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 12기 ─ 《유리알 유희》 참여 후기


삶을 탐구하는 헤르만 헤세의 메시지


 

별점 5점 만점에 6점을 주고 싶을 만큼 엄청 좋았어요. 기획해 주시고 진행해 주신 김의순, 김민숙님께 감사드립니다. 잔잔히 이끌어 주시는 격려와 피드백이 없었다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발췌하고 단상을 올리는 경험들이 책을 더 들여다보고 기억에 남도록 해주었습니다.

글 쓰는 것을 잘하지 못해서 기록을 잘 안 남겼는데요
. 짧게라도 기록을 남기는 활동과 감사한 피드백에 힘을 냈습니다. 마지막에 좋은 논제도 준비해 주시느라 얼마나 고민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논제를 생각하며 글로 다 쓰지는 못했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좋았던 것은 함께 읽고 발췌해 주고 단상이나 의견을 내어주시는 분들의 글을 읽는 것이 참 좋더라고요
. 그래서 숙제도, 친구도, 시험도, 선생님도 다 좋았습니다.^^ 잊지 못할 20248월의 유리알 유희입니다. 마지막까지 왜 제목이 유리알인지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황금알도 있고, 조각돌도 있고, 루비도 있고, 청동도 있고, 쇠구슬도 있는데. 그래도 덕분에 내가 만드는 유리알의 배치, 유리알의 색, 유리알에 새길 문양을 상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율님


유리알 유희는 확실히 재미가 없는, 지나칠 정도로 엄근진(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한)’모드의 소설이다. 훌륭한 스승이 하시는 지당하신 말씀을 들으면 왠지 주눅이 들고, 자꾸 듣다 보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당연히 재미가 없다. 하지만 새겨들으면 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집사람이 요리를 해주면서 단골 레퍼토리로 하는 멘트가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우리 식구는 그 요리는 맛이 없다란 뜻으로 알아듣는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부터 재미는 포기하고 유리알 유희를 읽으면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오랜만에 엄근진모드로 음미해 보았다. 인생을 사는데 내면의 세계와 세속의 세계를 조화시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 주인공 크네히트처럼 정신의 세계가 아닌 세속의 세계를 사는 자로서는 어떻게든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고 실생활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자신의 삶을 향상하는 것은 한순간에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다는 것. 구하고 얻고 버리고 떠나는 것. 약간의 성취를 이룬 지금 안온한 평정에 만족하여 머물고 싶지만,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는 헤세의 엄근진메시지를 곱씹고 있다.

싯다르타
, 톨스토이, 슈바이처와 이태석 신부 등 감당하기 힘든 위대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변덕스럽고 소심하며 이기적이고 비겁한 별 볼 일 없는소시민으로서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보겠다는 각오라도 잊지 말자고 겨우 다짐한다. 내면을 살피고 깨달음을 얻고 버리고 떠나는 엄청난 일들을 가벼운 놀이(유희)’로 즐길 수 있는, 수도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기껏 힘들여 어려운 책을 읽고 주눅 들고 말면 억울할 것이다. 평범한 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도 평범성을 버리고 비범함으로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균


2차대전이라는 배경 속에서 모든 사람의 몸과 마음이 지치고 피폐해졌을 시기에 카스탈리엔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정신세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안정적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속세에서 교육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유리알 유희의 주인공 크네이트를 만났다. 반짝이는 문장들이 많아서 다시금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진행하시는 분들이 올려주는 유튜브 영상과 발췌문으로 유리알 유희가 무엇일지 의문을 품고 찾아가는 한 달이었다. 헤세라는 작가를 만나고 엄두도 내지 못하던 그의 마지막 작품인 유리알 유희를 더듬어갈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전체적인 내용을 알았으니 문장 문장에 초점을 두고 한 번 더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 *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