과 어린이 온라인 글쓰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박은미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박 선생님은 숭례문학당에서 책으로 다시 살다, 책으로 통하는 아이들등을 공저했고, 오수민신동주 선생님과 그림책 모임 잘하는 법을 함께 썼습니다. 오수민 선생님과 나눈 이날의 주요 대담 내용을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박은미 : 바쁜 저녁 시간인데, 숭례문학당까지 와서 자리를 꽉 채워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학당에서 참여한 활동 가운데 오늘처럼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사회를 맡은 박은미라고 합니다. 오수민 선생님과는 학당에서 같이 공부하는 학인이자 동료 강사로, 선생님이 초등학교 3~6학년 어린이들과 글쓰기 공부하고 있는데, 저는 1~2학년 어린이들과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1~2학년 모임을 진행할 때부터 오수민 선생님이 많이 응원해 주시고 도움 주신 덕분에 3년째 우리 친구들과 글쓰기 공부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 이야기 손님, 오수민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


오수민 :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수민입니다. 더운 날 이렇게 학당까지 찾아주셔서 정말 고맙고, 온라인상에서만 만나던 친구들을 이렇게 만나게 돼서 무엇보다 반갑고 기쁩니다. 오늘 사회를 맡아주신 박은미 선생님과, 그리고 특별히 저를 위해 참석해 주신 신동주 선생님과 그림책 모임 잘하는 법을 함께 공저했었는데, 공저 작업을 하면서 정말 많이 친해졌습니다. 오늘 이렇게 저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시간을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은미
: 제가 영광입니다. 이번 책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는 세 권의 공저 작업 후에 내신 선생님의 네 번째 책이자 첫 단독저서인데요, 먼저, 출간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오수민 : 조금 전 말씀 드린 그림책 모임 잘하는 법과 함께 숭례문학당 선생님들과 온라인 모임 잘하는 법, 일상 인문학 습관공저 작업에 참여했을 때도 기뻤는데, 단독저서가 나오니까 정말 구름 위를 뛰어다니는 것처럼 신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지금도 매일매일 신나고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그래서 매일 기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원고를 쓰고 나서 약 2년 반 정도 지난 뒤에 출판이 되었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나서 나온 책이어서 그런지 기쁨이 두 배로 큽니다. 항상 응원해주셨던 숭례문학당 대표님, 국장님, 같이 공부했던 선생님들, 또 열심히 글을 썼던 어린이들, 응원해주셨던 학부모님들, 그 모든 분들 덕분에 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 책 원고를 발견해주시고 귀하게 여겨주신 출판사 초록비책공방 대표님과 식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박은미 : 이 책 제목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는 출간 기획 단계에서 선생님이 참 좋아하셨다는데, 그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오수민 : 어떤 학부모님이 제게 우리 아이가 너무 글쓰기를 싫어해서 데리고 왔다고 하신 분이 계셨어요. 하지만 사실 글쓰기는 누가 억지로 시켜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글쓰기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글쓰기랑은 절대 헤어질 수 없다, 그런 마음이 됐어요. 글쓰기와 전혀 상관이 없거나 싫어하기까지 하다가 좋아하게 된 그 과정에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글쓰기는 마음이 먼저 가야 할 수 있지, 머리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마음이 움직여야 손이 움직여 글을 쓸 수 있다, 그래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라는 표현이 참 맘에 들었어요. 저는 글쓰기 공부를 같이 하면서 아이들과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부모님과도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글쓰기를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저는 사실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소심하고. 그러다 독서토론을 하고 글쓰기를 하면서 나는 말을 못하거나, 말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굉장히 말을 많이 하고 싶은 사람이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 나는 왜 지금까지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쓰고 있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개인적으로 겪은 안 좋은 경험이나 환경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도서관이나 학교에 가서 글쓰기 수업을 해보면, 다들 글쓰기가 어렵다, 두렵다고 말해요. 한 문장도 못쓴다, 이런 사람도 있어요. 글쓰기가 좋아요, 하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어떻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글쓰기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누가 내 글을 나쁘게 말했다든지, 못 쓴다고 했다든지, 하는 그런 기억들 때문일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우리 어린 친구들이 그런 나쁜 경험이나 기억이 없을 때, 1학년이나 2학년, 3학년, 그럴 때 좋은 말을 들으며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그러면 두려움보다는 글쓰기가 즐겁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어린이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마다 상황 달라 개별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글쓰기 안내해야


박은미 : 책 앞부분에 아이들의 글쓰기 성향을 4가지로 나누어서 테스트를 해보는 게 있어요. 조금조금, 주저주저, 삐걱삐걱, 와글와글. 재미있는 구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각각에 대해 코멘트를 좀 해주세요.


오수민 : 제가 아이들을 만나보니까, 아이들마다 상황이 많이 달라요. 느리게, 천천히 쓰는 아이도 있고, 소심하게 쓰는 아이도 있고, 마음이 상처를 받아서 다친 아이도 있고, 그래서 아이들의 개별 상황에 맞춰서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정리한 거예요.


첫 번째 조금조금은 천천히 쓰자는 얘기예요. 아이들이 글을 쓸 때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나지 않으면 가만히 있습니다. 그럴 때 부모님들이 빨리 쓰고 숙제해야 되는데, 학원에 가야 하는데, 하고 재촉하면서 도대체 뭘 쓰는데 저렇게 오래 있나, 답답해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뭘 써야 할지 정말 생각이 안 나고, 그래서 쓸 마음이 안 나기 때문에 못 쓰는 거예요. 그럴 때는 재촉하지 말아야 해요. 기다려야 해요.


두 번째 주저주저는 소심한 마음이에요. 이런 마음 상태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아주 작은 이야기, 그러니까 1만큼 얘기해도 100만큼, 1000만큼 받아들여요. 마음이 여리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은 칭찬이 필요해요. 다정하게 공감하는 얘기가 중요해요. 이런 성향의 아이들은 자기를 믿어줄 때, 다정하게 얘기해줄 때, 그럴 때 글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세 번째 삐걱삐걱은 상처가 있는 마음이에요. 부모님들은 내 자식들을 다 똑같이 대한다고 생각하지만, 보통의 아이들은 엄마가 언니만 예뻐해, 아니면 동생만 예뻐해, 또는 강아지만 예뻐해, 이런 식으로 비교를 합니다. 엄마는 왜 강아지는 여기저기 똥을 싸도 혼내지 않는데, 왜 나는 혼을 내지? 이러면서 눈물을 흘려요. 엄마 때문에 마음이 삐걱삐걱 다 부서져서 마음 문을 열지 못하는, 그런 상황인 거예요. 이럴 때 그런 얘기 하면 안 돼라고 하지 말고, 아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네가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 지 공감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네 번째 와글와글은 소통하는 아이들의 마음이에요. 이런 아이들은 저는 살 수만 있다면 300년을 살고 싶다’, 이렇게 말해요. 즐거운 거예요. 자기가 글을 쓰면 잘 썼거나 못 썼거나 상관없이 좋아요버튼을 자기가 먼저 눌러요. 보통의 아이들은 자기가 글을 쓰면 친구들이 와서 댓글을 남겨주길 기다려요. 그런데 이 아이들은 자기가 글을 써서 게시하자마자 자기 글에 자기가 댓글을 써요. 이렇게 자유롭게 글을 쓰는 아이들은 그렇게 하도록 놔두는 게 좋아요. 그런 활력과 에너지가 글을 계속 쓰게 하고, 그 글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성장시켜요.


박은미 : 책에서 읽었지만, 작가님 말씀을 직접 듣고 보니 막 받아 적고 싶어지네요. 전 그중에서도 마음이 삐걱삐걱하는 아이들 이야기가 울림이 크게 다가와요. 저도 1~2학년 진행 과정 중에 그런 경우를 접할 때가 있어요.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써 올리면 부모님들이 보게 되잖아요. 아이들이 쓴 글을 보고 부모님들이 올린 후기나 소감을 보면, 아이들과 말로는 소통이 잘 안 되고 몰랐는데, 아이들의 글을 읽어 보니 그 마음을 알게 되었다고, 글쓰기 프로그램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씀을 전해 주셔요. 그럴 때 참 감동이에요.


오수민 : 글을 통해서 자매 사이가 좋아진 사례를 하나 들려 드릴게요. 처음에는 언니 동생 사이가 엄청 안 좋았어요. 언니는 동생이 자다가 발로 차기도 하고 말도 안 듣고 기분 나쁘다, 하는 글을 쓰고, 동생은 엄마는 언니만 예뻐하고 나한텐 화만 낸다고 하면서, 언니는 동생을, 동생은 언니를 서로 미워하는 글을 매일 썼어요. 그런데 저는 한 번도 이렇게 서로 미워하는 글을 쓰면 안 된다, 하지 않았어요. 언니는 동생이 뭘 썼는지 다 들여다봐요, 동생도 언니가 쓴 글을 다 봐요. 그런 글을 한 달 반 넘게 서로 쓰고 봐요. 그러다가 어느 날 언니는 그래도 동생이 있으니 같이 놀 수 있어서 좋다, 동생은 또 언니가 뭘 그렇게 열심히 쓰나 싶어서 자기도 글을 써 봤더니 재미있더라, 언니 덕분에 내가 글을 쓸 수 있어서 좋다, 언니에게 고맙다, 이렇게 쓰면서 서로 화해를 했어요. 그런데, 제가 중간에 개입해서 이래라 저래라 했으면, 아마 화해가 안 됐을 거예요. 두 아이가 다 자기가 속상한 이야기를 다 했기 때문에, 그런 다음에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게 된 것이라 생각해요.

 

 


힘들 때도 많았지만 아이들 글을 읽으면 즐겁고 기분 좋아져


박은미 : 재미있네요. 20201월에 처음 온라인 어린이 글쓰기프로그램을 시작해서 이제 37개월째 운영하고 계셔요. 처음에는 혼자 하시다가 회원들이 급증하면서 여러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하시게 됐는데, 보람도 있고 기쁜 일도 많으셨겠지만 어려운 일도 만만찮았을 텐데, 진행하시면서 좋았던 점, 어려웠던 점에 대해 얘기를 좀 해주세요.


오수민 :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한 두 친구가 있어요. 대단한 친구들이에요. 처음 시작한 날부터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한 번도, 단 하루도 빠진 적이 없어요. 게다가 처음에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없이 그야말로 주7일 매일 했는데, 이 친구들이 저와 함께 매일 했어요. 그러다 제가 너무 힘들어서 주말과 공휴일은 쉬었어요. 5일을 한 거죠. 그랬더니 이 친구들이 아니 선생님, 주말, 공휴일을 쉬면 어떡해요, 매일 써야 되는데, 너무 아쉽다, 그러는 거예요. 아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썼어요. 기억에 많이 남아요.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 12명이 함께 했어요. 몇 달 지나니까 30명이 넘고, 그러다 130, 140, 160, 막 늘어나요. 그래서 저 혼자 못하고 여러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해서 같이 했어요. 선생님들과 같이 하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매일 글을 쓰니까, 그 분량이 어마어마해요. 저도 사람인지라, 이걸 시간 내에 다 볼 수가 없었어요. 어떤 때는 너무 바빠서 댓글도 늦어지고. 아이들이 매일 이렇게 글을 써서 올리는데, 내가 댓글을 못 써서 아이들이 실망하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도 많고 죄책감까지 들어서, 동료 선생님들에게 댓글을 밀리지 않게 하는 방법 좀 없나요, 하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어요. 저한테는 그게 정말 큰 걱정이었거든요. 힘들었던 점이죠.


다른 한편으로, 아이들의 글을 읽는 게 정말 큰 즐거움이었어요.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어떨 때는 글을 읽고 너무 슬퍼서 며칠 동안 잠을 못 잔 적도 있어요. 어떤 땐 글을 읽고 너무 신나서 며칠 동안 즐거운 마음이 떠나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요. 제가 힘들고 지쳐서 쓰러져 있을 때, 아이들의 글을 보고 기분이 한결 좋아지고 에너지가 생겨서 나서 자리에서 금방 털고 일어난 적도 있어요.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를 하면서 힘도 들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박은미 : 저는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이 1~2학년들이어서 비교적 글을 짧게 쓰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길게 쓰는 것 같더군요. 게다가 오 선생님의 댓글은 하나하나가 다 정성이 들어가 있고, 정말 열심히 쓰세요. 제 아이도 선생님의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쓴 댓글을 보고는 제 아이에게 선생님이 정성을 들여 네 글을 보고 쓰시는데 너도 밀리지 말고 열심히 써야겠다, 하고 격려해준 적이 있어요. 사실 주5일 쓰기는 제가 건의를 드렸어요. 제가 1~2학년 글쓰기를 하면서, 아이들이 매일매일 하는 건 너무 힘들다, 1~2학년은 주5일만 하겠습니다, 하면서 먼저 시작을 했어요. 그러면서 선생님한테도 3~6학년도 주말에는 쉴 시간을 줘야 된다, 하고 건의를 드렸어요. 처음에는 정말, 우리 숭례문학당에서 성인들이 100일 글쓰기를 할 때처럼 매일매일 했어요. 그걸 아쉬워하는 친구가 있었다는 건 처음 알게 됐네요.


오수민 : 최근에는 또, 제가 일이 너무 많아져서 8월 말부터는 주5일에서 주3일로 바꿨어요. 오늘 함께하시는 오숙희 선생님도 자리해 주셨는데, 오숙희 선생님은 주5일을 계속하세요. 5일 매일 글쓰기는 오숙희 선생님과 하시고, 3일 글쓰기는 저와 함께 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림책동화책에서 글감 소재 많이 찾아 독서토론 논제 뽑듯 글감 발굴


박은미 : 그럼 같은 학년 그룹에서 주5일 글쓰기, 3일 글쓰기로 나누어지는군요. 어린이 친구들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좋겠어요. 제가 글쓰기 공부를 함께 하면서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가 글감을 만드는 거예요. 선생님은 글감을 어떻게 찾고 발굴하시는지, 노하우를 좀 들려주세요.


오수민 : 숭례문학당은 독서토론 리더과정등을 통해서 책의 논제를 뽑는 방법을 배워요. 그걸 하다 보면, 책을 읽을 때 독자로서 단순히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논제를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하는 습관이 생겨요. 저도 어린이 글쓰기를 하면서, 그림책을 보거나 동화책을 볼 때 글감이 어디 없을까,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더군요. 예를 들면 블랙아웃(한겨레아이들, 2023)이라는 동화책을 볼 때, 우리나라가 지금 찜통더위로 힘든데, 갑자기 정전이 됐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정전 첫째 날 이야기, 둘째 날 이야기,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럴 책을 읽고 있으면 아, 이럴 때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하고 궁금해져요.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글감으로 제안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서 첫째 날은 어떻게 되고, 둘째 날은 어떻게 되는지 한 번 써 보라고 해요. 그러면 아이들이 첫째 날부터 일곱째 날까지 다 써요. 재미있잖아요. 두 페이지 이상 다 써요.


그 다음에는 엘리베이터에서 한 시간 동안 갇혀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러면 어떻게 되지? 하고 또 글감을 줘요. 그러면 또 아이들이 신나게 글을 써요. 이런 식으로 그림책을 보거나 동화책을 보면서, 또 어떤 인상적인 그림을 봤을 때, 얼른 그 그림을 소재로 글감을 내줘요. 그래서 그림책을 많이 봐요. 글감을 많이 발굴할 수 있거든요. 오랫동안 이렇게 하니까 아이들이 어떤 글감을 좋아하는지도 자연스레 알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이 채소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잖아요. 그러면, 네가 만일에 채소를 팔아야 되는데, 너무 맛이 없는 채소야, 그러면 어떻게 팔 건지 한 번 생각해서 써 보면 어떨까? 하면서 채소가 어떤 모양인지 살펴보고, 채소 맛도 보고, 그렇게 해서 쓰게 해요. 그러면 아이들이 얘기한 대로 다 합니다. 글감 소재가 될 만 한 건 평소에 기록해 뒀다가 써먹어요. 그렇게 한 3년 반 정도 진행했는데, 이젠 다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들이 됐어요. 그래서 이젠 옛날에 썼던 글감 소재들을 다시 써도 되겠다 싶어요. 다 졸업을 해서요. 이번 기수부터 소재 반복을 해보려 하는데, 그래도 똑같지는 않고, 조금 업데이트를 해서 활용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컴퓨터 자판 탁탁소리 좋아해 작가가 된 듯 글쓰기 몰입


박은미 : 선생님의 글감 소재 찾기 노하우는 관찰력과 메모하기가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초등 1~2학년 글쓰기와 3~6학년 글쓰기는 가장 큰 차이가 있어요. 1~2학년은 글씨 쓰는 연습을 함께 해야 해서 손글씨로 써요. 그런데, 3~6학년들은 컴퓨터 자판으로 써요. 학부모님 가운데 아이들이 컴퓨터 자판으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도 계세요. 글은 손으로 써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하시는 거죠.


오수민 : 그렇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1~2학년들은 손글씨 연습을 해야 하니까 손글씨로 써서 올리게 하는데, 3학년 이상한테까지 이렇게 하면 글쓰기에 흥미를 붙이기가 힘들어요. 아이들은 손으로 쓰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을 때 더 친숙하게 느껴요. 글씨를 못 쓴다고 혼날 걱정도 없어요.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글을 쓰고 공감하면서 소통할 때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할 때 제일 걱정하는 게 글씨를 예쁘게 쓰지 못하거나 빨리 쓰지 못하는 것, 맞춤법이 틀리거나 띄어쓰기가 잘 안 되는 것, 이런 게 상당해요. 그런데 컴퓨터 자판으로 글을 쓰면, 악필로 쓸 일이 없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자판을 두드리는 그 탁탁소리를 좋아해요. 그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면, 마치 자기가 작가가 된 듯싶은 생각이 든다고 해요. 그래서 글 쓰는 일이 정말 재미있다, 그렇게 말해요. , 아이들이 타자치는 속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글을 쓰니까, 타자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져서 좋다, 그렇게 말해요. 손으로 글을 쓰면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자판으로 쓰면 빨리 쓸 수 있고.


손글씨로 내가 혼자서 쓰면, 내가 보고 부모님이 보고, 그 정도잖아요. 그런데 온라인 카페에 글을 써 올리면, 내가 쓴 글을 다른 친구들이 다 봐요. 즉 독자가 생기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 그냥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잘 썼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니, 하고 응원하는 댓글을 올려요, 그러면 그게 다 글을 쓰는 동기부여가 돼요. 이런 것이 글을 쓰게 하는 거예요. 자기도 다른 아이들의 글을 보고 응원하고. 그러니까, 혼자서 하는 글쓰기는 계속 이어갈 수 없지만, 함께 하는 글쓰기는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거예요. 서로 소통하면서요. 재미있거든요.

  


진심으로 말 걸고 칭찬하면 마음 움직여 , 마음껏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도와야


박은미 : 온라인 카페 얘기가 나왔으니, 아이들이 자유롭게 글쓰기를 하고 소통하는 낙서장폴더가 눈에 띄어요.


오수민 : ‘낙서장은 글감에 따라 글을 쓰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낙서하듯 끄적끄적 아무 말이나 하는 폴더예요. 처음 글쓰기 수업을 시작할 때, 아이들의 글쓰기 현황을 볼 수 있는 폴더를 만들고 거기에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를 남겼어요. 아주 정성을 들여 써서 남겼어요. 그런데, 아무 답신이 없는 거예요. 이상했어요. 그러다가, 이게 아이들에게 글쓰기 검사를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낙서장폴더를 따로 하나 만들었어요. 그리고는 그냥 가만히 놔뒀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한 아이가 여기는 뭐하는 곳이에요, 묻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는 어떤 글이든 아무것도 낙서하듯 쓰면 되는 거야, 라고 했더니 정말 아무거나 써도 되냐고 물어요.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낙서장에 굉장히 많은 아이들이 찾아오는 거예요. 자기에게 일어났던 속상한 일을 올리기도 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글감들을 올리고, 그걸 또 투표로 선택하기도 하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글 쓰는 재미에 신이 난 거죠.


어떤 의도나 목적 없이, 정말 진심으로 말을 걸고 쓴 글을 칭찬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마음이 움직이고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자유롭게 씁니다. 마음이 닫히면 글도 쓰지 못해요. 아이들이 글쓰기에 마음을 붙이려면, 아이들의 마음에 진짜로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른들도 우리 자신부터 마음을 잘 다듬고, 그 다듬은 마음으로 아이에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쓰기가 삶을 새롭게 바꾸었다 평생 글을 쓰며 살겠다, 마음 다잡아


박은미 : 어린이 글쓰기 프로그램이 어느덧 37개월이나 됐는데, 그동안 선생님과 함께한 친구들 한 명 한 명 다 예쁘고 기억에 남으실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다면?


오수민 : 1기에서 같이한 친구가 있어요. 그 아이가 저는 글쓰기가 너무 재미있다, 자긴 이제 글쓰기를 안 하고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얘기를 하더니, 선생님과 평생 글쓰기를 하고 싶다, 이렇게 저한테 글을 보냈어요. 제가 그 글을 보고 정말 좋긴 한데, 마음이 너무 떨렸어요. 왜냐하면, 평생을 같이 한다고 하니, 걱정스럽잖아요. 너무 두려워서 말을 못하고 있다가, 3일 정도 고민을 하고, 나도 그러겠다, 나도 평생 글쓰기를 하겠다, 하고 답장을 보냈어요. 그래서 제가 정말 평생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저는 정말 그 친구가 평생 저와 함께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만뒀어요. 제가 정말 기절할 지경으로 놀랐어요. 그런데, 제가 그간 힘든 일도 여러 번 겪었는데, 그렇게 힘들 때마다 그 아이 생각이 나요. 그러면서 그 아이에게 한 약속처럼 평생 글을 쓰겠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요.


박은미 : 선생님께서는 개인적으로 1천일 글쓰기에 도전해 완주하기도 하셨고, 지금도 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수민에게 글쓰기란, 한 줄로 정의하신다면 무엇인가요?


오수민 : 제게 글쓰기는 행운을 가져다준 귀인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글쓰기가 제 삶을 바꾸었어요. 예전의 저는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도 낮고, 우울하고, 그랬어요. 지금은 나날이 성장하는 기쁨, 즐겁고, 새롭고, 행복한 날들로 채워지고 있어요. 다 글쓰기 덕분이에요. 글을 쓰면서 내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고, 그래서 내가 나날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박은미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수민 : 글쓰기를 하면 행운이 찾아온다, 그 말씀을 다시 한 번 꼭 드리고 싶어요.


박은미 : 고맙습니다. 저도 800일 글쓰기를 채우고 계속 나아가고 있는 중인데, 글쓰기를 하면 행운이 찾아온다, 그걸 믿고 계속 나아가 보겠습니다. *


한편, 이날 북토크 자리에는 오수민 선생님과 글쓰기를 함께한 세 명의 아이들과 학부모님 한 분이 나오셔서 직접 자신이 쓴 글을 낭독해주셨습니다. 함께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