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좋다!〕 황금빛 들판에서 꿈과 자유를 만나다!


그림책이 좋다!

 

황금빛 들판에서 꿈과 자유를 만나다!

 

오리건의 여행(라스칼 글, 루이 조스 그림 | 곽노경 옮김 | 미래아이 | 2017)



 

오리건의 여행은 재주 부리는 곰 오리건과 난쟁이 어릿광대 듀크가 잃어버린 꿈을 찾기 위해 서커스단을 몰래 빠져나와 커다란 숲으로 여행을 함께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오리건은 좁은 서커스장에서 재주를 부리고, 광대 듀크는 빨강코를 하고 사람들을 웃기면서 지냅니다. 둘 다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공연이 끝나면 오리건은 듀크의 손에 이끌려 우리에 갇히고, 듀크는 의자 위로 올라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빨강코와 빨간색 머리카락을 쳐다봅니다. 오리건과 듀크는 쓸모없어질 때까지 서커스단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며 두려움 속에 지냅니다.


어느 날,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오리건이 듀크에게 나를 커다란 숲속으로 데려다줘라고 말합니다. 듀크는 오리건은 아름다운 가문비나무 숲에서 곰 식구들과 함께 살아야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또 자기도 숲속에서 백설공주를 만나는 행운이 따라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용기를 낸 이 두 친구는 서커스단이 있던 미국 대륙 동부 피츠버그에서 서부 오리건주의 숲까지 가는 횡단 여행을 시작합니다.


책 중간쯤에 오리건과 듀크가 고흐의 <까마귀가 있는 밀밭>에 나오는 들판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오리건은 듀크를 목마 태우고 오른쪽에서 왼쪽을 향해 걸어갑니다. 이때 듀크의 붉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립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오리건과 듀크 자리에 자유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넣어볼 수 있습니다. 시인 아르튀르 랭보,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림책 작가 라스칼과 루이 조스, 그리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 모두입니다.





그림책 앞부분에 아르튀르 랭보의 시 감각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방랑자처럼에서 몸의 감각을 따라 자연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랭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생레미의 요양원에서 지내는 동안 고흐가 그린 <까마귀가 있는 밀밭>에는 요동치듯 휘날리면서 움직이는 붓 터치가 보입니다. 꿈과 자유를 향한 갈망입니다. 랭보는 시로, 고흐는 그림으로, 라스칼과 루이 조스는 글과 그림으로, 오리건과 듀크는 여행으로 각자 자기 길을 갑니다.


오리건과 듀크의 여행이 어떻게 시작되었나 다시 돌아볼까요? 서커스단 우리에 계속 갇혀 지내던 오리건은 나가고 싶다고 말할 용기를 냈습니다. 듀크는 오리건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깨달았고, 자기에게도 행운이 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용기, 깨달음, 희망이라는 선물을 받고 싶다면, 오리건의 여행그림책 앞뒤 표지를 좌우로 펼쳐 보세요. 황금빛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지실 거예요.


ㆍ오수민 / 숭례문학당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