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습관 51기 참여 후기


100일의 증명

100일 글쓰기 습관 51기 참여 후기


막연하게 늘 글을 쓰고 싶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그 열정이 글쓰기에 대한 열망으로 옮겨 붙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와 같은 흐름에 자연스럽게 올라탄지 수십 년. 그러나 과제나 일이라는 강제성이 부여된 테두리 안이 아니면 글쓰기는 늘 시간이 없다는 철옹성처럼 굳건한 핑계 아래 도무지 진척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조금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가보면, '완벽한 한 편의 글'을 써낼만큼의 시간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완벽주의자처럼 구는 탓에 과거 블로그를 하던 시절 별 것 아닌 후기 포스팅글 하나 쓰는 데에도 몇 시간씩을 할애 하던 나였다. 적당한 선에서 글을 마무리하는 유연함없이 토씨 하나, 말투 하나 마음에 안 들면 고치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고, 아마 그때의 경험이 글 한 편 쓰는 것은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일상에서는 도무지 매일같이 하기 힘들다는 결론으로 이어 지게 한 듯 싶다.

100일의 글쓰기에 참여하게 된 것은 진심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정말로 내 하루엔 글 한 편 완성할 정도의 시간이 없는지, 어떻게든 매일 한 편을 써내는것이 진정 불가능한 것인지 말이다. 100일이라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보일수도, 짧아 보일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어느 쪽이든 일정정도의 부담이 느껴지는 기간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100이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기간이 어쩐지 자뭇 웅장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더더욱 해내보자는 비장한 각오가 생겼던 것 같다.

목표는 단순했다. 내 마음에 어느 정도 차는 수준의 글이 아니더라도, 어떤 날은 분량이 조금 미흡하더라도, 그래도 그 하루를 넘기지 않고 매일매일 하나의 제목을 달고 나온 글 한 편씩을 써내자고, 그것이 나의 분명한 목표였다.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둘째치고, 일단은 해내는 경험이 내게 꼭 필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기대 반 걱정반으로 시작한 모임이 이제 어느 덧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나는 애초 다짐했던 목표를, 나와의 약속을 빠짐없이 지키게 되었다. 마음속에선 벌써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예상 했던 것처럼 100일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지만 또 막상 끝을 앞두니 짧았던 것도 같았던 시간이었다.

나의 100일은 하루에 글 한 편 써내는 정도의 시간은 늘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증명해내는 시간이었다. 또한 100일 글쓰기 모임은 완벽한 글을 써내야한다는 강박에 글쓰기를 시작조차 못했던 예전의 나를 일깨우고, 뭐가 어떻게 되든 일단은 앉아서 쓰자는 결심을 매일매일 실천하게 독려해준 감독관과도 같았다. 그렇게 기적같은 기록의 나날들로 100일이 차곡차곡 채워졌던 것이다.

로또에 당첨되고 싶으면 우선 로또를 사야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청사진은 없더라도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분명한 마음이 있다면 일단 오늘 당장 앉아서 쓰기 시작해야 한 다. 어떤 날은 정말 고개를 들 수 없을만큼 형편없는 글이 나오기도 하지만, 자정이라는 마감에 막혀 그 부끄러운 글을 채 고치지도 못하고 게시할 때도 있다. 그런가하면 또 어떤 날은 스스로가 제법 흡족할 만한 글이 써지는 날도 있다. 그럴 땐 역시 매일 글쓰기를 한 보람이 있는가보다, 하 며 어린애처럼 괜시리 마음이 제멋대로 방방 뛰기도 한다. 이런 하루하루가 쌓여 100일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글 100편도 함께 쌓여있다. 한 편 한 편 뜯어보며 이 정 도의 글밖에 못 써냈냐며 스스로를 다그칠 것인가, 아니면 매일의 성실함이 모여 쌓인 100편 앞에 수고했다며 스스로를 치하할 것인가. 100일 글쓰기의 진정한 의의를 이해한다면 누구나 후자처럼 반응할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완벽하지 않은 글들을 매일매일 100일 동안 써냈다. 그거면 된 것이다. 앞으로도 매일같이 쓰고, 쓰고 또 쓸 것이다. 그것이 100일 동안 내가 체득한 정신이며, 자세이자, 교훈이다.

마지막으로 100일의 글쓰기 여정에 함께했던 동기들과 리더님께도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원고지10.29)

— 신*현님


'어쩌면 글을 잘 쓰게 될지도 몰라' 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한 글쓰기였다. 10일은 정성을 들여 썼고, 10일 이후부터는 10일씩 채워가는 재미로 썼다. 50일 후로는 써야한다는 강박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럼에도 빈 날짜를 채워가는 글쓰기는 나를 대견하게 만들었다. 100일을 하루 앞둔 지금 '곰이 사람이 되는 기적'은 없었다. 욕심인줄 알면서도 겨우 백일 만에 글을 잘 쓸 수 있기를 바랐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하느라 카페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를 반복하며 시간만 흘려보낸 적도 있었다. 저녁 먹기 전에 써야지 하고 글쓰기에 들어가면, 하얀 화면에 머리도 손가락도 하얗게 물들어 무엇도 쓸 수 없었다. 저녁을 먹어치우고 한가해졌을 때 글쓰기에 들어가면, 머릿속도 한가해서 글감도 단어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상한건 어떤 단어든 막상 쓰기 시작하면 써진다는 거다. 마치 짧은 실오라기를 손톱 끝으로 잡아당기면 슬슬 풀려나오듯이 글자 하나가 나오고, 단어 하나가 나오고. 문장이 나오고. 문단이 나온다는 거다. 풀려 나오던 실이 엉키듯 생각이 엉켜 풀리지 않을 때는 긁적이며 머리카락을 살살 헤쳐주면 또 글이 풀려 나왔다.

그렇게 쓴 글들이 백편에 가까워지고 있다. 더러는 날수 채우기에 급급했고, 더러는 오래된 추억을 끄집어내며 즐겁게 쓰기도 했다. 더러는 내 감정을 풀어내기도 했으며 더러는 내가 쓴 글들을 읽으며 뿌듯하기도 했다. 부끄러움은 덤이었다.

그리고 많이 운영자님과 글벗님의 응원에 감사했습니다.

목표를 향해 함께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함께 한다는 거

나와 함께 한다는 거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거

— 유*숙님


오늘이 100일째 되는 날이다. 지금 나는 48번째 글을 쓰고 있다. 글을 매일 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100일 글쓰기 덕분에 글을 썼다.

직장 일로 스트레스 받을 때가 많았는데 글을 쓰면 기분이 나아졌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글로 적으니 개운했다. 화가 났던 일이나 슬펐던 일을 글로 쓰니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글로 적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되는 듯했다.

나는 말보다 글이 편한 것 같다. 그래서 나 자신을 위해 글쓰기를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 들을 글로 쓰니까 좋다. 매일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조금 있었지만 나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글을 썼다.

모임원들과 같이 글쓰기를 해서 더 좋았다. 댓글이나 하트를 받으면 따뜻한 응원을 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모임원들의 글을 읽으며 다들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느꼈다.

리더님, 매일 좋은 예시문 올려주시고, 제가 쓴 글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글을 쓴 모임원분들께도 감사합니다. 리더님과 모임원분들 모두 몸도 마음도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현님


100일간의 글쓰기에서 나는 대실패했지만, 우울하고, 단조롭고, 불만이 많은 내 삶에서 글벗님을 얻었다. SNS를 전혀 하지 않는 나로서는 좋아요!” 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뭔가 선생님께 칭찬받는 기분이었다. 내가 잘 써서라기보다, 나의 글에 응원해 주고 싶은 글벗님들의 지지였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더 고맙고, 또 한편으로 이렇게 대실패를 한 내가 미워지기도 한다. 비록 100일간의 글쓰기는 실패로 끝났지만, 첫날과 비교해 보면, 그때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대단히 큰 변화도 아니고, 여전히 건강을 위한 운동도, 명상도, 마음공부도, 내가 하려고 했던 많은 것을 그저 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 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못 하고 살아왔다 했지만, 이것은 내가 평소에 갈망하던 글쓰기였으니, 그 또한 매우 큰 의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벗님들을 통해서 힘도 많이 얻었던 것 같다. 리더님이 달아주신 답글에서 전해지는 애정으로 나의 하루가 매우 따뜻하고 햄볶는 날이 되기도 했다. 각자 인생의 서로 다른 시기에서, 저마다의 일정표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응원하고, 걱정하고, 지지해 주는 이런 일은 내가 살고 있는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지는 못하는 일이라 더 소중하고 감사하다.

감사합니다. 글벗님들 ^^. 모두 제게 무엇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강*정님


'글을 쓰고 싶다. 글을 매일 쓰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새해를 열었다. 여지껏 그랬듯 혼자 쓰는 일기는 며칠 쓰다가 그만 둘 것 같았다. 가게 오픈 이야기를 담아 6년 전 브런치에 공간을 마련했고 당시에 십 여 편을 일사천리로 써 내려갔다. 그 뒤로 브런치는 잊고 있었다. 매년 새해 계획으로 '브런치에 일주일에 글 한 편 발행하기' 이런 계획이 항상 들어갔으나 제대로 실행 된 적이 없다.

그래서 이곳을 찾았는데 매일 완성된 글을 작성하지는 못 했지만 적당히 개인적이고 적당히 사회적인 일기를 적는 기분이었다. 여유롭지만 정해진 마감, 있지만 없는 듯한 독자들, 온라인이라는 소속감, 이런 것들이 매일 뭐라도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원동력이었다.

100일을 지켜 준 리더님께 감사를,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함께 온라인을 지켜 준 백쓰 친구분들께 감사를, 그리고 뭔가 생각을 털어 내기 위해 자판을 두들긴 나에게 칭찬을 돌립니다. 매주 브런치 발행 말고, 한 달에 한 번 발행으로 목표를 다시 잡아볼까. ^^

— 박*나님