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작가 초청 특별 강연, 듣고 보고 읽는 <신악서총람>
“음악은 고급과 저급을 구분해 저급을 척결하는 일이 없다”
─ 장정일 작가 초청 특별 강연, 듣고 보고 읽는 <신악서총람> ─
숭례문학당이 연말 특별 강연 손님으로 장정일 작가를 초청, 음악 이야기를 듣고 보고 읽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연은 12월 19일 월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숭례문학당 8층 북라운지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날 장정일 작가는 지난 6월 펴낸 음악책 서평집 <신악서총람>을 중심으로 음악이 당대의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어떻게 우리들의 삶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자신의 개인적 체험에 녹여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신디 로퍼, K2, 샤리프 딘, 나훈아, 제시카 윌리엄스 등의 뮤지션 작품들을 직접 선곡해 영상으로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해온 장정일 작가는 클래식, 팝, 재즈, 그리고 한국의 대중가요들을 넘나들며 음악은 듣는 것만큼이나 보고 읽는 것이라는 점을 십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음악 애호가이자 음반 수집가로 알려진 장정일 작가는 오디오에도 깊은 취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데, 이날 자신의 오디오 장비를 직접 갖고 와 강연장 음향 시스템에 연결해 쓰기도 했습니다.
장정일 작가는 자신은 “음악에 대한 자의식이 없었다면 취향이 다른 음악도 다양하게 들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히고, “음악은 각 개인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애호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고급과 저급을 구분해 저급을 척결하는 일이 없다”며, 삶과 애환이 담겨 있는 음악이면 그 어떤 것이든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작가는 또 한때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던 시절, 한국의 대중가요, 특히 전통가요라 일컫는 트로트와의 개인적 인연을 소개하고, 나훈아의 <고향역>에 나오는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이뿐이 곱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나 <녹슬은 기찻길>에 나오는 ‘휴전선 달빛 아래 녹슬은 기찻길, 어이해서 핏빛인가 말 좀 하렴아’의 정서가 이제 더 이상 한국인 다수의 가슴을 울리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K-POP이 더는 한국음악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한국문학은 또 어디로 가고 어찌될 것인지 질문해 보기도 했습니다.
맹추위가 몰아친 가운데 열린 이날 밤의 강연장, 숭례문 앞 작고 세모진 건물 8층은 장정일 작가를 만나기 위해 모인 숭례문학당 사람들의 형형한 눈빛들로 가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