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도서관 ‘학교로 찾아가는 북콘서트’ − 강화중학교 편


<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

 

나눠주는 사람들 있는 곳이 가족이고 공동체



 

인천교육청 서구도서관은 숭례문학당과 함께 관내 강화군 강화읍 소재 강화중학교를 찾아 119일 오후 1시부터 2시간여 동안 김중미 작가 초청 북콘서트를 열었습니다.


김중미 작가는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나 1987년부터 인천 동구 만석동에서 기차길옆공부방을 열고 지역 운동을 해왔습니다. 2001년에 강화군 양도면으로 터전을 옮겨 기차길옆작은학교의 농총 공동체를 꾸려 큰이모로 살고 있습니다. 2000년에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동화 <꽃섬 고양이>, 청소년소설 <조커와 나><모두 깜언><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에세이집 <꽃은 많을수록 좋다><다시 길을 떠나다>, 강연집 <존재, > 등을 썼고, 올해 3월 신작 장편소설 <느티나무 수호대>를 펴냈습니다. 작년에는 20회 한국여성지도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서구도서관이 학교로 찾아가는 북콘서트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이번 행사는 학생들이 김중미 작가를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로 선정한 데 따라 준비됐습니다. 약자들의 편에서 변함없이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김중미 작가는 대표작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20여 년간 절망보다 희망, 돌봄과 연대의 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북콘서트 사회는 숭례문학당 김신 강사가 진행하고, 오프닝과 엔딩 무대는 가수 박찬영 씨와 신가윤 씨가 채워줬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 “공부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한마디


기차길옆작은학교는 김중미 작가가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공부방입니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빈민 지역인 만석동에 이어 지금의 강화에 공부방이 마련된 것은 전혀 계획된 일이 아니었답니다. 김중미 작가가 우연한 기회에 강화의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났는데, 그 친구들이 학교와 집이 아니라 어딘가 모여 있을 공부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면서 지나가듯 남긴 그 한 마디가 내내 마음에 남아여기저기 도움을 청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김 작가는 학교 밖 가난한 청소년들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전했습니다.


부모들의 맞벌이는 당연한 일이고, 아이들은 엄마가 차려주는 밥이 아니라 스스로 저녁을 챙겨 먹어요. 몇 시인지도 모르고 어디선가 기대거나 누워 잠이 들기 일쑤죠. 하루 중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아이가 대다수예요. 아이들을 위해 밥을 해 먹이고, 이부자리를 펴주고,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밥 짓는 냄새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나에겐 잊고 살 수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상황이 왔을 때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직을 했어요. 그때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은 교복을 살 돈이 없어서 5월까지 사복을 입어야 했어요. 아이들에게 학교는 돈이 있고 없는 자들을 구별해 주는 잔인한 현장이 됐죠. 오늘 이곳에 자리한 여러분은 교복과 급식을 무상으로 받기 때문에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오래되지도 않았어요. 고작 20년 전의 일이에요. 그리고 그때 힘들게 성장한 아이들 덕분에 오늘 여러분이 여러 가지 혜택을 받는 것도 있어요.”


김중미 작가의 말에 학생들은 한편으로 정말이냐고 놀라기도 하고, 말없이 곰곰이 생각에 빠지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모든 건 먼저 살아온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말해주고 싶었어요. 너희 탓이 아니라고, 너희 잘못이 아니라고.”


김 작가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쓰게 된 일화도 전해 주었습니다.


“IMF 이후 경기는 다소 회복되어 부모들은 일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부모들은 급여 없이 거의 1년 반 동안 빚을 내 생계를 유지해야 했는데, 일은 다시 하게 됐지만 빚을 갚아야 하는 스트레스는 여전히 일상을 짓눌렀죠.”


부모들의 스트레스는 온전히 아이들에게 전해졌어요. 부모들의 다툼이나 불화, 이별 같은 일들의 원인이 온전히 자신들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래서 말해주고 싶었어요. 너희 탓이 아니라고, 너희 잘못이 아니라고.”


그러던 중 문득 창비에서 진행하는 좋은 어린이책공모전을 보고, 무슨 용기였는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꼬박 두 달 동안 밤에 2~3시간 밖에 안 자면서 썼어요. 그런데, 마감일 전까지 퇴고도 한 번 못한 글을 그대로 공모에 내기가 두려웠어요. 그때 남편이 손을 내밀어 줬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이 이걸 안 보내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으니 내가 대신 보내겠다고. 저는 부끄러운 마음에 이름이라도 바꾸겠다고 하고 필명을 김중미가 아닌 김미중으로 썼어요. 그렇게 초고가 보내졌고, 그 뒤로 까맣게 잊고 살았어요.”


공모전에 원고를 보내고 나서 무슨 생각이었는지 남편에게 말했어요. 나는 글을 쓰며 살아야겠다, 그리고 강화에 살아야겠다, 하고. 6개월이 지난 어느 날인가부터 자꾸 집에 김미중 씨를 찾는 전화가 왔어요. 나는 잘못 걸린 전화인 줄로만 알고 계속해서 그런 사람 없다고 끊었어요. 결국, 공모전 당선 소식도 남편이 들어서 알려줬어요. 이 책이 2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읽히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김중미 작가의 동화 같은 스토리는 중학교 남학생 특유의 시끌벅적함까지 잠재웠습니다. 학생들은 마치 다들 잠이 들었나 싶을 정도로 조용히 김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사회자가 작가님께 박수 한번 보내 주세요.”라고 하지 않았다면 깨어나기 힘든 몰입이었습니다.

 


<느티나무 수호대>는 다문화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다문화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에 대해 쓴 최근작 <느티나무 수호대>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이번 소설의 모델은 김포 통진의 아이들입니다.”


다문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의 계기는 김포 통진의 마송 지역을 보고 느꼈다고 합니다.


그 지역에 외국인 식당 간판들이 점점 늘어났어요. 10년 전에는 이주민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이주민 없는 한국은 상상하기 어렵게 됐어요. 우리가 먹는 고기를 도축하는 일, 쌀과 채소를 기르는 농사일, 우리가 입는 옷을 염색하고 재단하는 일, 이런 일들은 이제 이주민들이 주로 맡아서 해요. 이제 그들은 단순한 이주민이 아니라 우리 안에 들어온 사람들이라고 느껴요.”


제목에 들어간 느티나무는 이곳 강화중학교 가까이 있는 600년 된 느티나무, 그 나무가 주인공이에요. 학교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니 한 번 가보세요.”

저는 오래 산 나무 아래 앉아있을 때면 그 나무와 대화하는 착각에 빠져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보다 훨씬 오래 산 나무에게 혼자 주저리주저리 무언가를 물어봐요. 그러면 나무들이 답을 해 줍니다. 귀가 아닌 마음에요. 수많은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에 몇 백 년씩 살아남은 오래된 나무, 자연은 경이롭게 다가와요.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이랄까요? 그래서 그 느티나무를 배경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게 되었죠.”


김 작가는 공부방에서 이미 어른이 된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살면서 생긴 목표에 대해 전해주었습니다.


어른이 된 아이들이 이렇게 말해요. 자기들의 삶의 목표는 고독사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리고 한 마을에 모여서 같이 늙어가는 것이라고요.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대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그런 삶은 행복하지도 않고, 만족한 삶도 되지 않더래요. 오히려 학생일 때, 친구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 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다고 말했어요.”


살아보니 갑자기 아픈 날, 갑자기 외로운 날이 있는데 그때 나를 찾아줄 사람, 나를 들여다봐 줄 사람, 날 위해 뭐라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게 가족이고 공동체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인간이 온전히 누려야 할 당연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작가는 말했습니다.


모든 인류가 그래왔고 우리 모든 조상들이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러니 여러분한테도 어려운 일이 아닐 거예요. 이 세상에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항상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사람 김중미 작가와의 짧은 만남은 이렇게 마쳤습니다
. 김 작가는 준비한 대담이 끝난 후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학생들과 함께 엔딩 공연을 즐기고, 학생들과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김 작가의 책을 미리 준비해 진행자가 준비한 퀴즈 시간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지역을 떠나 남자 중학교는 언제나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아이들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는 김중미 작가는 다소 짓궂은 친구들의 행동에도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행사를 기획한 인천 서구도서관과 자리를 마련해준 강화중학교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김민석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